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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철현 Sep 24. 2022

껌딱지처럼 붙어있던 우리

지나온 시점




2013년 6월 2일. 우리의 시작이었다.

나와 아내가 서로의 얼굴과 이름을 알게 된 것은 그보다 더 전의 일이지만 그날, 그러니까 대학교 도서관에서 아내가 내 마음을 받아주는 의미로 '증표'처럼 캔 콜라를 건네준 날이 정식적인 우리의 시작이었다. 그때부터 우리는 내가 먼저 학교를 졸업하기 전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만났다. 새 학기부터는 같은 교양수업을 들으며 더 오래 붙어있을 수 있었고, 저녁에 헤어지기 전까지 장소를 불문하고 어디든 함께했다.


그런 우리를 보고 "그렇게 맨날 보면 질려" 하고 핀잔을 주 주변의 (또는 훼방꾼들의) 말에는 귀를 닫고 우리는 우리의 시간에만 집중했다.


방학 기간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롱디가 되어버렸지만 개의치 않았다. 사람은 조금만 머리를 굴리면 어떻게든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마련이다. 방학이 되면 무슨 일이 있어도 주말마다 만났고, 떨어져 있는 평일에는 하루에 1시간씩 자기 전에 전화기를 붙들고 서로의 하루를 이야기다. 아르바이트하느라 힘들었다, 오늘은 누구를 만났고 무슨 일이 있었다면서. 그러다 보면 1시간이 훌쩍 지나있었다.


1년 반 동안 이러한 일종의 예행연습을 거친 우리는 더욱 단단해졌고, 내가 먼저 학교를 떠나고 2년 후 아내도 학교를 졸업한 뒤 또 몇 년이 지나기까지 우리가 변함없이 만남을 이어가는데 큰 밑거름이 되었다. 165km 떨어진 곳에서 직장인과 대학생으로 그리고 둘 다 직장인이 되고 나서도, 장장 4년 가까운 시간 동안 언제나 주말이면 만남을 갖고 평일에는 1시간씩 통화를 했다.


러한 일련의 과정들을 겪으며 깨달은 것이 하나 있다. 몸이 멀어지면 따라서 멀어져야 할 것은 '마음'이 아니라 스스로 상대의 부재를 느끼게끔 하는, 그리고 그 공간을 비집고 들어오려 하는 내 안의 '검은 유혹'을 멀어지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랑에도 순수한 의미의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매일매일 상대를 사랑하게 해 달라며 기도하는 그런 바보 같은 노력이 아니라, 내가 보잘것없는 헛된 일들에 마음 쓰지 않도록 끊임없이 나를 돌아보는 노력 말이다. 


연애 때와 같이 결혼 후에도 우리는 여전히 껌딱지처럼 붙어있다. 아마 앞으로도 쭉 그럴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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