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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율 Nov 01. 2020

7) 입원할 땐 하더라도 호떡은 먹어야지


20주가 넘어서 나는 산부인과를 옮겼다. 초기에 다녔던 병원은 출산은 할 수 없는 곳이었기에, 가능한 곳을 찾아야 했다. 


나름 수소문 해서 옮긴 병원은 사람이 많았지만 분위기는 좋았다. 특히 담당 선생님이 마음에 들었다. 유쾌하고 내 마음을 잘 헤아려주는 것 같아 진료를 받고 나면 마음이 편했다. 당연히 출산도 여기서 할 거라 생각해 산후조리원도 이 병원과 연계된 곳으로 예약해뒀다. 모든 것은 순조로웠다. 그렇게 생각했다. 29주가 될 때까지, 나는 그렇게 믿고 있었다. 이렇다 할 큰 이벤트 없이 잘 지내고 있었으니까. 


일은 정말 순식간에 벌어졌다. 아니, 어쩌면 갑자기는 아닐지도 모르겠다. 내가 눈치채지 못했을 수도 있으니.


28주에서 29주 사이, 몸이 조금씩 이상하다는 게 느껴졌다. 일단 혈압이 조금씩 올라갔다. 정상 혈압은 120에 70정도. 이즈음엔 슬슬 120이 넘어갔다. 아무래도 신경이 쓰이기 시작해 병원에 들렀다. 선생님은 괜찮지만 조금 지켜보자고 했다. 


그 다음 증상은 몸이 붓기 시작해다는 거다. 손과 발이 조금씩 땡땡해지는 것이 눈에도 보였다. 이래도 괜찮을까? 싶어서 또 찾아봤다. 슬슬 주의해야 한다는 인터넷의 글들이 걱정스러워졌다. 그래도 몸이 붓는 경우는 일반 임산부들도 많이 겪는다니까 또 버텼다. 


마지막으로 몸이 쉽게 지치면서 누우려고 하면 숨이 차기 시작하는 증상이 생겼다. 아, 이제 안되겠다 싶었다. 다시 병원을 찾았다. 의사선생님 표정이 단박에 굳어졌다.



혈압이 엄청 뛰었는데요? 아무래도 소변 검사도 같이 해봐야겠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소변에서 단백뇨까지 검출되었다. 우려하던 상황이 현실이 되었다.‘임신중독’. 그것이 내 증상의 이름이었다.


**임신중독: 임신으로 인하여 콩팥이나 순환 계통 따위의 기관에 생기는 이상을 통틀어 이르는 말. 부종, 단백뇨, 자간(子癇) 따위의 증상이 나타난다.






나는 일반 산모에서 갑자기 고위험산모가 되어버렸다. 


내 담당 의사선생님은 지금 당장 대학병원으로 옮겨야 한다고 했다. 근처에서 가장 가까운 병원은 신촌 세브란스였다. 선생님께서 도와주신 덕분에 나는 곧바로 세브란스 병원으로 향했다. 거기서도 나는 몇가지 검사를 했고, 새로운 의사 선생님과 상담을 했다.


“임신중독 맞습니다. 곧바로 입원 하셔야 합니다.”


선생님은 간결하고 단호하게 말씀해주셨다.


이럴수가! 눈앞이 깜깜해졌다. 단순히 병원에서 검사받고 끝이 아니라 입원까지 해야하다니. 입원이라면 언제까지? 당연히 아이가 나올 때 까지겠지? 그럼 아이 나오기까지 10주나 남았는데 그 기간 내내 병원에 있어야 한 단 말이야? 두달 반이나?


...또 뭔지도 모르고 이런 생각부터 먼저 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정말 난 아무것도 몰랐구나 싶었다. 


그길로 나는 입원실로 향했다. 정말 웃긴 게, 그 와중에도 배가 고프더란다. 나는 그길로 1층에 있는 음식점들을 둘러보고 곧바로 호떡을 하나 사서 손에 들었다. 그리곤 엘리베이터를 타기 직전까지 그걸 야금야금 먹었다. 


“오빠 먹을래?”


신랑은 내가 들고 있는 호떡을 물끄러미 보더니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둘 다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못 하는 거였다. 왜냐하면 병실에 들어간 후로는 이런 자유로운 생활은 당분간은 -아니, 어쩌면 생각보다 훨씬 긴 시간을- 할 수 없게 될 테니까. 그래서 나는 그 순간을 최대한으로 늘려 만끽했다. 


호떡은 생각보다 훨씬 더 달콤하고 맛이 좋았다. 지금도 가끔 생각이 날 만큼. 

(나중에 알고보니 그 호떡집, 이미 병원에서 유명한 명물이었다.)






병원복을 입고 침대에 누워서 나는 임신중독에 대해 검색했다. 그리곤 나오는 무시무시한 결과들을 침을 삼키며 읽어내려갔다. 이미 의사 선생님께 들어서 알고는 있었다. 임신중독일 경우 40주까지 채워서 출산을 하는 경우는 잘 없는 듯 했다. 그때까지 견디지 못하고 보통 일찍 출산하게 된다고. 


계산을 해 보았다. 적어도 36주까지는 버텨야 밤이가 건강하게 나올 수 있을텐데. 그럼 그때까지 6주정도네? 그래. 그 정도라면 버틸 수 있을거야.


내가 잘 버티면 될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게 마음대로 되는 일이 아니었다. 당연하지, 그냥 난 뭘 모른거였다. 너무도 바보 멍청이같이. 멋도 모르고 마음을 놓고 있었다. 사실은 그게 아니었다. 그야말로, 완전히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들이 이렇게나 멋도 모르는 나를 한껏 비웃으며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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