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에서 제일 좋아하는 카페에 앉아 있다. 아담하고 깔끔한 매장에는 조용한 음악이 흐르고, 고소한 원두향이 가득하다. 조용히 앉아 마음을 기댈 수 있는 도피처 같은 곳. 오가는 사람이 많지 않아 책을 읽거나 글쓰기 딱 좋은 장소다. 이 동네로 이사 온 날부터 방문했으니 벌써 일 년 반째 단골인 셈이다. 주인 부부와는 몇 마디씩 안부나 농담을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웃는 모습이 예쁘고 선한 사람들. 시간이 흐르면서 카페에도 케이크며 쿠키 종류가 다양해졌다. 오늘은 메뉴판에 커다랗게 붙은 ‘NEW’가 눈에 띄길래 말을 건넸다.
“와, 새로운 메뉴가 생겼네요. 너무 맛있을 것 같아요!”
사장님 얼굴 위로 수줍은 미소가 꽃처럼 피어올랐다.
“감사합니다. 천천히, 하나씩, 제대로 만들어볼게요.”
또박또박 힘주어 말하는 목소리에서 자부심이 느껴졌다. 커피를 받아 자리로 돌아오는데 마음이 일렁였다. 자신만의 속도로 제대로 된 메뉴를 만들겠다니. 이 얼마나 멋지고 씩씩한 말인지.
그 말을 듣는 순간 깨달았다. 내가 왜 가까운 카페들을 뒤로하고 부러 여기까지 와서 머물다 가는지. 같은 결의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었다. 비슷한 사람들이 만드는 분위기에 끌려 자꾸만 오게 되었으리라. 카페에 앉아 글을 쓰고 다듬으며 몇 번의 계절을 보냈다. 사장님은 매장을 쓸고 닦고, 나무에 물을 주고, 원두를 내리며 새로운 메뉴를 고민했다. 같은 공간에서 우리는 각자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가끔 걷잡을 수 없는 공허함이 밀려올 때면 아무것도 쓰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었다. 갓 구운 버터스틱이나 마들렌을 건네던 사장님의 따뜻함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아마 더 오래 가라앉아 있었겠지. 삶은 때때로 예상치 못한 응원을 건넨다. 지치지 말고 한 걸음 더 나아가라는 듯이. 먹음직스럽게 진열된 새로운 쿠키와 케이크를 보다 보니 문득 용기가 솟았다. 나도 꾸준히, 천천히 쓰면 된다는 용기.
카페의 문을 열면 오른쪽 구석에 내가 좋아하는 정사각형의 1인용 테이블이 있다. 베이지색의 둥근 방석을 두 겹으로 폭신하게 겹쳐 두고 커피를 주문한다. 노트와 펜 혹은 아이패드와 키보드만 있으면 훌륭한 작업공간이 된다. 오늘도 이곳에서 한 권의 책을 읽었고, 짧은 글을 썼다. 어지럽게 써 내려간 단어와 문장들은 겨우 몇 개만 살아남았다.
초고는 아직 오지 않은 나의 미래 같다. 어떤 방향으로 다듬어질지 알 수 없는 초고를 들여다보며 오늘도 조금씩 앞으로 나아간다. 나만의 이야기를 나만의 속도로 쓴다. 나의 세계를 넘어 다른 세계로 이어지고 싶어 스스로 다독이고 칭찬한다. 잘하고 있다고,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면 된다고. 언젠가 맞이할 나의 미래, 쓰는 삶을 살아갈 내일의 나를 위해. 예쁜 빛이 부서지듯 쏟아지는 1인용 테이블에 앉아 기쁜 마음으로 작은 이야기들을 쓴다.
매일 무언가를 쓰다 보니 더 잘 쓰고 싶어졌어요. 더 많은 사람들과 닿고 싶어서, 더 열심히 쓰고 싶어서 연재 브런치북을 시작합니다.
매거진 '1인용 테이블'의 글을 하나씩 새로 다듬고 있어요. 매주 화, 목요일마다 차곡차곡 업데이트 할게요.
바쁜 하루, 잠시 저의 글을 읽으러 와주신 모든 분께 다정한 인사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