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밤이는 상태가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니었다. 앞으로 이어질 글들에 밤이가 어떻게 어디가 안좋았는지 차례차례 언급할텐데, 정말로 끝이 없었다. 그런데 밤이 뿐 아니라 이른둥이라면 비슷한 일들을 겪는 일이 많았다. 일찍 태어났기 때문에 장기가 다 성숙하지 못한 채 세상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물론 건강하게 몸무게만 늘려서 퇴원하는 이른둥이 친구들도 아주 많지만! 안타깝게도 밤이는 그러지 못했다.
가장 처음 맞닥뜨린 밤이의 가장 큰 증상은 두 가지였다.
동맥관 개존증
선천성 심장기형의 일종입니다. 동맥관 개존은 출생 전 태아에서는 반드시 열려 있어야 하고 출생 직후에는 닫혀야하는 대동맥과 폐동맥 사이를 연결하는 부위(동맥관)가 출생 후에도 닫히지 않고 열려 있는 상태를 말하며, 선천성 심기형의 5-10%로 비교적 흔한 기형입니다.
[네이버 지식백과] 동맥관 개존증 [patent ductus arteriosus] (국가건강정보포털 의학정보, 국가건강정보포털)
기관지폐이형성증
기관지폐이형성증은 신생아 호흡곤란증후군으로 인해 인공환기요법과 산소 치료를 받았던 환자에서 발생하는 만성 폐질환으로서, 재태연령이 낮고 출생체중이적은 미숙아에서 흔히 발생한다. 일부 극소 저체중 출생아에서는 신생아 호흡곤란증후군 없이도 무호흡증이나 호흡부전으로 인해 인공환기요법을 필요로 하게 되며, 이러한 경우에도 기관지폐이형성이 발생할 수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기관지폐이형성증 [Bronchopulmonary dysplasia (BPD)] (희귀질환정보)
동맥관개존증의 경우 약물로 동맥관이 닫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상황을 지켜보자고 했다. 폐 쪽은 뭔가 하면 아이가 태어날 때 힘껏 울면서 폐가 확 펴지게 되는데, 밤이는 아마도 제대로 울지 못했던 것 같았다. 태어난 직후엔 기도 삽관을 했고, 며칠이 지난 후 코에 호스를 다는 양압기를 했다. 이 증상 때문에 밤이는 계속 가래가 끓었다.
그 작은 몸으로 커다란 줄들을 주렁주렁 달고 있는 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이 너무 아팠다. 한 동안은 그 줄들이 늘어나면 늘어났지 더 줄어들지 않았다. 면회를 갈 때마다 의사선생님께 물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양압기는 언제쯤 뗄 수 있을까요? 하고. 답은 늘 똑같았다. 나아지는 상황을 봐 가면서도. 그런데 그 나아지는 때가 언제인지는 의사도 알 길이 없다. 아기들 상태는 언제 확 좋아질지, 또 언제 심각하게 안좋아질지 모르는 거라서.
그렇게 난 밤이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또 얼굴을 보기 위해 매일매일 병원에 들렀다. 그냥 아침이 되면 몸이 자동으로 일어나졌다. 준비를 하고 버스를 타고 오전 11시 50분이 될 때까지 어린이 병원 니큐로 출근하는 나날이 이어졌다. 그 시간 니큐의 입구 앞에선 수십명의 부모들이 나와 같은 마음으로 니큐 앞에 서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다. 다 제각각의 근심과 걱정을 가지고 아이를 만나러 오는 것이었다.
정오가 되자마자 나는 빠르게 밤이가 있는 인큐베이터에 가 섰다. 밤이는 주로 자고 있었다. 나는 안을수도, 만질수도 없는 밤이를 인큐밖에서 지켜보며 하룻동안 어떻게 지냈는지를 말해주었다. 얼른 집으로 가자면서 속으로는 한번만 안아보고 싶다고 바랐다. 아직은 꿈도 못꿀 일이라 면회시간이 끝날 때까지 그저 바라봐주는 게 전부였지만.
주치의 선생님은 만날 때마다 무서운 이야기로 겁을 주었다.
약이 듣지 않으면 수술이 불가피 합니다.
피검사도 해야 하고요,
사진에서 **뇌가 하얗게 되어있는 부분(;백질연화증)도 상황을 지켜봐야 합니다.
청각검사를 한번 더 했는데 역시 통과가 되지 않았어요.
물론 이게 겁을 주려는 게 아니라 사실을 이야기 하는 것임을 알았다. 의사가 최악의 경우만 말하는 것도 머리로는 이해가 갔다. 그럼에도 선생님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그날 하루의 기분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지금 이 때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다. 그나마 할 수 있는 거라곤 모유를 짜다 주는 것이었는데, 그마저도 오래 하지 못했다. 체력이 약해진 것과 원래 가지고 있던 빈혈증상 때문이었다. 모유를 조금만 짰을 뿐인데도 금방 어지러워져 눈앞이 빙글빙글 돌았다. 거기에 나는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다시 혈압약을 먹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너무 아쉬웠지만 초유만 니큐에 전달하고 나머지는 분유 수유를 하기로 했다.
처음 모유를 가져갔을 때, 간호 선생님은 주사기에 넣고 호스로 조금씩 흘려주었다. 인큐베이터 밖에서 밤이가 먹는 주사기속 모유가 조금씩 줄어들 때 얼마나 마음이 뿌듯하던지. 많이 먹고 쑥쑥 자라기를 그저 바라고 또 바랄 뿐이었다.
**백질연화증 : 미숙아의 뇌실 주위에서 자주 나타나는 병리 소견으로, 산소 결핍으로 뇌실 주변의 백질부위가 괴사된 것을 말합니다. 이 부분은 하지로 가는 운동신경이 많이 지나가고 있기 때문에 양지마비형 뇌성마비 환아에서 자주 관찰됩니다.
[네이버 지식백과] 백질연화증이란 무엇인가요? (국가건강정보포털 건강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