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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메제니 Oct 29. 2022

나는 오늘도 여행을 한다

 여행을 좋아한다. 여행을 하면 일상에서 접하기 힘든 새로운 것들을 보고, 배우고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것을 하거나 배우는 것은 모두에게 이롭다. 어떤 것이든 알게 되고, 할 수 있게 되면 삶의 바운더리가와 선택지의 범위가 넓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종종 여행을 떠난다. 통상 특별히 새로운 곳으로 떠나는 것이 여행이라고 칭한다. 그러나 나는 떠나지 않고도 일상에서 여행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 일상에서 매일 지나가던 길이 아닌 새로운 길로 가거나, 매일 하던 것이 아닌 새로운 것을 하거나 배우는 것이다. 


하지만 언제나 새로운 도전을 가로막는 생각이 있다. '잘' 해야 한다는 생각과 '굳이' 지금 일 필요는 없다는 생각. '잘' 할 수 없을 것 같으니 내가 처한 상황을 조건부로 갖다 붙인다. "아이들만 키워놓으면, 부모님이 완쾌되시면, 이 일만 다 끝내면, 대출금만 다 갚으면...." 들여다보면 그런 무언가 새로 시작하기 꺼려지는 상황이란 건 누구에게나 존재한다. 무엇을 하기 조금 더 괜찮은 시기는 있어도 완벽한 날은 없다. 보면 항상 완벽한 날은 이미 지난날이나 먼 훗날 존재한다. '그때 했었어야 했다' 읊조리며 살지 않는다. 지금이 적기라고 생각하며 조건부는 진행형으로 바꾼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부모님을 돌봐드리면서, 이 일을 하면서, 대출금을 갚아가면서.. "라고 말이다.


나는 서툴지만 도전하고 싶고, 배우고 싶은 분야에는 거침없이 발을 담근다. 그리고 나아가는 속도가 어떻건 간에 쉽사리 제자리로 돌아오지 않는다. 그렇게 한 발짝 한 발짝 띄다 보면 내딛는 만큼 조금씩 앞으로 나아간다. 처한 환경과 상황 탓에 집중하지 못해서 헤매고, 다시 제자리일 때도 많다. 하지만 그 시간이 쌓여 결국 체력이 좋아지는 걸 느낀다. 그리고 결국 그 전보다 잘 해내는 나를 만나게 된다.  나의 알량한 진보가 누군가의 큰 보폭보다 작을지라도 기특하다. 그리고 여행 중이라 즐겁다. 그렇게 즐겁고 기특한 마음을 한 번 두 번 들기 시작하면, 다음 새로운 여행은 혼자라도 떠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게 된다. 이런 자신감을 얻게 되는 건 스스로 행복할 수 있는 확실한 선택지를 하나 획득한 것이다. 


여행 중일 때는 잘 보이지 않는다. 그 여행이 내게 주는 의미를. 그러나 돌이켜 생각하면 하지 말았어야 했다는 여행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망하면 망한대로, 성하면 성한 대로 그것이 주는 교훈이 있었다. 그리고 그 교훈이 내 삶에 얼마나 큰 역할을 했는지는 항상 뒤늦게 깨닫는다. 살면서 모든 경험을 다 해 볼 필요도 없고, 모든 곳에 다 가 봐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내가 해 보고 싶은 걸 해 보고, 배우고 싶던걸 배우고, 가 보고 싶은 곳에 가면 그걸로 충분하다. 오늘만큼은 얼굴에 살포시 미소를 띠고, 마음은 가볍게 동시에 넉넉하게 시작해보자! 나는 오늘도 여행을 한다. 아름다운 지구별을 여행을 의무와 책임만으로 채우기엔 몹시 아쉬운 나날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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