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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창윤 Oct 08. 2020

 1. 강릉 옥계면을 향하여 출발

개천절날 아침입니다. 6시에 일어나 세탁기와 전기밥솥 버튼을 누르고 된장찌개와 오징어볶음을 했습니다. 남편과 저는 식사를 마친 후 강릉을 향하여 출발해야 하고 잠에서 깨지 않은 아들은 아침밥 먹은 후 오후에 친구와 낚시를 갈 예정이므로 서둘러 조리를 마친 다음 마무리 짐을 쌌습니다.


남편과 아침밥을 먹고 나니 아들이 주방으로 나와 투덜거립니다.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에 잠을 설쳤다는 겁니다. 강릉 출발 전에 밀린 수건 빨래를 널기 위해선 다른 방법이 없었다고 말을 건넨 후 아들의 아침밥을 차리고, 싸 놓았던 짐을 현관 쪽으로 옮겼습니다.


옷이 잔뜩 든 캐리어와 메는 가방. 햇반 한 상자. 소지품 한 상자. 반찬 등 먹거리 한 상자. 끈으로 묶은 짐이 만만치 않습니다.  부랴부랴 차량에 짐을 싣고 오전 8시 반에 길을 나섰습니다. 명절 연휴라 차량 정체가 심할까 염려되었기 때문입니다.


저를 강릉으로 데려다주고 다음날 대구로 복귀할 남편의 말로는 해안도로를 이용하면 시간이 많이 걸리니 안동을 지나 영주로 해서 강릉으로 갈 거라 합니다. 차가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고 눈 뜨기가 힘이 듭니다. 여러 날 밤잠을 설치고 추석명절 동안 식구들 먹거리 챙기며 수발드느라 피곤이 겹쳤기 때문입니다.


한 시간 정도 눈을 붙였다 깨니 안동을 지나 영주로 접어들었습니다. 다시 눈을 붙였다 뜨니 동해시에 진입했습니다. 명절 연휴인데 도로는 한산했고 정체가 없어 다행스러웠습니다. 인가가 없는 산길 국도를 달리는 동안 높고 험준한 산들이 겹겹이 눈 앞에 다가왔다 멀어져 갔습니다. 여러 개의 터널을 지난 뒤


"마을이 보이는데 관광지인 것 같다. 내려서 잠깐 구경하고 가도 되겠지?" 남편의 말에 바깥을 보니 두엇씩 돌아다니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내려서 살펴보니 철암 탄광 역사촌입니다. 가랑비가 내리는지라 우산을 펴 들고 주변을 살펴보니 사라져 가는 탄광 마을 옛 모습을 일부 보존하여 역사사료 삼아 관광지로 꾸며놓았습니다. 4층짜리 낡은 상가건물 내부는 코로나로 인해 임시휴관이어서 관람을 못해 아쉬웠습니다. 시간이 넉넉지 않아 마을 전체를 자세히 살펴보지 못하고 전망대와 마을 공원만 둘러보고 철암역에서 감자떡을 산 후, 서둘러 길을 떠났습니다.


동해시를 지나 옥계로 가는 길에 남편이 말을 건넵니다.

 "무릉계곡이라는 표지판이 보이는데 다시 오기 어려우니 들렀다 자"는 겁니다. 무릉계곡을 검색하니 유명한 관광지입니다. 무릉도원처럼 경치가 좋아 무릉계곡이라는데 그냥 지나칠 수 없겠지요.


주차장에 차량이 많은 걸 보니 관광객 상당수가 무릉계곡을 찾은 것 같았습니다. 입구에서 표를 끊은 뒤, 열 체크하고 입장하니 관람객 행렬이 줄줄이 이어집니다  20분 정도 걸으니 널찍한 반석을 낀 계곡이 나오고 주변 바위에 앉아 선선한 바람맞으며 자연을 벗하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절경이 따로 없습니다. 발을 담그지는 않았지만  맑은 계곡물소리를 들으니 마음이 씻기는 듯 청량하고 탁 트인 전망에 눈 앞이 시원해집니다.


소나무 우거진 계곡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은 후 등산로 접어들었습니다.

 "무릉계곡을 왔으니 용추폭포를 구경하고 가야 한다"는 남편의 말에 왕복 거리를 따져보니 6km입니다  게다가 가파른 산길입니다. 엄두가 나지 않아

"용추폭포 가는 길은 오르막인 데다 길도 멀어서 그곳에 다녀오면 시간도 많이 걸리고 다리 절단 난다. 계곡을 따라 30분 이상 걸었으니 돌아가자"라고 했습니다. 시간도 어느덧 오후 4시가 다 되어가므로  체크인 시간도 훨씬 지나 숙박지인 여성수련원 담당자가 기다릴 것도 같았습니다.


무릉계곡을 나와 30여분 차를 달리니 울창한 소나무 숲에 둘러싸인 여성수련원에 도착했습니다. 열 체크하고 문진표 작성 후, 배정받은 숙소에 들어서니 5시가 넘었고, 남편 표정을 보니 영혼이 빠져나간 듯 피곤한 기색이 역력합니다. 카스텔라와 두유를 챙겨주고 저녁을 먹겠느냐 물어보니 고개를 끄덕입니다. 햇반 두 개를 전자레인지에 데워 준비해 간  반찬을 곁들이니 한 끼 저녁으로 부족함이 없습니다.


남편은 숙소 인근 옥계해변에 가보자고 했으나 해도 저물어가고 너무 고단하여 다음날로 미룬 후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아침에 맞이할 금진 해변의 일출을 기대하면서 편안한 휴식의 깊은 잠을 청합니다.


철암 탄광 역사촌


철암탄광 역사촌


관광객 상당수가 있었던 무릉계곡
물이 맑고 깨끗한 무릉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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