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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메제니 Oct 07. 2022

나는 오늘도 시간을 생산한다

하루는 A 물었다. 애들 키우면서 일하면서 책은 언제 그렇게 읽었느냐고 대단하다고. 나는 당신도 마음을 먹는다면 가능하다고 대답했다. A 대답했다. "너무 바빠, 시간이 없어."라고. 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운동을 하는  시간이 있는 사람들이나 하는 거라고. 심지어는 어디가 아파도 병원  시간조차 없다고. A 하루를 가만히 지켜보았다. 그의 하루는 대부분은 본인이 가진 역할에 끌려다니는 시간으로 채워져 있었다. 역할을 제한 A 자신  자체로 즐기는 취미조차 없었다.


내게 주어진 시간을 내가 지휘하지 않으면 흔하게 벌어지는 일이다. 시간의 쓰임새를 알지 못하면  시간은 다른 이의 일을 하느라 쓰이게 된다. 해야만 하는 의무들로만 가득  하루를 보내고나면  삶을 들여다 볼 여유 따윈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어쩌면 '시간이 없다'라는 말은 ' 마음에 여유가 없다'라는 말이 아닐까 생각했다. 돌이켜 생각하면  역시 그렇게 보낸 시절들이 있었고, 여전히 그런 날들이 종종 있다. 이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지금은  상태를 나름 객관적으로 들여다볼  있다는 점이다. '지금 여유가 없구나.' 라고 인지하고 조율할  있는 능력 갖추게 되었다.


언제부터였을까. 생각해보면 나만의 루틴이 삶에 안착한 후부터였다. 아이들을 보내고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하기 .  시간이 나의 모닝 루틴의 자리이다. 폼롤러 스트레칭을 하고, 영어 스터디를 하고, 다이어리를 체크한다. 현재까지  루틴을 3 이상 지속 해오고 있다. 나는  루틴들이  인생의 전체적인 의미를 상승시켰다고 생각한다. 다이어리를 쓰기 전에는 내 하루에 글을 쓴다거나, 영어 공부를 하고, 스트레칭을  시간은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아이들을 챙기고, 집안일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바빠서이다. 더해서 업무가 많은 날이면 하루라는 시간은 턱없이 부족했다.


하루의 시작에 앞서 다이어리를 쓰는 시간은  앞에 놓인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 자문하는 시간이다.  시간을 통해 나는  시간의 지휘자가 되고 생산자가 된다. 우리는 타인을 위해서 내주는 시간만큼 나를 위한 시간도 확보해야 한다. 특히나 엄마는.  시간은 내가 생산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 시간이다. 내가 생산한 시간원하는 모습을 그리며 나라는 사람이 존재하는 가치를 단단하게 다지는 것이다. 나는 이전의 나보다  많은 역할과 일을 하면서도  여유 있다.  시간이 어디에 쓰이는지 알고 있기 때문에 불안도 대폭 줄었다. 다이어리를 쓰는 행위는  시간을 생산해  뿐만 아니라 중요한 일을 잊어버리는 불상사를 예방해준다. 덜렁거리고 깜빡깜빡하는 내가 때마다  일을 챙기는 에는  몫을 톡톡히 해주는 다이어리가 있기 때문이다.


다이어리에 내게 필요한 , 도전하고 싶은 , 이로운 , 만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시간을 곳곳에 배치한다. 우리는 어떤 것을 하면 기분이 좋아지고 삶에 유익한지 분명히 알고 있다. 그럴 시간이 없는 것이 아니고, 마음의 여유가 없는 것이다.  시간은 하루를 시간 테이블 위에 눈에 보이는 형태로 적어보지 않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관성의 법칙으로 익숙해진 삶에 따로 시간을 쪼개서 새로운  하기 싫은 것이다. 사실 시간은 얼마든지 만들어   있다. 예컨대 지금 당장 보고 싶어 미치겠는 이가 시간을 낸다면 어떻게든 맞추는게 시간아닌가. 간절하거나 재밌거나 나를 설레게 하는 것에는 어떻게든 시간을 내는 것이 사람이다. 그런 선물같은 시간을 미리 배치해 두면 끌려간다고 생각되던 시간도 능동적으로 보낼  있는 활력이 생긴다.


먹을 때는 몰랐는데 먹고 나니 속이 뒤틀리는 음식처럼. 만날 때는 몰랐는데 돌아서고 나면 뒤끝이  좋은 사람처럼. 시간 중에도 그런 시간들이 있다. 똑같이 흘러가는 24시간이지만 나답지 않고, 일말의 포만감도 들지 않는 시간. 뒤끝이  좋은 시간. 만족도는 바닥으로 떨어지고, 죄책감 드는 시간. 실수를 중복해서 낭비하는 시간. 이와 같은 시간들이 살면서 없을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시간의 생산자가 되면 그런 시간들을 줄일 수는 있다. 나는 그런 시간을 내는 나를 닦달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이상  시간이 없다고 투덜대지도 않는다. 자책보다 시간을 요긴하기 쓰는 뿌듯함을 챙긴다. 그렇게 나는 오늘도 시간을 생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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