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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희 Nov 07. 2023

가장 예쁠 때의 나


 “태희는 참 어른스럽구나!”

 "어머 애가 되게 애늙은이 같네 호호호"

 어릴 때는 이런 말들이 칭찬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더 어른스러운 척하며 어른들 흉내를 냈습니다. 더 많은 칭찬을 기대하며 어른들의 말투를 따라하고, 그들의 인정을 받기 위해 애썼습니다. ‘이런 말을 해야 어른들이 좋아하겠지.’ 그렇게 스스로를 ‘어른스러운 아이’라는 틀에 가두었습니다.


 

  성인이 된 후, 박해윤 작가님의 <해윤의 해피레터> 속 한 문장을 읽고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이 세상에 ‘어른스러운 아이’는 없다.”


 이 문장이 이상하게 저에게 큰 위로를 주었습니다. 어린 시절 저는 단지 어른들의 칭찬이 좋아서 ‘어른스러운 아이’가 되고 싶어했던 것 같습니다. 그때의 저를 돌아보니 애잔하기도 하고, 그 아이에게 이런 말을 해주고 싶었습니다.



 아이는 아이다울 때가 가장 예쁘다.

 

출처 : 멜론앱

 어느 순간부터 인생이 덧없다는 생각이 들곤 했습니다. 큰 보람도 없고, 무엇을 위해 사는지도 모르겠는 그 허무함. 그때 누군가의 훈수가 저를 더 상처받게 했습니다. 그렇게 속상한 마음을 회사 선배 희정 언니와 소희 언니에게 푸념하듯 털어놓았습니다.


 "나름 열심히 산다고 살아왔는데, 뭔가 뜻대로 되는 것 같지 않고, 내가 이렇게까지 해서 얻는 게 뭔가 싶고, 이래저래 생각 없이 출퇴근만 반복하다가 이렇게 사는 게 맞나 싶어 운동이라도 하고 있어. 이런 내 삶이 너무 속상해"     


출처 : 멜론앱


 그러자 희정 언니가 조용히 말해주었습니다.

     

 "나도 그랬어. 그 당시엔 나이도 꽤 먹은 것 같고 이뤄놓은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땐 까마득한 옛날이고 그때의 나는 어렸고, 그땐 그걸 몰랐고, 다른 사람들이 그냥 늦은 게 아닌가 했을 때 ‘늦은 감이 없지 않아 있지’ 하고 나 자신을 꾹꾹 눌러놓은 게 아직도 아쉬워. 그리고 태희 너 이미 잘하고 있고 뭐든 할 수 있는 나이야. 그러니깐 다른 사람들 말에 상처받지 말고 앞으로의 비전을 천천히 찾아보자!"

 

  이 말을 듣는 순간, 내 삶을 응원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그리고 우리 셋 다 다 멋진 사람 되어서 나중에 부자 아줌마 브런치 모임 하자. 남들 일할 때, 우리는 머리 세팅 잔뜩 받고 꾸안꾸로 나와서 브런치 먹는 거야!”

 

 농담 섞인 말이었지만, 미래에는 우아한 일탈도 해보자는 언니의 말이 참 위로가 됐습니다.


 잃어버린 내 자신의 눈빛과 총기를 다시 찾을 시간이 온 것 같습니다. 한 번뿐인 인생, 조금 돌아가더라도 괜찮습니다. 무엇보다 나 자신을 믿고, 나를 지지해주는 사람들도 있다는 걸 잊지 않으려합니다.

 

  사실 사람들은 흥미만 있을 뿐, 남에게 큰 관심이 없습니다. 남들이 뭐라 하건 그들이 원하는 모습으로 보이려고 아등바등 애쓰지 않고, 가장 예쁜 자신을 생각하는건 어떨까요?


나는 내 모습 그대로일 때 가장 빛이 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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