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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는 구원을 향한 간절한 기도였다-프란츠 카프카

부조리하고 비논리적인 대한민국 현재 상황은 카프카에스크 Kafkaesk

by 박소형 Jan 07. 2025

#부조리한대한민국     


장면 1. 권력자에게 법이란 지켜야 할 의무가 아니라 자신의 이익을 위해 휘두를 수 있는 칼
장면 2. 참사를 당한 유족들에게 위로의 말이 아닌 악플을 다는 사람들     


요즘 우리나라의 부조리하고 비논리적인 상황을 보면서 떠오르는 단어가 있다.     


카프카에스크 Kafkaesk      


“카프카스럽다” 또는 “카프카적이다”라고 번역되는 이 단어는 부조리한 미궁의 연속 같은 현실에 직면한 느낌을 뜻한다. 카프카에스크의 특징은 현실과 동떨어진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 펼쳐지거나 강력한 권력에 의해 개인이 억압되고 무력하게 느끼는 상황이라고 한다. 위대한 작가 카프카에게는 미안하지만 고구마 100개 먹은 듯한 요즘 우리나라의 상황이 딱 카프카스럽다.     





그런데 어떻게 작가 이름이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형용사가 되었을까?

카프카의 작품 <변신>에서 주인공 그레고르가 갑자기 벌레로 변하는 것처럼, 일상적인 삶에서 벗어난 기괴하고 비현실적인 사건들이 발생하는 특징을 강렬하게 보여주었기 때문에, 그의 이름을 따서 '카프카에스크'라는 단어가 만들어졌다. 특히 현대 사회에서 많은 사람이 느끼는 불안, 소외, 권력에 대한 무력감 등을 카프카의 작품을 통해 더욱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추송웅 배우를 단숨에 스타로 만들었던 연극 <빨간 피터의 고백>은 카프카의 작품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을 희곡으로 각색한 것이다. 이 작품은 아프리카에 살던 원숭이 피터가 사냥꾼에게 잡혀 유럽으로 이송되는 도중에 온갖 노력 끝에 사람처럼 살아가게 되는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고독을 표현하였다.     



카프카의 3페이지 분량의 단편 <법 앞에서>는 한 남자가 '법'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문지기에게 가로막히며 시작된다. 남자는 평생 동안 그 문을 열어달라고 간청하지만, 문지기는 단호하게 문을 열어줄 수 없다고 말한다. 남자는 왜 문을 열어줄 수 없는지, 언제 문이 열릴지 끊임없이 질문하지만 문지기는 대답을 하지 않는다. 남자는 결국 문 앞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법학을 전공한 카프카에게 법이란 어떤 의미였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주인공을 통해 법 앞에서 홀로 고립되고 소외된 존재를 표현한 것이 아닐까. 이 또한 현대인이 느끼는 외로움과 닮아있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이처럼 카프카의 작품은 애매모호하고 고독하고 외롭다. 그의 인생처럼.

카프카에게 아버지는 권력을 상징하고 어머니는 불안을 상징한다. 가부장적인 아버지와 우울증을 앓는 어머니 사이에서 성장한 그는 문학을 사랑했으나 자수성가한 유대인 상인이었던 아버지의 뜻대로 프라하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노동 보험 공단에서 일한다.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글을 쓰는 생활이 힘에 부쳤던 걸까. 카프카는 폐결핵 확진을 받는 데 이는 오히려 그에게 일상과 일로부터의 해방이었다. 카프카는 일기에 이렇게 적는다.     



이처럼 힘들 수 없다고 뇌가 말하자,
오 년 만에 폐가 그를 돕겠다고 나선 것이다.     



폐결핵 확진 7년 후에 자신이 쓴 원고를 불에 태워달라는 유언을 하고 마흔한 번째 생일을 한 달 남기고 후두 결핵으로 사망한다. 카프카는 먹거나 말하는 것조차 힘들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침대에 누워 글을 썼다고 한다.     



내면을 사랑한 이 사람에게
고뇌는 일상이었고,
글쓰기는 구원을 향한
간절한 기도의 한 형식이었다.     



이 문장이 그의 묘비명이라고 알려졌는 데 독신이었던 카프카는 체코 프라하에 있는 유대인 가족묘에 잠들어있기 때문에 묘비명 자체는 간결하고 특별한 내용이 담겨 있지는 않다는 말도 있다. 묘비명에 대한 이슈도 카프카의 삶처럼 애매모호하다.    

 


만약 그의 묘비명을 다시 쓴다면 카프카가 친구 오스카 폴락에게 보낸 편지에 쓴 구절을 쓰면 어떨까 하고 적어 본다.     


나는 우리를 깨물고 찌르는,
다만 그런 책들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해.

우리가 읽는 책이
우리를 주먹으로 내리쳐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 책을 읽어야 할까?

(·····)

한 권의 책은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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