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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9. 아몬드

# 손원평 저

by 뽈뽈러


어제, 서점에 들렀다가 드디어 구입한 책 '아몬드'.


지난여름부터 서점에 가면 항상 마주했던 이 책. 베스트셀러라면서 판매대에 한가득 놓여있는 것이 항상 눈에 띄었는데, 그러던 차에 얼마 전에도 신문의 북리뷰 코너에서 여전히 사람들이 제일 많이 찾는 책이라고 나와 있길래 그래 한번 읽어보자는 마음이 들었고, 그래서 구입하자마자 어제오늘 단숨에 읽었다.




'아몬드'. 늘 궁금하긴 했다. 책 제목이 왜 아몬드일까라는. 다소 어둡고 알 수 없는 표정의 아이 얼굴 위에 쓰인 아몬드. 읽어보면서 그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었다. 태어날 때부터 '희노애락애오욕'의 감정을 느끼지 못하고 그래서 공감하고 소통할 수 없는 아이 윤재. 윤재는 이러한 감정을 컨트롤하는 머릿속 전도체가 발달하지 못하여 사람들로부터 괴물 취급을 받으면서 자라나는데, 바로 그 전도체가 아몬드처럼 생겼다고 해서 그런 상징으로써 책 제목이 아몬드였던 것이다.


그리고, 어릴 적 놀이공원에서 엄마의 손을 놓치는 바람에 고아가 되어 이곳저곳을 전전하며 거칠게 살아온 곤이. 열여섯의 나이에 드디어 친아빠와 상봉해서 함께 살아가지만, 그간의 삶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선입견은 그를 다시 거친 삶으로 내몬다.


곤이 친엄마의 임종과 죽음을 계기로 동갑내기 윤재와 곤이가 서로 알게 되고, 이후 갖가지 사건을 통해 이 둘은 진정한 우정을 형성하고 곤이는 새로운 삶에 대한 의지 또는 발전적 모습이 될 수 있음을 암시하면서 책은 끝이 난다.


한편, 남과 다른 윤재에 대한 엄마와 할멈의 지극정성, 엄마와 할멈의 충격적 사건 이후 좋은 후견자가 되어주는 심 박사, 잃었던 아들 이수(곤이)를 다시 찾은 이후 겪는 갈등과 힘겨움 그리고 내적 원망에도 불구하고 종국에는 아비로서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윤 교수, 어쩌면 윤재에게 비정상적 전도체를 활성화하고 성장시켜준 계기가 된 건지도 모르는 첫 키스의 이도라.


윤재와 곤이는 이런 인물들과의 관계를 통해 마음을 나누고 때로는 다투기도 하면서 일종의 성장을 해나간 게 아닌지 싶다. 그리고 엄마와 할멈의 비극적 사건으로 시작하는 구성과 마지막까지도 윤재의 죽음으로 끝날 것 같은 내용을 보면서 나는 은근히 가슴을 졸였다. 어쨌든 살아나서 뭔가 해피엔딩으로 마치면 좋겠다는 바람 때문에. 다행히 윤재도 그렇고, 오랜 시간 식물인간 상태였던 엄마도 깨어났다. 그리고 마주하면서 흘리는 뜨거운 눈물. 윤재의 '아몬드'는 그렇게 다시 성장했고, 앞으로도 새롭게 다듬어질 것 같은 느낌이다.




새해에 대한 기대보다도 연말을 훈훈하게 마무리하고픈 마음이 컸던 것 같다. 얼마 남지 않은 올해를 이 소설로, 그리고 따뜻한 결말을 기대하고 또 그렇게 되어서 그저 좋다. 어제 책을 살 때 그 전에는 보지 못했던 청소년 권장도서라는 안내문이 눈에 띄었는데, 읽어보니 알 것 같다. 그리고 중간중간에 언뜻 든 생각이, 드라마나 영화로 나와도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군더더기 없이 내용의 전개가 시원시원했고, 인물 간의 관계라든지 전체 짜임새가 글이 아닌 영상으로 펼쳐져도 괜찮아 보여서였다.


지금 내 앞에서 놀고 있는 곧 10살이 될 아들 녀석을 보면서, 앞으로 이 아이는 어떻게 성장해나갈지 궁금해지면서 기대도 된다. 평범함이라는 것은 오히려 쉽지 않은 것이기에, 그것을 위해 맞닥뜨리겠다는 윤재. 그리고 이를 돕는 심 박사. 아들의 '평범'한 성장을 위해, 심 박사 같은 면모가 내게도 점점 필요할 것 같다.


2021년 새해는 내 주변 모두가 '평범'한 성장을 순조롭게 이뤄나가는 해가 되기를 소망한다.


2020. 12. 31. 신년을 몇 분 앞두고.


KakaoTalk_20201231_233152102_02.jpg 육아휴직 4개월 동안 읽은 책들. 새해는 두루두루 더 많은 책들을 읽고 싶다. 남은 8개월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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