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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철현 Mar 04. 2021

왜 생리를 생리라고 말하지 못하는 거야?

지금 이 시점


아내는 생리통이 심하다. 통증이 너무 심한 날이면 하루 최대 네 알로 권장하는 진통제를 몸이 괜찮아질 때까지 나눠서 열두 알을 먹는다. 데굴데굴 구르고 괴로워하며 약을 열두 알이나 삼키는 아내를 보면 걱정이 되고 당장 말리고 싶지만, 달리 고통을 줄일만한 뾰족한 수가 없다 보니 나는 그저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약을 삼키는 아내에게 물을 떠다 줄 뿐이다.

흔히들 생리를 마법 또는 그날이라고 에둘러 표현하는데, 예전에는 그런 표현 방식에 대해서 별 생각이 없었다. 아내와 같이 살면서부터 궁금해졌다. 대체 왜 사람들이 월경이라는 생리 현상을 마법이니, 그날이니 하면서 이상하게 부르는 건지. 사실 정확한 표현은 월경이 맞고 생리가 올바른 표현이 아니라고 하지만 마법이나 그날로 에둘러 가리키는 것 자체가 더 이상하다.

예전부터 학교나 사회에서는 여성이 하는 생리가 아프고 힘든 것임을 알려주지 않고 그저 숨겨야 하는 것이나 부끄러워해야 하는 일로 여기게 만든 것 같다. 어쩌면 너무 필요 이상으로 조심스럽다는 생각이 다.

얼마 전 생리를 하는 주말에 나갈 일이 생긴 아내가 씩씩거리며 말했다.

"이놈의 생리대 파우치에 챙기는 거 귀찮아 죽겠네."

나는 대수롭지 않게 "왜 그냥 가방이나 주머니에 넣어도 되지 않아?"하고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싸늘했다.

"생리대를 어떻게 대놓고 들고 다녀."

지금 돌이켜보면 참으로 바보 같은 질문이었다. 그렇게 간단하게 해결될 일이었으면 아내가 십여 년을 넘게 그런 고생을 하지 않았을 텐데.

우리는 그날 저녁 집에 돌아와 처음으로 왜 생리대가 숨겨야 하는 것이 되었는지에 대해서 깊은 대화를 나눴다. 아내는 처음 생리를 하면 ‘진짜 여자’가 된다는 명목으로 축하 파티를 해주는 것도 생리를 마치 신성한 무언가처럼 만들어버린 원인이 된 것 같다고 했다. 당연한 생리현상을 그렇게 조심스러운 것처럼 포장을 하니 생리대는 물론이고 '생리'라는 단어 자체를 입 밖으로 꺼내기도 어려워진 것 같다고.

 아내는 이렇게 얘기했다.

"생리대 광고만 봐도 푹신푹신 편안하고 개운하다는 듯 광고를 하잖아. 실상은 정말 불편하고 절대로 개운하지 않은데."

아내의 말을 듣고 나 나는 뒤통수세게 얻어맞은 것처럼 머리가 띵했다. 내가 본 생리 기간의 아내는 정말 많이 아파 보이고 불편해 보였, TV에 나오는 생리대 광고는 그렇게 편안해 보일 수가 없 때문이다.

나는 남자라서 평생 월경의 고통을 직접 경험할 수 없지만 아내가 한 달에 한 번씩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고 아주 조금이나마 그게 얼마나 힘들고 불편한 것인지 알게 되었다. 그걸 알고 나서부터는 생리대 광고에서 편안하고 상쾌한 듯 광고하고, 사람들이 생리를 생리라 하지 않고 마법이나 그날이라고 지칭하는 모습이 보기 불편해졌다.

생리는 생리다. 그날도 마법도 아니다. 아내의 말을 빌리자면 정말로 불편하고 힘든 일이다. 건강한 성인 여성이라면 누구나 한 달에 한 번 겪는 일이며 신성시 여길 일도 아니고 숨겨야 할 일은 더더욱 아니다.

끝으로 우리는 결론을 내렸다.(뭐 그렇다고 우리의 의견이 어딘가에 반영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 글을 통해나마 알리고 싶었다)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말할 수 있는 그날을 위해 많은 이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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