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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따뚜이

낭만 푸드 라따뚜이

#낭만 푸드 라따뚜이.

초보 요리사 시절, 음식은 추억에서 나오는 맛이라는 신념을 심어준 많은 영감을 받은 스승 같은 영화 가 있다. 요리를 사랑하는 생쥐가 재능이 없던 요리사의 모자에 숨어 함께 음식을 만들며 프랑스 최고의 미식가에게 극찬을 받는 내용의 애니메이션 영화 [라따뚜이]이다. 

난 서양요리, 그중에서도 프랑스 요리를 주로 하는데, 요리사로서 추구하는 나의 신념은 ‘사람들의 기억에 남을 요리를 하자’이다. ‘팜 투 테이블’이나 ‘슬로 푸드’ 같은 요리의 방향성과는 조금 다른 요리를 좋아하는 내가 지향하는 낭만이다.  지금이야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고 즐기는 분야 기이기는 하지만 10년 전만 해도 사람들에게 생소한 프랑스 요리를 어떻게 추억으로 남게끔 만들 수 있을까는 가장 큰 고민 중 하나였다.

요즘에서야 양식이라고 하면 선택권이 많이 다양해진 편이지만 15년 전만 해도 파스타, 피자, 스테이크, 훈제연어 같은 요리들이 더 대중적인 시대였다. 누가 만화 영화 같은 걸 보고 인생의 방향성을 정하느냐고 웃을 수도 있지만, 난 그런 요리사였고 그 당시부터 라따뚜이라는 요리에 대해 공감을 하기 시작했다. 라따뚜이는 우리나라로 치면 가정집의 김치찌개라고 말하고 싶다. 김치찌개는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대표적인 한국의 맛이라고 본다. 한국의 맛이라고 하면 어머니의 맛인데, 그 모든 맛이 집집마다 다 다르다. 지역마다 다르고, 하물며 계절마다 다르다. 라따뚜이가 한국의 김치찌개 같다고 생각한 이유이다. 어머니들의 레시피가 다 달랐고, 지역이나 계절마다 나는 야채들이 달랐다. 김치찌개의 베이스가 김치이듯이 토마토가 베이스인 라따뚜이도 지역마다, 또는 계절마다 조금씩 달랐다. 나는 라따뚜이가 그런 어머니의 추억의 맛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라따뚜이를 먹어본 것은 이태원의 프랑스 레스토랑이었는데 촉촉하게 익은 야채가 토마토소스와 버무려져 바게트 빵과 함께 제공이 되었다. 전채 요리로 준비된 라따뚜이는 따뜻하게 준비된 바게트와 대조되게 차가웠다. 빵 위에 라따뚜이를 얹어 한입 베어 물었다. 라따뚜이는 차가웠지만 그 때문에 빵 위에 올리기가 편했다, 그런 요리사의 마음이 느껴졌다. 내 인생 첫 라따뚜이는 이태원 한낮의 햇살처럼 이국적이지만 따뜻하게 다가왔다. 라따뚜이가 내 소울푸드가 된 시작이었다. 

그런 라따뚜이는 내가 레스토랑을 차리고 제일 먼저 넣은 메뉴 중 하나였다. 라따뚜이 자체를 사람들이 즐길 수 있게끔, 라따뚜이가 주인공인 메뉴를 만들고 싶었다. 주물로 된 그라탱 그릇에 라따뚜이를 넣고 얇게 썰은 야채들을 빙 둘러 주고 허브와 마늘로 버터를 만들어 야채에 뿌려 야채의 채즙과 버터가 어우러져 토마토의 붉은 기름이 돌게 오븐에 구워주었다. 라따뚜이의 야채를 다 먹고 남은 소스에 빵을 찍어 먹는 걸 꼭 추천을 드렸다. 그렇게 내 요리, 내 방식의 라따뚜이를 지금까지 5년 동안 회기동 골목에서 팔고 있다. 지금은 조심스럽게 기대해 본다. 이제 나의 이  라따뚜이가 누군가 에겐 기억에 남는 그런 음식이 되고 있지 않을까? 하는 행복한 상상 말이다.        



