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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오늘도 하다 0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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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루메제니 Sep 05. 2022

나는 오늘도 되뇌인다

그런 날이 있을 뿐, 그런 내가 아니다.
하지만 그런 날을 반복하면 그런 내가 된다.

망연자실. 자책의 늪에 빠지기 딱 좋은 날이 있다. 그럴 때 안간힘을 쓰며 나 스스로에게 되뇌는 말이다. 나만 잘하면 되는데 내 실수나 착오로 망친 그런 날. 내 생각대로 순조롭게 별 일 없이 지나가면 날만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그렇지만은 않은 게 인생이다. 절대로 이러지는 말아야지 했던 실수를 하기도 하고, 타인으로부터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하기도 한다. 그런 날은 평소보다 더 지치고 짜증 나고 피곤하다. 그런 날일수록 주변에 신경 쓰는 만큼 나도 돌보아야 한다. 하지만 돌보기는커녕, 어떻게 보일까 하는 생각이 풍선처럼 부풀어 올라 더 힘들어지기 시작한다. 나의 실수를 돋보기로 확대해서 들여다보고 스스로를 괴롭힌다. '내가 하는 일이 항상 그렇지 뭐..', '그런 말을 하다니, 난 쓰레기야.', '하필 내가 껴서 다 망했네 망했어.' '다음부터 이 비슷한 일이라도 있으면 끼지 않는 게 상책이야.' '난 안돼.'

한두 번 지각할 수 있다. 지각한 날에 집중하기보다 제 시간을 잘 지키는 나를 상기시키고 유지해본다. 한두 번 코가 삐뚤어지게 술을 마실 수도 있다. 한두 번의 그런 날이, 술을 마시지 않은 매일을 이길 수 없는 법이다. 한두 번 화를 참지 못해서 싸울 수 있다. 어쩌면 마땅히 그래야 할 사건에 대한 마땅한 반응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한두 번 그런 일들이 세네 번, 매번으로 반복된다면 나는 그런 사람이 된다. 가만히 보면, 매번 반복하는 사람들은 정작 본인은 그럴만한 상황이어서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말하기 바쁘다. 도리어 그런 날이 어쩌다 한 번인 사람들일수록 그런 날에 유난히 자책을 심하게 한다. 그 실수 때문에 움찔하고, 주저하고, 머뭇거리게 돼서 계속해서 어긋난 하루를 쌓아간다. 그렇게 지내다 보면 다시금 자책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시작된다.

악순환의 시발점은 끊자. '아.. 오늘은 좀 그런 날이네' 하며 흘려보낼 수도 있어야 한다. 다시는 반복하고 싶지 않은 실수나 생각하고 싶지 않은 부끄러운 과거를 스스로 붙잡고 괴로워하기에는 오늘이 너무 소중하다. 그것들이 매번이 되지 않도록 실수로부터 배우고 털어버리자. 개운하게 샤워하고, 어울리는 옷을 입고, 좋아하는 향수도 뿌리고, 얼굴에는 가벼운 미소를 지어보자. 선순환의 시작을 맞이하는 의식이다. 그렇게 새로운 마음과 기분으로 좋은 일들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그럼 거짓말처럼 좋은 일이 생긴다. 그렇게 좋은 날들이 반복되면 이전보다 좋은 나를 만날 확률도 점점 높아진다. 과거를 바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지금 현재에 충실하는 거라고 한다. 그리고 바로 오늘이 그런 나를 만나기에 완벽한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