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아내와 함께 타려고 자전거 두 대를 구입했다. 자전거는 똑같은 제품에 색상만 다른 거였는데, 나는 검은색 아내는 흰색을 골랐다.
결혼을 하고 나서 우리는 주말에 날이 괜찮으면 종종 여주에 있는 남한강 유원지를 찾았고 거기서 자전거를 한 시간씩 대여해 타고 다녔다. 한 대당 한 시간에 오천 원 정도라 별 부담이 없어 자주 빌려 탔지만, 어느 날인가 문득 고개가 갸우뚱했다.
"우리 이렇게 자주 탈 거면 그냥 사는 게 낫지 않을까?"
내 물음에 아내도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매번 빌리는 것도 일이고. 이런 게 쌓이다 보면 큰돈이 되는 거니까."
"흠... 근데 당장 자전거 두 대나 사려면 얼마나 드려나?"
우리는 자전거를 타는 것 말고도 취미로 등산과 홈트도 꾸준히 해오고 있었기에 목돈이 드는 자전거 구입을 망설였다.
차일피일 자전거 구입을 미루고 있던 그때, 내 생일이 다가왔다. 아내는 내게 무엇이 갖고 싶냐며 원하는 선물이 있으면 얘기해 보라고 했다. 하지만 딱히 갖고 싶은 게 없던 나는 그냥 외식이나 하자고 잘라 말했다.
"아냐, 이번에 상여금 받은 것도 있으니까 얘기해 봐. 오빠가 원하는 거 다 사줄게."
나는 몇 번이고 괜찮다고 사양했지만 거듭된 아내의 권유에 마지못해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고심 끝에 생각이 떠오르자 나는 손가락을 튕겼다.
그래, 그럼! 저번에 사려 했던 자전거는 어때? 나는 호기롭게 물었다.
그러나 기대했던 대답 대신 단호한 거절이 돌아왔다. 아내는 그건 나 혼자만을 위한 선물이 아니지 않냐며, 되레 자신에게 의사를 묻는 내가 안쓰럽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자전거는 나중에 용돈을 모아서 사도 되고 어차피 곧 겨울이라 시기도 애매하니 다른 선물을 골라보라고 했다.
이번엔 나 역시도 이미 마음을 굳힌 상태라, 고집을 꺾지 않았다. 물론 자전거를 사는 게 내 생일 선물이 아니라는 아내의 말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지만, 아내와 함께 하는 시간이 가장 행복한 나로서는 둘 다 만족할 수 있는 선물이면 충분했다. 결국 아내를 설득해 자전거를 샀다.
인터넷으로 주문한 자전거는 일주일도 안돼 집으로 배송이 됐다. 근처의 자전거 대리점에 가 조립을 하고 나서 우리는 며칠 동안 집 앞에 하천을 따라 이어진 자전거 길을 신나게 달렸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아내의 예언 아닌 예언대로 겨울이 찾아왔다. 올해 겨울은 눈까지 많이 오는 바람에 당분간은 자전거를 꼼짝없이 베란다에 세워두게 되었지만, 그래도 이따금 베란다에 나올 일이 있을 때마다 자전거를 보면 마음이 뿌듯하다. 벌써부터 따스한 햇살이 내리쬐는 봄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