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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희 Mar 06. 2024

사랑 1


 상대를 좋아하는 마음이 커지면 쉽사리 겁을 먹었던 때가 있었다. ‘너무 좋아하는 내 모습을 들키면 어쩌지?’, ‘상대가 나를 매력 없다고 느끼거나 피곤해하지는 않을까?’ 하는 마음 때문이었다. 이런 내 모습을 꽁꽁 감추고자 나의 마음을 표현하지 않고 숨기려 했다. 그게 어른스럽고 멋진 연애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커지는 마음을 애써 눌러가며 내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했다. 덮으면 괜찮을 줄 알았던 마음은 결국 곪아 문제가 되어 터지곤 했다. 그렇게 이별을 맞이할 때마다 나는 ‘이럴 줄 알았어’라고 생각하며, 그동안 마음 준비를 했던 것처럼 덤덤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다 꽤나 좋아하는 상대를 만나고 말았다. 자꾸만 커지는 마음에 당황스러웠고 이 마음을 이성적으로 누르고자 노력했다. 그와 나는 서로의 마음이 커지면 커질수록 각자 자신만의 방법으로 서로를 소유하고자 했다. 그는 나를 가둬두려 하고 나는 그가 아닌 다른 것들에 몰입해 감정을 분산하고자 노력했다. 나의 그런 모습에 그는 서운함을 토로하고 날이 선 감정을 주고받은 우리는 폭발하는 서운함을 소화하지 못한 채 결국 파국으로 치달았다.


 시간이 흐르고 이성을 되찾고 나니 아쉬운 부분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지난날의 각자 방식을 버리고 현재의 우리에게 알맞은 방식으로 맞춰갔어야 했는데. 늘 함께 하고파 했던 그를 위했다면 현실적인 상황과 조건을 따지기보다, 함께하는 미래를 이야기하고 내 마음의 표현을 더 많이 해야 했다.


 좋은 사랑을 하려면 각자의 방식에 대해 고집부리지 않고, 서로 다른 방식을 이해하고 타협해야 한다. 만일 상대가 서운한 감정을 표출한다면 본인의 기준과 입장을 말하는 게 아니라 공감 먼저 해줘야 한다. 애초에 그런 상황, 문제를 만들지 않는 게 가장 좋다.  만약 내가 하길 원하는 일인데, 상대는 원치 않아 한다면 이유를 묻고 설득을 해보자. 그럼에도 상대가 강경하게 원치 않는 입장이라면, ‘네가 가장 소중하니까 안 할게’라고 말하며 내가 양보할 수도 있어야 한다.


 연인이 나의 선택을 이해해 줬다면 2배 이상의 사랑을 표현하자. ‘오늘 뭐 힘든 거 없었어?’, ‘마음이 어려웠을 텐데 이해해 줘서 정말 고마워.’, ‘당신이 이해해 줘서 내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열심히 할 수 있을 것 같아.’라는 말로 애정 표현을 신경 써보는 게 어떨까.


 서로를 건강하게 소유하기. 오고 가는 것들이 잘 맞아야 연애도 오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칫 피곤할 수 있지만, 피곤한 만큼 달콤한 게 사랑이지.


 앞으로는 '부단히 노력하고 상대의 노력도 알아주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물론 한쪽에서만 노력해서는 절대 좋은 관계가 유지될 수 없다.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스스로 노력하는 건 평생 해야 하는 일이지만, 그렇다고 일방적인 노력을 계속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연인 관계라면 내가 노력하는 만큼 상대방도 노력하고, 서로가 서로의 노력을 알아주어야 한다. 그러니 나도 상대의 노력을 알아주는 사람이 되어야겠지. 상대방의 변화를 이끌어 내려면 힘들어도 대화로 설득시켜야 한다. 아니면 내가 변하거나. 둘 다 하기 싫다면 그 관계는 이어나가기 쉽지 않을 것이다.


 사람을 바꾸는 건 스스로 하는 반성이다. 그렇기에 둘 다 각자가 스스로 더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해야 한다. 항상 자기 자신에 대해 계속 반성하고 좋은 방향으로 발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장점만 있고 마냥 행복하기만 하면 그건 좋아하는 게 아니라 당연한 상황이다. 단점이 있고 같이 있으면 힘들지라도, 그럼에도 함께하고 싶은 게 진정한 사랑 아닐까.


 관계를 이어간다는 건 서로가 부단히 노력해야 하는 것 같다. 하나 더 배웠다. 오랫동안 이어갈 관계에 대해. 그리고 나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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