#프랑스의 라따뚜이

라따뚜이는 프랑스 프로방스 지역의 대표 요리다. 토마토와 가지 양파 호박 같은 주변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식자재를 활용하여 허브와 오일을 넣고 야채의 채즙으로만 부드럽게 끓이는 스튜 같은 개념의 요리이다. 위에 언급한 것처럼 작게 손질한 야채 스튜는 메인 요리의 가니쉬가 되기도 하고 한 김 식혀 빵 위에 얹어 먹기도 하며 따뜻하게도, 혹은 차갑게 먹어도 환영받는 요리이다. 

라따뚜이는 사실 가난한 음식의 대명사이었다. 가격이 저렴한 야채들을 손질해 한꺼번에 큰 냄비에 볶으면 어떤 식으로든 지간에 라따뚜이 같은 맛을 흉내 낼 수가 있었다. 지금이야 니스 식, 프로방스 식 요리이라고 하지만 라따뚜이[Ratatouille]의 라따[Rata]는 맛없는 요리, 허름한 식사, 군대식 스튜란 뜻을 가지고 있는데, 내 생각에는 맛없는 이란 뜻 보단, 허름한 요리, 정말 쉽게 구할 수 있는 야채들로 만들 수 있는 편안한 요리란 뜻이 맞지 않을까 싶다.

19세기까지의 라따뚜이는 그랬다. 20세기 들어서야 우리가 아는 라따뚜이의 레시피가 정리가 되었다. 프랑스에선 가난한 집안이라도 전채와 메인, 후식을 나누어 먹는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일반적인 가정에서 매일 육류나 해산물의 미식을 즐기지는 못했을 거라 생각을 한다. 미식의 나라이지만 분명 어떤 식으로든지 평범한 한 끼는 있지 않았을까? 그 평범한 한 끼 중 라따뚜이는 프랑스 사람들에게 마음속 녹아들어 있는 그런 평범한, 그리고 편안한 요리가 되어 주었을 것이다.



#유럽의 야채 요리들 

라따뚜이와 비슷한 음식은 지중해를 연결된 지역에 많이 분포되어있다. 먼저 이탈리아의 가지를 튀겨 올리브 케이퍼 토마토들이 들어간 새콤한 맛을 가미한 [카포나타]가 있다. 라따뚜이 보다 오히려 역사가 깊다. 남부 시칠리아 지방에서 시작을 했고, 빵 위에 주로 얹어 먹는다. 

그리스의 대표 요리인 브리암도(briám) 라따뚜이와 유사한 음식이다. 조금 다른 점은 라따뚜이는 스튜 같은 촉촉한 느낌이라면 브리암은 토마토, 가지, 양파, 호박들을 구워 버무린 느낌이다. 터키의 이맘 바 이르디(Imam Ba yildi)는 구운 가지 위에 토마토, 양파, 호박 등의 야채들을 올리는데, 가지 그라탱 느낌의 전통 음식이다. 인도 남부에서 유래된 가지가 아랍인들을 통해 유럽으로 전파되고 스페인을 거쳐 프랑스로 가기까지,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지리적 이점으로 터키의 가지 요리는 라따뚜이의 탄생에 관하여 깊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을 한다.  


paychey@naver.com 오스테리아주연 김동기셰프


#라따뚜이 만들기

재료 : 가지 1개, 애호박 1개, 양파 반개, 새송이 1개, 

         마늘 3톨, 토마토소스 1컵, 바질 2g

       올리브 오일 3큰술, 무염 버터 1큰술, 소금 3꼬집,

       가루 파마산 치즈 1큰술 


만드는 법

-가지, 애호박 절반은 얇게 썰어 준 후 마늘과 바질을 넣고 간 오일에 버무려준다.

-가지, 애호박 나머지 절반과 양파, 새 송이는 한입 크기로 손질해준다.

-팬에 오일을 두르고 야채를 중 불에 볶아준다. 야채에 오일이 코팅되듯이 볶아지면

 버터를 넣어준다. 버터가 녹으면 소금을 뿌려 주고 야채들의 

 채 즙과 버터가 잘 어 우러 지도록 버무려 볶아주고 토마토소스를 넣고 5~7분가량 끓여준다.

-스튜 그릇에 넣어준 후 마늘 버터에 버무린 야채 슬라이스를 골고루 둘러준다.

-180도 오븐에 약 15분간 익혀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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