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도훈 저
2021년 새해 처음으로 읽은 책, '우리 이제 낭만을 이야기합시다'. 이 책은 작년 5월, 몇 달 동안의 바쁜 회사 상황이 끝나고 조금은 여유가 들던 시기에 서점에 들러서 몇 권 구입한 책 중 하나다.
산문, 에세이는 이제 내가 꼭 살펴보는 책들이다. 이 책도 그래서 눈에 띄게 된 것인데, 먼저 낭만을 이야기하자는 책 제목에서 위로 콘셉트류의 에세이나 산문보다는 좀 더 경쾌하고 밝은 느낌이 들 것 같아서 집어 들게 됐고, 거기에다 책 하단의 별도 표지에 배우 윤여정이 추천하는 책이라는 것에 무작정 이끌려 결국 집으로 가져왔다. 그리고 책장에 고이 숨 쉬고 있던 것을 이제야 다 읽었다.
새해에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신년을 시작하자는 의미 때문이었고, 낭만이라는 단어가 그렇게 해줄 것 같아서였다. 그런데 솔직히 책을 읽는 내내 '우리 이제 낭만을 이야기합시다'라는 제목이 왜 나온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책의 내용과 낭만이라는 단어가 그렇게 연결되는 느낌은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찾기 어려운 과거 어느 한 시절의 즐거웠던 추억, 여유, 재미와 즐거움. 뭐 이런 것을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낭만이라고 한다면, 이 책은 과거뿐만 아니라 현재의 상황들에 대해서도 본인이 겪은 소회와 생각들을 담아내기에, 오히려 70년대생 엑스세대의 요즘 생각 또는 요즘 시대 관찰기로 정리하는 게 어떨지 싶었다. 글 곳곳에서 70년대생으로서의 정체성이 담긴 시각과 생각들이 자주 표현되었기에.
※ 나는 책을 다 읽으면 항상 서문, 작가의 글, 에필로그 같은 것을 다시금 읽곤 하는데, 이 책 역시 서문을 다시 읽으면서 저자가 왜 제목을 이렇게 했는지 알게 됐다. 그리고 사전적 의미의 낭만이 통상적 생각과는 조금 다른 내용일 수 있다는 점도 알 수 있었다.
지금까지 읽었던 산문집이나 에세이와 비교하면 이 책은 저자 자신의 일상과 상황들 그리고 과거의 기억들에 대해 정말 솔직하고 유머러스하게 정리한 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윤여정 등 유명인의 추천사가 빈 말이 아님을 느꼈다. 마산이라는 고향과 비슷한 연령대에서 찾을 수 있는 공감대, 비록 지금은 담배를 피우지는 않지만 저자처럼 한때 나 역시 커피와 담배를 한 세트로 생각했던 점, 택시에 대한 비슷한 관점 그리고 갖가지 허영을 유쾌하게 서술하는 글 등 책 읽는 재미가 꽤 쏠쏠했다.
영화에 빠져 영화를 다루는 잡지사 기자가 된 이력에 걸맞게 대부분의 글에서는 영화 한 꼭지가 항상 등장하는데, 솔직히 아는 영화는 거의 없었다. 그런데 글들이 재미가 있다 보니, 재미없게 다룬 영화조차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번 '네루다'처럼 그렇게 연결의 연결이 이어질 것 같은 기분이다. 한편, 패션에 대해서도 꽤 비중 있게 다뤄지는데, 영화와 마찬가지로 저자가 언급한 패션 아이템들을 살펴보고 싶은 호기심이 들었다. 우리가 모르는, 아는 사람들만의 패션 브랜드와 아이템이 그렇게나 많은 건지 놀라움이 들었기 때문이다.
코로나는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다. 그래서 새해는 별반 다를 거 없이 다가온 느낌이다. 하지만 이전과 똑같이 생활해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제는 좀 더 경쾌하고 유쾌한 기분으로 1월을 살아보고 싶다. 그래서 '낭만'을 찾았고, 웃음과 유머 그리고 또 다른 직업군의 사유, 나와 다른 시각과 견해를 알게 되어서 좋았다.
아무쪼록, 우리 이제 낭만을 이야기할 수 있는 여유가 모두에게 깃들기를 소망한다.
2021. 1. 7. 대평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