그녀는 마라톤을 한 번으로 끝내지 못했다. 이듬해인 2010년 3월 서울 국제 마라톤 대회에 참가했다. 이번에는 6시간 45분 만에 완주했다. 기록만 보면 별것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을 알아야 한다. 그녀의 이식한 피부에서는 땀이 나지 않는다. 체온조절이 어렵다는 얘기다. 그녀는 수없이 그만두고 싶었을 것이다.
어디서 그만둬야 할지 몰라서 계속 달렸다는 그녀의 말이 가슴을 울렸다. 아무도 그녀에게 달리라는 사람은 없었다. 계속 달리라고 격려하는 사람도 없었다. 그런데도 그녀는 달렸다. 왜 그랬을까?
<과학의 눈으로 세상을 봅니다, 이정모>
그전까지만 해도 나는 마라톤이란 매력 없는 우직한 스포츠라고밖에 생각 안 했었다. 그러나 앞으론 그것을 좀 더 좋아하게 될 것 같다. 그것은 조금도 속임수가 용납 안 되는 정직한 운동이기 때문에.
또 끝까지 달려서 골인한 꼴찌 주자도 좋아하게 될 것 같다. 그 무서운 고통과 고독을 이긴 의지력 때문에.
나는 아직 그 무서운 고통과 고독의 참뜻을 알고 있지 못하다.
왜 그들이 그들의 체력으로 할 수 있는 하고많은 일들 중에서 그 일을 택했을까 의아스럽기까지 하다.
그러나 그날 내가 20등, 30등에서 꼴찌 주자에게까지 보낸 열심스러운 박수갈채는 몇 년 전 박신자 선수한테 보낸 환호만큼이나 신나는 것이었고, 더 깊이 감동스러운 것이었고, 더 육친애적인 것이었고, 전혀 새로운 희열을 동반한 것이었다.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 박완서>
위 글은 이지선 교수의 이야기를 아래 글은 1970년대 박완서 작가가 마라토너를 우연히 보고 쓴 글입니다.
이지선 교수는 엄청난 의지로 마라톤을 완주했어요. 박완서 작가는 우연히 버스가 통제되는 바람에 꼴찌로 달리는 마라토너를 보고 감탄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