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내 유독 마른장마라더니
유난히 비가 많은 가을장마다
오늘이 며칠이지
하루하루 눈에 띄게 느려진 발걸음
지금이 아침인가
밤낮없이 잠에 취해 흐릿한 일상
올해 내가 몇 살이지
해를 거듭할수록 아이로 돌아간다
함께했던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들,
깊은 주름 사이 어딘가에 배어 있건만
기억을 찾아갈 경로가 희미해진 듯
떠오르는 건 알 수 없는 일상의 파편뿐
까슬까슬 손에 쥔 강아지풀처럼
움켜쥘 때마다 조금씩 빠져나갔다
여름내 부친의 기억은 유독 말랐고
내 마음은 유난히 가을장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