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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희 Nov 22. 2023

꼰대


 “너는 참 요즘 애들답지 않아서 좋아!"

 회사 상사분께서 자주 하시던 말씀이다. 처음에는 칭찬의 뉘앙스라 듣기에 좋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기분이 묘하게 불편한 느낌이 들었다. 과연 나의 또래들이 지칭되는 요즘 애들이란 어떤 이미지일까?   


  

 한동안 나의 별명을 소개하자면 꼰대 + 김태희 = 꼰태희였다. ‘꼰대’는 권위적인 사고를 가진 기성세대를 속되게 말하는 은어로 나의 경험들을 일반화하여 그것만을 옳다고 주장하며 남을 가르치려 든다는 의미가 있다. 보수적인 생각과 행동으로 꽤나 막혀있는 나의 모습들을 보고 친구들이 장난을 치며 부른 말이다. 어딘지 모르게 드는 불편한 감정의 이유를 고민하던 중 재밌게 보던 웹툰에서 그 답을 알게 되었다.     

 


 소방관들의 이야기를 담은 네이버웹툰 <1초> 150화에 소방교육을 하는 장면에서 이런 문구가 나온다.

 "이 장비들, 도움이 아예 안 되는 건 아니지만 현재로서는 실용성이 많이 부족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왜 오늘 우리는 이 수업을 듣고 있는 걸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운다는 것에 익숙해지기 위해서입니다. ∙∙∙꼰대가 되지 않으려면, 언제나 '배운다'라는 개념에 거부감이 없어야 합니다. 지금 장비가 실용성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보여주기식으로 모양만 갖추고 있더라도 더 먼 미래에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가격의 장비가 보급되었을 때, 보다 쉽게 배울 수 있도록 새로움에 거부감을 가지지 않도록 배움의 자세를 몸과 머리에 새겨 넣는 겁니다. 미래에는 머지않아 반드시 배워야 할 장비가 나오게 될 겁니다. 여러분은 지금부터 그때를 대비하는 겁니다. 그래서 오늘 실무적 경험으로 의미 없는 장비를 배워볼 겁니다. 자, 그럼 이론은 여기까지 실습으로 넘어가겠습니다"

 그렇다 나는 꽉 막힌 사람이 되기는 싫었다. 하지만 새로운 것을 다시 익혀야 한다는 부담감에 변화는 조금 무서웠던 것이다.  

   


 한동안 일을 할 때, 내가 정해놓은 틀 안에서 벗어나면 몹시 불편할 때가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별것도 아닌 것들이었는데 이로 인해 ‘융통성이 없다’는 평을 듣고 맞서 싸우곤 했다. 지나고 보면 별일이 아닌데 생각해 보면 참 쓸데없는 에너지를 썼던 날들이 많았다. 사실 어쩌면 무언가 변화하는 환경이 무서워 정해놓은 틀 안에서 바뀌려 하지 않았던 게 아닐까? 어느 날 생각을 고쳐먹고 열린 마음으로 여러 것들을 받아들이다 보니, 가진 것을 지키겠노라는 부담감과 긴장감에 허덕이지 않게 되어 오히려 마음이 훨씬 편안해졌다.       



 요즘의 내가 가장 많이 입에 달고 사는 말은 ‘그럴 수 있지’, 가장 좋아하는 문구는 ‘반박 시, 그대가 옳아요!’이다. 그래 네 말도 내 말도 다 옳기도 하고 다 틀리기도 하다. 싸워서 뭐 하고 세상에 100% 정답이 어딨으랴~.  살다 보니 네 말도 내 말도 다 맞고, 틀린 순간들이 있다. 그리고 당시엔 맞지만 지나고 보니 틀렸던 순간들이 찾아온다. 그러니 나만의 기준으로 남을 재단하여 괜한 훈수를 두지 말고 나 또한 법에 저촉되지 않는 선에서 내 멋대로 살아보자. 그리고 새로움에 거부감을 가지지 않고 배우려는 자세와 의미 없는 고집에 나의 에너지를 쓰지 말 것.     


 그래 뭐 그럴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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