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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메제니 Sep 21. 2022

나는 오늘도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인다



한 번만 번호를 들어도 잘 외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미세한 표정의 변화도 알아채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스케이트를 신고 단 번에 중심을 잡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또 어떤 이들은 조금만 운동을 해도 근육이 잘 붙는다. 하지만 근육이 잘 붙는 타입이 아니라고 근육이 없거나 생기지 않는 것은 아니다. 운동을 지속적으로 한다면 근육이 생긴다. 근육이 잘 생기는 타입이어도 운동을 하지 않으면 근육이 생기지 않는 것이고, 근육이 잘 생기지 않는 타입이어도 꾸준히 하면 근육이 붙기 마련이다. 오랜 시간 운동을 벗 삼는 이들은 말한다. 몸은 거짓말을 안 한다고, 꾸준히 노력하면 좋아진다고. 각자마다 근육을 만들기 위해 들이는 노력과 근육이 붙는 속도의 정도가 다르기는 하겠지만, 꾸준히 하면 결과는 있기 마련이다. 나는 비단 몸의 근육뿐 아니라 마음의 근육 그리고 생각의 근육도 같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IQ 점수만으로 사람의 지능을 평가하는 시대는 분명히 지났다. 사람마다 타고난 지능의 영역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하버드대학교의 교수 하워드 가드너는 다년간의 연구 끝에 인간의 지능을 8가지로 정리했다. 말이나 글에 능한 언어지능, 스포츠에 능한 신체운동지능, 남들보다 눈치가 빠른 대인관계지능이 등등으로 말이다. 8가지의 지능 중 어느 한 분야에서 특출나게 두각을 나타낸 사람들이 가진 공통적인 지능은 '자기이해 지능', 즉 '자기성찰지능'이다. 이는 다시 말해 자신을 정확하게 지각하고 스스로를 조절할 수 있는 지능을 말한다. '내가 나는 잘 알지'라고 말하고 있지만, 사실 자기 자신을 잘 아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종종 자신이 가진 부족한 점으로 괴로워하는 시간을 자기성찰로 인식하는 경우가 있다. 유달리 우리나라 사람들이 잘못 가진 인식 중 하나이다. 나에게 자기성찰은 보강이다. 단점이 삶에 치명적이지 않을 수 있도록, 점차적으로 단점을 다루는 능력을 보강하는 것 까지가 자기성찰의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유난히 수의 단위와 계산에 밝지 못한 나는 사업 초기에 한 번씩 대금을 치르고 나면 진이 빠지고는 했다. 다른 사람들이면 금방 하는 계좌이체도 이체금액 맨 끝의 공부 터 '일십백천만.. 일십백천만..'을 몇 번이고 되뇌며 이체하고는 했다. 규모가 크지 않은 사업장의 경우 사장에게 실무는 필수다. 그렇기에 사장이 수에 능하지 않는 것은 큰 결함이다. 이럴 때 '이렇게 무능하다니. 어쩌면 모든 것은 내 능력 밖이다. 나는 왜 이게 안될까' 싶은 생각이 들 때도 부지기수였다. 하지만 부족한 만큼 보강할 수 있는 대비책을 세워둘 수 있었고, 한 번 더 확인 할 수 있었다. 물론 실수를 하는 날도 많았다. 그러나 그런 경험은 내 능력을 과신하지 않게 했고, 하나하나 메모를 남겨두고 확인하는 방법으로 지금까지 큰 탈 없이 잘 운영하고 있다. 물론 속도도 정확도도 몰라보게 나아졌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시간이 흘러 나이를 먹었다고 저절로 알게 되는 것은 아니다. 자기이해 지능을 높이려면 경험과 성찰을 반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서 경험이란 큰 경험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작게라도 여러 경험을 해보면서 나를 알아가는 것이다. 낯선 경험 앞에는 늘 새로운 내가 기다린다. 두서없이 말하는 내가, 수에 밝지 못한 내가, 충동성이 강한 내가. 두 아이를 양육하며 햇수로 개인 사업은 5년, 스터디는 3년 운영하고 있고, 지금은 이렇게 글도 쓸 수 있게 되었다. 20대 중반 신생아를 앉고 멍하니 창 밖 하늘을 바라보고 있던 때가 있었다. 그때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삶을 나는 오늘도 살고 있다. 여러 경험 앞에서 외면하고 싶은 나의 모습을 그대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했었다. 내모습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받아드려야 보강이 가능하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방황도하고 괴로워도 하며 그렇게 보냈던 성찰의 시간들이 내 삶의 치명적인 부분들을 조금씩 보강해주었다. 그 시간들은 지우개와 같아서 내가 한계라고 생각하고 그려놓은 경계선을 흐리게 한다. 그 후에 가지는 자기계발의 시간은 그저 치기가 아닌 인정과 성장이다. 균형잡힌 지금의 상태가 한 부분이 독보적으로 월등한 상태보다 안전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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