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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투스트라를 버리고 자신을 발견할 것을_니체

그리스신화에서 발견한 디오니소스적 인간

by 박소형 Dec 17. 2024

이번 주 독서 모임 책으로 그리스 신화 이야기가 담겨 있는 <신화의 숲>이라는 책을 읽고 있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신은 일반적인 종교의 신과 달리 좋은 면만 갖고 있지 않다. 때로는 엄숙하지도 근엄하지도 않고 올바른 가르침을 주지도 않는다. 심지어 자신의 욕망을 위해서는 남을 속이고 바람을 피우는 일탈까지 서슴지 않는다. 신이라는 사실만 제외한다면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금,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불완전한 인간의 모습이다. 그래서인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신들은 다른 종교의 신과 달리 친근하게 느껴진다. 이러한 점이 크레타 문명이 발생한 지 오천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리스 신화가 살아남아 머나먼 대한민국 땅까지 도착하여 우리의 곁에서 회자 되는 이유일 것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인물을 로고나 브랜드로 삼는 경우도 많다. 세계적인 기업 아마존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여전사 부족 이름이고 스타벅스 로고 역시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뱃사람들을 유혹하는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진 세이렌에서 유래했다. 나이키의 이름과 로고는 승리의 여신 니케에서 가져와 사용하고 있다.           

이런 흥미로운 사실들에 착안하여 평소에 보아왔던 독서 모임 선배님들의 모습을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인물과 연결해보았다.      



먼저 독서 모임의 든든한 맏언니이자 초창기부터 함께 하신 선배님은 태초의 여신이자 세계 모든 것의 어머니인 가이아.

올해 독서 모임을 잘 이끌어 주신 선배님은 신 중의 리더이자 인간과 신의 법과 질서를 담당하는 제우스.

브런치 가족 분야 크리에이터이자 난임에세이 작가이신 선배님은 가족, 결혼, 출산의 신 헤라.

대지에 비를 내려주는 듯한 촉촉한 목소리를 가진 선배님은 대지의 여신 데메테르.     



독서 모임의 웃음 사냥꾼이자 그윽한 눈빛이 달빛과 닮은 선배님은 달의 여신이자 사냥의 신 아르테미스.

에로스의 사랑이 필요한 독서모임 유일한 솔로인 선배님은 에로스의 아내이자 아프로디테의 질투를 받은 아름다운 여인 푸시케.

평소 음악에 조예가 깊고 그림을 즐겨 그리는 예술가적인 면모를 갖고 계신 선배님은 음악과 예술의 신 아폴론.

독서 모임에 오신 지 얼마 되지 않아 열어보지 않은 상자이자 독서 모임의 희망인 선배님은 판도라.     



2025년 독서 모임을 이끌며 고전 사랑으로 아름답게 물들일 예정인 선배님은 미와 사랑의 여신인 아프로디테,

독서 모임에 가끔 들러도 말솜씨가 뛰어난 선배님은 꾀가 많고 말재주가 좋은 신 헤르메스, 마지막으로 술과 음식을 즐기며 초긍정적인 세계관으로 실패는 성공으로 가는 과정일 뿐임을 보여주신 선배님은 술과 연회의 신이자 부활의 신 디오니소스.



이렇게 글을 올리자 단톡방이 뜨거워졌다. 너그러운 선배님들은 공감해주시고 자신의 모습 혹은 서로의 모습을 상상하고 즐거워했다. 나는 현실로 돌아와 브런치에 연재할 니체에 대한 글을 고민하다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디오니소스와 니체 사이에서 상상치도 못한 연결 고리를 찾아냈다.     



디오니소스적 인간    
 
삶의 가장 낯설고 가혹한 문제들에 직면해서도 삶 자체를 긍정한다.
자신의 최상의 모습을 희생시키면서 제 고유의 무한성에 환희를 느끼는 삶에의 의지,
이것을 나는 디오니소스적이라고 불렀다     



니체가 말한 디오니소스적 긍정의 철학이다. 니체는 행복을 불행과 같이 크는 나무라고 정의했다. 불행 속에서 나의 행복을 다시 조명할 수 있고 나에게 소중한 것을 찾을 수 있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은 불행 속에서도 긍정을 찾아낼 수 있는 힘이다. 자기 자신을 긍정하고 세계를 긍정하는 디오니소스적 인간은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이제 나는 명령한다
차라투스트라를 버리고
그대들 자신을 발견할 것을     


니체의 묘비명에 적혀있는 이 문장은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라는 아모르파티와 같은 의미의 문장으로 다가왔다. 나는 이제 어릴 적에는 믿지 않았던 상처 많은 인생이 더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조금씩 깨달아 가는 중이다. 지혜의 여신 아테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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