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아내는 대학교 CC였다. 나는 스물다섯 복학생이었고 아내는 이제 막 스무 살이 된 신입생이었다. 사회에서는 5년이라는 나이 차가 별거 아니라지만 대학교에서는, 특히나 복학생과 신입생이라는 점에서 5년은 커다란 벽 하나를 사이에 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처음 내가 먼저 아내에게 다가가 적극적으로 마음을 표현했는데, 아내는 사실 그때 조금 부담스러웠었다고 고백했다. 같은 학교를 다닌다는 것과 이름과 나이 빼고는 생판 모르는 사이였으니 당연히 그랬을 것이다.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려주고 싶었고, 또 최대한 오래 붙어 있고 싶은 마음에 거의 매일을 학교에서 5킬로미터나 떨어진 아내의 집까지 걸어서 데려다주었다. 같이 걸으면서 우리는 부쩍 가까워졌다. 조금 수고스럽긴 해도 아내와 함께 걷는 그 5km가, 그 시간들이 너무 소중했고 행복했다.
"난 축구를 좋아해. 직접 하는 것도 보는 것도."
"축구? 나는 잘 모르는데. 대신에 월드컵은 꼭 챙겨 봐."
그런 소소한 이야기부터,
"오빠는 나중에 졸업하면 뭐하려고?" "글쎄, 전공은 안 살릴 거 같아. 다른 쪽으로 생각하고 있거든."
이런 진지한 대화들까지. 우리는 함께 걸으며 많은 것을 공유했다.
원래도 걷기를 좋아하던 나와 달리, 5km라는 거리가 아내의 입장에선 꽤나 힘겨웠을 텐데도 힘든 내색 한 번 안 하고 따라와 줘서 늘 고마웠다.
웃고 떠들다 보면 어느샌가 집 앞에 다다랐다. 아쉽지만 아내를 엘리베이터 앞까지 데려다준 뒤 나는 다시 왔던 길을 걸어서 되돌아갔다. 택시를 타면 몇 분이면 도착할 거리였지만, 대학생 신분에 택시비가 부담스럽기도 했고 다시 걸으면서 이번에는 통화를 할 수 있어서, 그게 좋아서 다시 걸었다.
그때의 우리는 학교에서 집까지 가는 길을 걸었을 뿐이지만 그 길은 단순히 지도에 표시된 5km의 거리가 아니었다. 지금의 우리가 있을 수 있도록 토대가 되어준 순간들이었고, 그 길 위에서 나눈 수많은 대화와 걸음걸이와 몸짓, 웃음, 숨소리는 서로의 사랑이 싹틀 수 있도록 도와준 가슴 벅찬 시간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