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초록색을 보면 그냥 좋다
감사한 것은 흐리기만 할 줄 알았던, 바람 불고 쌀쌀할 줄 알았던 헬싱키가 맑은 하늘을 매일같이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렇게 기대하지 않고 기쁜 날씨를 맞이할 때 참 좋다.
새롭게 알게 된 사실 중 또 하나는 핀란드에 토끼가 많다는 것이다. 덩치도 큰 토끼들이 출근을 하려고 집 앞에 나올 때마다 껑충껑충 걷는 것인지 뛰는 것인지, 여하튼 나의 길을 함께한다. 귀엽다.
저 멀리 성처럼 생긴 곳을 바라보며 강을 따라 걷다 보면 Cafe Ursula라는 카페를 만나게 된다고 한다.
일본인들이 헬싱키에 가서 식당을 차리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카모메 식당>에 나오기도 한 카페라고 한다. 나는 그 영화를 본 적은 없다. 사실 이곳으로 입사하기 전까진 헬싱키라는 도시에 별로 큰 관심은 없었다. 헬싱키라는 도시를 모티브로 한 영화까지 존재할만큼 헬싱키가 유명한 도시라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렇지만 이젠 이렇게 나와 인연을 쌓게 된 도시가 되었으니, 헬싱키에서 주목받았던 모든 것들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겠다.
다른 유럽 국가들도 그렇지만 헬싱키에 자전거가 많은 풍경이 참 좋다. 그리고 이렇게 탁 트인 강가와 하늘을 보면 그냥 좋다. 잠시 이렇게 숨을 쉴 시간이 필요하다.
강가를 걷다 보니 헬싱키 대성당도 보인다. 이곳에선 매주 주말마다 누군가의 결혼식이 열린다.
하얀 벽과 기둥들로 이루어져 있는 성당이 결혼식에 잘 어울리는 성당처럼 보이긴 한다.
우리가 찾던 카페에 도착했다. 입구부터 녹음이 우거진 이 카페, 나는 초록색이 많으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기분이 좋아진다.
카페의 부지는 거의 공원 하나의 크기만큼 거대했다. 이곳은 주말의 아침을 자연의 향기가 가득한 곳에서 여유 한잔과 함께 가족들과 즐기고 있는 헬싱키 주민들로 가득했다. 서울에 이런 대형 카페가 있었다면 주말엔 웨이팅으로 꽉 차고, 어찌어찌해서 들어간다 한들 사람들끼리 다닥다닥 붙어있는 테이블 속에 서로 목소리를 키워가며 대화를 나누어야 했겠지만 오늘 나는 헬싱키에 있기에 헬싱키 사람들처럼 여유를 즐겨보려고 한다.
이튿날 우리는 Vanha 마켓이라는 헬싱키의 프레시마켓에 들렀다. 이곳의 레스토랑 중 SOUP+MORE라는 곳에 있는 연어수프가 유명하다기에 함께 트레이닝을 받는 동료들과 함께 먹어보기로 했다.
Vanha 마켓은 전날에 갔던 헬싱키 성당을 지나, 강을 따라 쭉 오다 보면 만날 수 있는 시장 같은 곳이었는데, 마치 미국의 파머스마켓과 느낌은 비슷하다. 신선한 재료들로 만든 치즈와 잼, 생선, 과일들이 주를 이룬다. 마켓 중간중간 비치되어 있는 벤치에 앉아 가볍게 커피나 스낵을 사 먹을 수도 있는 것이 별미이다.
이 마켓 건너에는 Allas Sea Pool이라는 헬싱키의 야외 사우나도 있다. 핀란드 사람들은 야외 사우나를 즐겨한다고 한다. 사우나에서 땀을 낸 뒤, 곧바로 바다에 뛰어들어 한 십 분 정도 있다가 또다시 사우나에 들어가고 하는 것을 반복하면 건강해진다나..?
아직 헬싱키의 바다에 발을 담가보진 않았지만, 겨울엔 영하 20도까지 내려간다는 이곳에서 그런 액티비티가 가능하다니 경이롭긴 하다. 하지만 이 여름이 다 가기 전에 기회가 된다면 나도 Allas Sea Pool이나 로울리 사우나를 방문해 볼 계획이다. Allas Sea Pool은 바다뿐만 아니라 사우나 옆에 수영장도 설치되어 있는데, 그곳의 물 온도는 연중 내내 따뜻하게 유지된다고 하니, 나에겐 로울리 사우나보다 조금 더 현실성 있는 사우나이다.
여름엔 야외에도 갖가지 신선과일들과 야채들, 그리고 꽃다발들을 파는 시장이 줄을 이루곤 하는데, 내가 좋아하는 해바라기와 베리류를 많이 판다.
헬싱키, 은근히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 찬 도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