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이 책을 처음 읽던 날이 떠오른다. 지금보다 훨씬 더 어렸던 시절, 나란히 앉아 이 책을 읽던 너와 내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했지. 딱 네 또래만 한 아이가 그림책 속에서 엄마가 없으면 울고, 불안해하고, 유치원에 가고 싶지 않다며 엉엉 우는 모습을 보며 각자 감정이입을 했던 것 같아. 그림책 안에 너와 나의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었지. 읽고 난 뒤 한 가지 사실만큼은 정확히 알 수 있었어. 우리는 언제나 다시 만난다는 걸.
무슨 일이 있어도 다시 만나는 사이인데도 왜 그리 불안하고 무서웠을까? 그런 마음은 너뿐만 아니라 엄마에게도 가득했어. 새로운 세상으로, 더 넓은 곳으로 너를 보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자꾸 이런저런 걱정을 부풀리곤 했어. 너는 때론 넘어져 다치고, 가끔은 속이 상해 울기도 했지. 그러는 동안 천천히, 조금씩 자라났어. 힘차게 돋아나는 새싹처럼, 아름답게 피어나는 꽃처럼. 그때마다 너무나 눈이 부셔서 실눈을 뜨고 너를 바라보곤 했지. 새로운 하루를 씩씩하게 만들어나가는 너의 뒤에 서서 말이야.
해마다 3월이 되면 늘 이 책의 노란 표지가 떠올라. ‘우리는 이렇게 다시 만났지. 서로를 꼭 안았지.'라는 문장 앞에서 눈물을 뚝뚝 흘리던 어린 네가 눈앞에 아른거리곤 한단다. 어느새 훌쩍 자란 너는 더 이상 이 책을 읽어도 울진 않지만. 새 학기가 시작되기 전이면 늘 이 책을 책장에서 한 번씩 꺼내 읽곤 했지. 조용히 어떤 다짐을 하듯 말이야.
오늘은 엄마가 다짐 하나를 해볼까 해. 새로운 학교와 동네에 적응하고 있는 너를 절대 앞서서 걱정하지 않겠다고. 묵묵히 너를 응원하겠다고. 그러니 마음껏 몇 번이고 원하는 곳으로 날아갔다가 돌아오렴. 어쩌면 이토록 눈부시고 사랑스러운 너를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에서 보고 싶었나 봐. 네가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고, 수많은 기쁨과 슬픔 속에서 또 한 번 아름답게 자라날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한 치 앞만 바라보며 걱정으로 눈이 흐려졌었나 봐.
오늘 나의 작은 수첩을 열어보니 너의 귀여운 글씨가 선물처럼 쓰여 있네. '오늘 하루도 잘 지내보자! 멋진 글쓰기 하고 와!' 너의 씩씩한 응원에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단단한 용기가 솟아올라. 엄마도 엄마의 하루를 단단하게 보낼게. 너도 너의 하루를 신나게 보내렴. 그리고 오늘 아침 했던 약속대로 도서관에서 만나. 나는 여기서 네가 오기를 기다릴게. 너는 후문을 나와 횡단보도를 건너 엘리베이터를 타고 엄마가 늘 앉아 있는 곳으로 너만의 속도로 걸어오렴. 우리 이곳에서 반갑게 다시 만나자. 우린 언제나 꼭 다시 만나는 사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