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루메제니 Oct 14. 2022

나는 오늘도 루틴으로 나를 애정한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요즘 하고 싶은 것이 영어라서, 운동이라서, 독서라서, 여행이라서, 글을 쓰는 것이라서, 세상을 알아가는 것이어서 참 다행이라고. 우리는 행복과 불행에 많은 시간과 돈, 에너지를 쓴다. 행복과 불행은 사실은 감정(기분)이다. 행복한 감정, 불행한 감정. 기분이 우울해서 기분 좀 나아지게 하기 위해 무언가 사고, 먹고, 쓰고. 기분이 아주 좋아도 축하하기 위해 사고, 먹고, 쓴다. 다행이라며 위에 나열한 것들에 시간, 돈, 에너지를 쓰는 것은 행불행에 상관없이 내 삶에 에너지를 축적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도로 위 자동차가 굴러가려면 에너지 필요하다. 어떤 차는 경유, 어떤 차는 휘발유, 또 어떤 차는 전기를 필요로 하다. 인생이라는 길 위에서 나아가려면 삶에 대한 애정 에너지가 필요하다. 동물과는 다르게 인간의 뇌는 훨씬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습득할 수 있다. 하지만 삶에 애정이 없어지면 배움에 인색해진다. 스스로 서는 것에 관심이 없고, 쉽게 굴복하고, 불편을 감내하고 살아간다. 방향을 잃지 않으려면, 내 삶의 애정 에너지를 차곡차곡 쌓아야 한다. 독립적인 인격체, 내 삶의 길을 스스로 선택하는 결정권을 가진 나를 만드는 에너지를.


밖으로 소비하며 나를 사랑하는 방법도 있지만, 안으로 쌓아서 나를 사랑하는 방법도 있다. 언어나 악기를 습득하는 것. 내 몸을 움직이고 스포츠를 익히는 것. 읽고 쓰는 것. 이것들은 내 삶에 에너지가 되는 자기 계발이고 단련이자 나를 사랑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제 아무리 똑똑한 절도범이라도 절때 빼앗아 갈 수 없는 것이 습득과 체득이고 배움이다. 나는 매일 스스로 정한 약속을 지키고, 배움이나 습득을 위해 앉아있는 시간이 나의 삶을 향한 애정에 비례한다고 생각한다.


3년 넘게 함께 하는 영어 스터디 모임이 있다. 우리 모임의 본질을 들여다보면 영어는 매개체인 것뿐이고, 그 안에 있는 모든 이들이 자신을 위한 에너지를 축적하고 있다. 사랑의 에너지는 몹시 커서 사람을 움직이게 한다. 자녀를 대하는 인간의 태도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살다 보면 나자신보다도 더 소중한 존재를 만나게 된다. 내게 너무 소중한 존재에 나를 다 쏟아 버리면 어느새 나를 향한 사랑의 에너지는 너무도 약해진다. 나를 위해서는 무언가 하는 것은 사치라는 생각을 하고, 무언갈 하고 싶어도 쉽사리 시작 못하는 분들이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특히나 엄마들의 경우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고 잘하고 싶은지 보다, 아이가 어떤 것을 좋아하고 잘하는지가 중요해진다. 물론 그런 관심과 사랑이 가족을 지탱하지만, 나 본인을 향한 사랑의 에너지도 꼭 필요하다. 나와 한 약속을 매일 지켜나가면 수행 성취를 하기되고 저절로 자기 신뢰가 높아진다. 하루하루 차곡차곡 쌓이는 루틴의 시간들이 나를 한 번 더 생각하게 한다. 그 생각들이 모여 나를 사랑할 수 있는 에너지가 생긴다.


남에게 관심이 많으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내 맘 같은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쏟는 관심과 애정만큼 내 삶도 시간을 내어 애정 해주어야 한다. 나만의 루틴을 가지고 싶어도 처음에는 어색하고 막막하다. 그리고 뭘 하더라도 혼자서는 유지가 힘들다. 요즘은 온, 오프라인 가리지 않고 좋은 스터디들이 많다. 평소에 하고 싶었던 분야의 스터디에 들어가서 함께 한다면 루틴을 유지하기 훨씬 수월 할 것이다. '어떻게 해라'라고 시키는 사람이 밑에서 수동적으로 참여하기보다는 '함께 하는 사람' 포지션으로 내 것을 꾸준히 쌓아가는 것을 추천한다. 결이 비슷하고 하고 싶은 것이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 서로 함께 하는 것만으로 든든하고 위안이 된다. 세상에는 내가 좋아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꾸준히 할 수 있는 힘이 생기면 그곳에서 아주 괜찮은 친구들을 사귈 수 있는 건 덤이다. 하고 싶은 것이 있고, 꾸준히 할 수 있는 나와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다는건 큰 행운이다. 오늘은 그런 시작을 하기에 적당한 날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루틴으로 나를 애정 한다.


이전 06화 나는 오늘도 고통에게 배운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