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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메제니 Oct 18. 2022

나는 오늘도 핸들을 잡는다


언젠가 부터인지 운전을 하지 않고 보낸 날이 손에 꼽는다. 나는 매일 자동차 핸들을 잡는다. 운전을 하는 사람과 하지 않는 사람의 삶은 분명 다르다. 생활 반경도 다르고, 시간의 쓰임도 다르며, 기동력도 다르다. 나는 차의 소유 여부를 떠나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는 성인이라면 누구나 운전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한 까닭은 운전은 단순 자동차라는 이동 수단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뿐만이 아니라 생활의 자립에 일정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오은영 박사는 한 프로그램에서 육아의 궁극적 목표는 '자립'이라고 말했다. 더해 '간섭과 보호가 아닌 몸과 마음이 부모에게서 자립해야 살아가는 사회 구성원으로 제 역할을 다하도록 도와야 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위라클'이라는 유튜브를 운영 중인 박위라는 사람이 있다. 그는 하반신 마비로 걷지 못하지만 운전을 한다. 그는 유튜브를 통해 하반신마비를 가진 사람이 혼자서 어떻게 차에 휠체어를 싣고 운전을 하는지 과정을 보여준다. 아이들과 몸이 불편한 사람들도 자립하기 위해 오늘도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한다.



자립의 사전적 정의 '남에게 예속되거나 의지하지 아니하고 스스로 섬'이다. 우리는 통상 남에게 기대지 않고 생활하는 것을 자립을 뜻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정의한 자립은 '남에게 예속되지 않되 사람들과 건설적으로 적당히 의존하며 스스로 섬'이다. 각자 이유가 있겠지만, 자립하지 못 한(안 한) 사람일수록 타인에게 하는 의존의 정도가 깊어 누군가에게 부담 내지 걱정을.. 더 나아가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이해 관계 안에서 사는 것인 인간인데, 너무 의존하지 않고 사는 것 또한 삶의 고립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정신적 자립, 생활적 자립, 경제적 자립. 자립은 앞에 어떤 단어가 오는가에 따라서 그 의미가 한층 더 부각된다. 모두 다른 말 같지만 유기적으로 서로 얽혀있다. 정신적 자립이 되지 않으면 생활적 자립도 힘들고, 정신적 자립의 근간은 경제적 자립이기도 하다. 운전은 자립의 상징이다. 자립을 넘어 보호자의 필수 요건이기도 하다. 운전을 하고 누빈 땅 만큼이 나와 내 가족의 삶의 반경이다. 고인물은 탁하다. 물처럼 사람도 고립되지 말고 흘러야 한다. 시골쥐는 차를 타고 서울에 종종 나들이를 가야 하고, 서울쥐는 차를 타고 지방 곳곳에 머물러 봐야 한다. 아직 가보지 않은 곳이 많다. 그러므로 나는 오늘도 핸들을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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