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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희 Oct 26. 2024

오늘을 함께 걷는 관계

 인간관계는 늘 어렵습니다. 요즘 들어 체력이 예전만큼 따라주지 않아서인지, 사람들과의 만남이 점점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물론 모든 만남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한때 즐겁기만 했던 모임들이 이제는 가끔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는 어쩌면 우리가 변화하고 성장했음을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곰곰이 돌이켜보면, 오랜 관계 속에서 편안함에 안주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대화가 과거의 추억에만 머물거나, 나와 우리의 이야기가 아닌 남의 이야기로만 채워지면 점차 지루해지며 만남의 에너지도 줄어듭니다. 예를 들어, 한 친구와의 대화에서 오직 학창 시절의 기억만 나눈다면, 잠시 반가움이 있지만 끝내 공허함이 남습니다. 현재를 함께 나누지 않는다면 그 만남의 의미는 점점 희미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에 한 친구와 산책하며 나눈 대화가 기억에 남습니다. 그 친구는 새로 만난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서로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한다고 했습니다. 그들은 지금 겪고 있는 일과 앞으로의 계획을 나누며 친밀해졌다고 합니다. 그 말을 들으면서 저 역시 깊이 공감을 했습니다. 현재를 나누는 대화는 서로의 삶을 공유하며 동행자로서의 관계를 쌓아가는 귀중한 시간입니다. 과거의 추억만으로는 그 깊이를 채우기 어렵습니다.     


 반면, 얼마 전 오랜 친구와의 만남은 대화가 주로 학창 시절의 추억에 머물렀습니다. 처음엔 반갑고 즐거웠지만, 시간이 지나고 대화가 끝날 즈음에는 공허함이 느껴졌습니다. 서로의 현재 상황이나 고민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지 않은 채로 과거에만 머문 대화는 그 이상으로 발전하기 어려웠습니다. 만약 그 만남에서 지금의 이야기와 꿈을 나누었더라면, 더 의미 있고 지속 가능한 관계로 발전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우리는 시간이 흐르면서 달라지고 변화합니다. 상대방이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경험을 하고 있는지 진솔하게 이야기할 때, 그 만남은 ‘지금’을 함께 나누는 의미 깊은 기회가 됩니다. 대화가 과거의 추억을 넘어 현재로 나아갈 때, 비로소 그 관계는 함께 걸어가는 동반자로서의 의미를 갖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인간관계는 더욱 복잡해졌습니다. 기술의 발달로 소통은 더 편리해졌지만, 진정한 대화는 줄어들고 있습니다. 우리는 SNS를 통해 서로의 일상을 엿볼 수는 있지만, 그 일상을 진지하게 나누는 소통은 어려워졌습니다. 직장이나 일상에서도 우리는 디지털 소통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졌고, 사람을 직접 만나 소통하기보다는 문자나 메신저로 가벼운 대화를 나누는 일이 늘었습니다. 이러한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인간관계는 쉽게 단절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더 의식적으로 진솔한 대화가 필요합니다.

     

 우리는 당연하게 여기는 일상의 관계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의 내 모습이 상대방에게 남기는 마지막 모습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소중한 사람들에게 더 다정하고 상냥하게 대하려는 작은 노력이 오늘의 관계를 내일로 이어줍니다. 매일의 소소한 대화와 행동이 모여 관계를 만들어가니까요. 오늘을 함께 나누고 서로의 삶을 진심으로 이해할 때, 더욱 깊이 있는 관계를 쌓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모든 관계는 함께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오늘 내가 건넨 한 마디가 내일의 만남에 큰 의미가 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서로의 현재를 나누며 함께 걸어가는 길에서, 우리는 더 깊고 의미 있는 인연을 이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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