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are a team”
나에게는 참 궁금하고도 밉기까지 한 나라가 있다. 바로 호주다.
그 이유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중 셋이나 호주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중학교 시절 전학 와서 친해진 친구들, 빛나와 유정은 각각 요리와 워킹홀리데이로 호주에 떠나 정착했다. 그리고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인 현정언니는 한국의 치열한 경쟁에서 벗어나 자연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곳을 고민하다가 호주를 선택하게 되었다고 했다.
“다음엔 호주에서 보자!” 늘 장난치듯 이야기하곤 했었는데 정말로 이번 휴가에 현정언니를 보기 위해 지수언니와 호주 여행을 다녀왔다. 오랜만에 만나 서로의 안부를 묻고 한바탕 과거 이야기로 추억여행을 떠났다. 그리곤 현재와 앞으로 계획들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20대 후반에 접어든 우리는 자연스레 가족, 건강, 노화, 직장 생활, 자산 관리 등에 관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아직 어리지만 그래도 매해 이야기하는 주제가 바뀌는 게 새삼 신기하고 재밌었다.
이내 주변 지인들의 결혼 소식을 전하다 자연스레 본인들만의 연애,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러다 자칫 예민할 수 있는 연인과 데이트 비용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얘기하고 싶지 않으면 넘어가도 돼!”
궁금하지만 애써 아니라는 듯이 쿨한 척 조심스레 대화가 시작됐다.
“내가 커피를 사면 연인이 밥을 사는 식으로 나눠서 내고 있어,” 지수언니가 말했다.
나는 ‘꽤나 합리적이네’라고 생각했지만, 현정언니는 조금 다른 의견이었다.
“내 연인 스캇은 내가 너무 계산적이라고 생각하더라.“
현정언니는 현재 호주 사람인 스캇과 연애 중이다. 이게 무슨 말인가 싶어 되물었다.
“왜? 그렇게 생각한대?”
“매번 돈을 낼 때마다 너 한번, 나 한번 기다렸다시피 내는 게 계산적으로 보였나 봐. 그러면서 하는 말이 ‘We are a team!’이라고 말하더라고. 내가 힘들 땐 네가 날 도와주고, 네가 힘들 땐 내가 언제든 도와줄 거야, 매번 그렇게 계산적으로 생각하지 않아도 돼”.
그 말은 나에게 머리를 한 대 맞은 것처럼 큰 충격을 주었다. 나는 과연 지금까지 연인이나 친구, 가족을 진정 ‘한 팀’으로 생각해본 적이 있었을까? 매번 나눠서 계산하고, 나 혼자만의 배려를 했던 순간들이 스캇이 말한 진정한 팀워크와는 거리가 멀다는 걸 깨달았다.
그 이후부터 우리의 여행에서 ‘We are a team’은 마법 같은 주문이 되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혼자 헬스장에 가려던 지수언니를 보며 ‘우린 한 팀이야!’를 외치며 함께 헬스장으로 향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간 헬스장이었지만 나올 땐 누구보다 상쾌하게 가벼운 마음으로 나올 수 있었다. 이후로도 어딘가 가고 싶거나 먹고 싶은 게 생길 때면 우린 한 팀이라는 말을 외치며 함께했다. 계산적으로 딱딱 나누는 게 아니라 ‘우리는 한 팀이니깐 조금의 손해를 볼 수도 있지만 너의 좋은 일은 우리에게도 좋은 일이야!’ 라며 함께했다. 그러다 보니 사소한 의견 충돌 없이 재밌게 여행을 마칠 수 있었다.
한때 누군가를 배려한다 생각하며 내가 하고 싶은 말들을 삼키곤 했다. 그렇게 삼킨 말들은 응어리가 되어 나 혼자 토라지는 이상한 일을 반복했었다. 영문도 모른 채 토라진 나의 이야기를 들은 상대는 나에게 말했다.
"그건 배려가 아니야, 이야기하지 않으면 몰라!"
그 말을 들었을 당시엔 그게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비로소 그 말의 의미를 깨달은 것 같다. 배려 혹은 합리적인 선택이라며 했던 행동들이 사실은 당장의 내 마음이 편하기 위한 행동이었다는 것을. 상대를 배려한답시고 나 혼자 해결하려고 마음을 숨기고 애쓰는 건 팀워크가 아니었다. 문제가 생겼다면 솔직하게 서로 이야기해서 ‘함께’ 해결해 가는 게 같은 팀인 게 아닐까.
앞으로는 우리는 함께하는 한 팀이라는 걸 잊지 않고 나의 사람들을 대해야겠다. 그리고 나도 그들에게 알려줘야지 ‘We are a te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