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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시월드의 매운맛

분노가 치밀다 편

by 이지속 Jul 11. 2022

  아들만 둘을 둔 지속의 시어머니는 여자의 탈을 쓴 남자였다. 어찌나 남자의 입장을 잘 헤아리고 며느리 지속의 감정은 무시하고 넘어가는지, 지속은 시어머니와 대화를 할 때마다 속에서 천불이 다.

  결혼 전 시어머니를 만난 지속은 무거운 짐을 들고 있던 병히모를 보고만 있을 수 없어 짐을 들어드린다고 손을 뻗었는데 무안하게 그 손을 내치던 분이었다. 금지옥엽 왕자로 키운 첫째 아들을 주말마다 빼앗기니 지속이 예뻐 보일 리 없으나 첫 만남에 유독 티를 내던 분이었다.

  결혼 날을 잡고 예물을 보러 다닐 때도 시어머니는 분위기와 맞지도 않는 말을 꺼내어 지속을 황당하게 했다.

"내 동생이 병히한테 초등학교 여교사를 소개해 준댔는데 너 만난다고 싫다고 했잖아. 병히 사촌 형도 보건교사랑 결혼했는데 말이야."

그래서 어쩌라고?! 지속도 건물주 아들에게 선이 들어왔는데 병히를 만나고 있어 거절한 적이 있다고 웃으며 말하자 시어머니 표정이 싸하게 굳었다.

  사실 지속도 이미 알고 있던 일이었다. 공교롭게 지속의 선자리도 동시에 들어와 지속은 병히에게 우리 둘 다 다른 연애경험이 없으니 경험 삼아 각자 선을 보자고 안했었다. 그리고 만약 선 본 상대가 맘에 들면 쿨한 이별을 하자고 그 말에 병히는 길길이 뛰며 예쁜 여교사가 선을 왜 보냐며 보나 마나 못생겼을 거라고 절대 안 된다고 반대를 해 무산된 일이었다.

  결혼 후 병히의 외삼촌 내외를 만나 뵐 일이 있어 인사를 드리니 삼촌께서 병히에게 넘치게 예쁜 아내를 봤다며 기분 좋게 웃으셨는데 옆에서 그 소리를 듣고 역시나 표정이 굳던 시어머니였다.

  딸에 대한 로망이 있으셨나 낯을 가리고 어려워하는 지속에게 넌 왜 싹싹하지 않냐고 대놓고 묻기도 했다. 지속은 성격이 원래 그래요하며 부드럽게 대꾸했으나 딸이고 아들이고 지부모에겐 무뚝뚝한데 기쁨조를 원하나? 내가 왜 어둡고 음침한 병히네 가족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지 행사장 초청 엠씨도 아니고 당최 이해할 수가 없었다.  

  신혼 초 시어머니에 대한 작디작은 희망이 있던 시절, 퇴근 후 게임만 하는 병히를 이른 적이 있었다. 그리고 상상도 못 한 시어머니 반응에 지속은 혀를 내두르며 작고 소중한 희망을 쓰레기통에 버렸다.

"그럼 일하고 와서 피곤한데 니 얼굴만 쳐다보고 있어야 하니?"

하시며, 부담스럽게 지속의 얼굴을 가까이 맞대고 쳐다보셨다.  딸이 없어서 그렇다고, 아무리 그래도 자기도 며느리이자 딸로 살았으면서 어쩜 저러실까 원망도 많았다. 콘돔 사건도 말씀드리니 남자가 그럴 수도 있다고. 집에 있을 때나 네 남편이지 나가면 뭔 짓을 하던 상관 하지 말라고 하셨다. 역시 시어머니는 병히의 엄마였지 지속에겐 옆집 아줌마보다도 못한 존재였다.

  한 번씩 처갓집이 멀어 병히가 고생한다며 원이도 외할머니가 가까이 계시면 봐주고 좋을 텐데 하시면서 20분 거리에 사는 시어머니는 지속의 육아를 도와준 적이 없었다. 지속은 괜찮았다. 육아를 도움받고 싶지 않았다. 은혜와 복수는 갚아주는 맛이 있지 않은가. 지금은 건강해 며느리 손길이 아쉽지 않으니 그렇다고, 나중에 사람이 그리워질 때 지속도 시어머니가 자신에게 한대로 고대로 갚아주겠다 다짐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지속 삶의 모토였다.

  어디선가 그런 말을 들었다. 고부갈등은 병신 같은 남편 때문에 생긴다고 지속은 그 말을 뼈에 새겼다. 지속이 기분 나빠한 시어머니의 말을 병히도 옆에서 같이 들었다. 지속은 자기 대신 병히가 시원하게 한 소리를 해줬으면 하는 바람으로 늘 병히의 입만 쳐다봤다. 그럴 때마다 병히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지속이 보낸 간절한 도움의 눈길을 외면했다.

  자신을 지켜줄 남편이 그러고 있으니 지속은 스스로를 지켜야 했다. 다들 알지 않은가. 온갖 진상을 다 겪으며 살아온 지속의 인생을. 지속은 착한 며느라기 가면을 벗어던졌다. 병히에게 마음이 뜨니 더 이상 시어머니에게 절절맬 이유가 없었다. 이혼하면 볼일 없는 사람 아니던가. 지속은 삶은 고구마 같던 답답한 언행을 버리고 목젖을 때리는 시원한 사이다를 장착했다.

그래서 시어머니가 거슬리는 말을 할 때마다 빙그레 쌍쌍바가 되어 하고 싶은 말을 다했다.

"우리 병히가 어릴 때 얼마나 예뻤다고 인형 같았어."

"그럼 뭐해요? 지금은 아닌데"

"난 우리 애들 화장실 청소, 쓰레기 버리는 것도 안 시키고 귀하게 키웠어."

"그래서 지금 남의 집 딸이 고생하잖아요"

그러면 시어머니는 그게 지금 내 앞에서 할 소리냐며 정색을 지만 지속은 그러던가 말던가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다.

  유난히 말이 많고 시끄럽고 했던 말을 또 하고 또 하는  

시어머니는 과연 지속을 감당할 수 있을까? 한국의 청양고추 매운맛 시월드에서 우리 지속은 끝까지 웃을 수 있을까?(참고로 지속은 매운 걸 잘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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