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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5. 파시즘 : 경고

# 매들린 올브라이트 저

by 뽈뽈러


이 책을 구입한 계기는 책 제목과 주제보다는 저자인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국 국무부 장관 때문이었다. 세계적 또는 역사적 인물에 관심이 많은 성격 탓에, 나는 일찍이 저자가 현직에 있을 때부터 주목했었다. 특히, 이 책에도 나와 있듯이 저자가 북한을 방문하여 김정일과 함께 북한의 대규모 집단체조 공연을 관람하는 뉴스가 당시에 꽤나 인상 깊었다. 그래서 그녀의 개인사를 살펴봤던 기억도 있다. 아무튼 그러한 계기로 국내에 출판되자마자 책을 샀는데, 읽어보기는 1년 반이 훌쩍 넘어 이제야 완료했다.




체코 출신, 유대인, 2차 세계대전, 망명과 이민, 미국 국무장관 등의 대략적 이력을 인지하고 있는 상황이라 책의 내용은 어느 정도 예상되었지만, 경험 내용이 충실히 반영되고 또한 과거가 아닌 현재의 상황들에 기반하여 서술하고 있어서 한결 재미있고 읽기 좋았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헨리 키신저가 '질서', '중국이야기' 등을 통해 국제관계를 다룰 때면 뭔가 조금은 학문적 느낌의 서술이란 인상을 받았는데, 이 책은 비교적 최근의 공직경험을 통해 현재의 시류를 자신만의 감각과 견해로 담담히 풀어내는 느낌이다.




그리고 파시즘이란 단어는 우리 사회에서도 좀 더 확장성을 띠는 것 같다. 일부 정치권의 특정한 행태에 대한 비판적 인식이 고조되는 상황이어서인지 각종 언론에서 사설, 칼럼, 기사를 통해 그 사용 빈도수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시대는 그 시절만의 파시즘이 있다'(프리모 레비)는 이 책의 인용문처럼 지금 우리 사회는 과거의 군사독재, 권위주의 시대와는 또 다른 파시즘의 시대에 직면한 것 같다는 비판론이 비등해지는 것 같다.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누구라도 그 과정에서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니체)는 이 책의 인용문에 빗대어보자면, 각자 다시금 스스로를 되돌아봐야 하는 건 아닐지 싶다. 이 책의 역사적 사례와 저자의 견해를 흡입하면서 민주주의가 훼손되고 그 정신마저 왜곡 변질되는 전 세계적 현실이 계속 오버랩됐다.



2020. 11. 23.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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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다 읽고 나서 다시 표지를 보다가 타일러 라쉬라는 이름에 눈길이 갔다. 생각해보니 한국말을 매우 잘하고 한국사도 해박한 미국 시카고대 출신의 그 외국인이었던 것이다. 그래서인지 번역문 특유의 어정쩡한 문장들이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정말 매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김정호라는 분의 번역 역시 훌륭했기에 책 읽기가 한결 순조로웠을 것이다.


2020. 12. 30. 연말을 앞두고 올려보는 앞선 독후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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