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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키 7

250125토 러닝

by 우보

1

"지구의 고대 영웅이에요. 아주 옛날 옛적 이야기예요. 디아스포라가 일어나기 3000년 전 이야기죠."



“흠. 그런데 전 세계를 항해했다고요?".



"맞아요. 테세우스는 나무로 만든 배를 타고 전 세계를 항해했어요. 그동안 배 여기저기가 망가지고 뜯어져 배를 고쳐야 했어요. 몇 년이 지나 집으로 돌아왔을 때 원래 선체를 구성했던 목재는 모두 교체되고 없었어요.

이 경우에 테세우스의 배는 출발할 때와 같은 배일까요? 아닐까요?"



“멍청한 질문이네요. 당연히 같은 배죠.”



"좋아요. 만약 배가 폭풍을 만나 산산조각이 나서 다시 항해를 시작하기 전에 완전히 새로운 배를 지어야 하면요? 그래도 여전히 같은 배인가요?"



"아니요. 그건 완전히 다른 경우죠. 배 전체를 다시 지었다면 테세우스 2호가 되겠죠. 후속작인 셈이니까."



젬마는 팔꿈치를 식탁에 올리며 몸을 앞으로 숙였다. "그래요? 왜죠? 모든 부품을 하나씩 하나씩 다 뜯어고쳤을 때와 한번에 배 전체를 다시 지었을 때가 어째서 다른가요?"



나는 답을 하려고 입을 열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이 임무를 맡는 데 가장 핵심이 되는 내용이에요. 당신이 바로 테세우스의 배라고요."



2


"너 종이 파쇄기에 손 넣어 본 적 있어?"




캣이 웃음을 터뜨렸다. "뭐라고? 당연히 없지."




나는 벽에서 가속기를 내려 충전이 되어 있는지, 장전이 되어 있는지 확인했다.




“왜? 죽지는 않잖아. 그리고 의수가 네 진짜 손보다 더 튼튼하기도 하고, 의료팀에서 몇 시간만 손보면 너는 새것처럼 다시 태어날 텐데."




"아,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아."




"알겠지? 이 몸으로 영원히 살 수 있다고 믿더라도 꼭 그래야 하는 상황이 아니면 죽고 싶지 않아 고통스럽거든."


소설 <미키7>을 원작으로 하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 <미키 17>이 개봉합니다.




2년 전쯤에 소설 원작을 읽었는데 철학적 담론이 가득합니다.

제가 쓴 감상문에는


'인간 존재의 근원에 대한 어쩌면

가장 인간적이지 않는 이가 하는 대답들.'


이라고 써 놓았네요.



계속 복제되는 인조인간에 대해서 '테세우스의 배'로 대화를 주고받는 모습을 봅니다. 결국 자신이 '테세우스의 배'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장면입니다.



소설 <미키 7> 이나 영화 <미키 17>의 세상이 멀지 않은 것 같습니다.

단박에 오진 않겠지만 훨씬 가깝다는 걸 느낍니다.



로봇도 고통을 느끼는 장면을 대화로 나눕니다.

쉽게 교체할 수 있는 부품이라도 이 로봇이 나도 아픔을 느낀다고 한다면

인간은 어떤 기분이 들까요?



개나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 처럼 로봇의 마음을 다독여주는 로봇 의사가 생겨날지도 모릅니다.



소설이 인간화된 로봇에 대한 철학적 물음을 담아 냈기 때문에

영화는 어떻게 이 부분을 담아냈을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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