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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근육, 잃어버린 균형

빛과 그림자 _ 11

by 루메제니

우리 모두 건강한 삶을 꿈꾼다. 맛있는 음식도 즐기고, 취미 운동 하나쯤은 열정적으로 즐기는 라이프 스타일.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맛있게 먹으면 살이 찌고, 운동을 하면 부상을 입는다.


173cm, 70kg. 나는 먹는 것과 운동에 진심이다. 사람들은 운동을 좋아한다고 하면 날씬한 몸을 떠올리지만, 나는 날씬보다는 건장이 어울리는 체형이다. 누군가 나에게 운동을 좋아하는데 날씬하지 않으냐고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운동은 하지만, 다이어트는 안 해서요." 나는 맛있게 먹고, 즐겁게 운동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지향한다. 하지만 요즘 운동 중 부상 입는 일이 잦아졌다.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걸 느낀다. 운동다운 운동을 하고 싶은데,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


곧 40을 앞둔 내 몸 상태는 대략 이렇다. 허리디스크 3개는 이미 터진 지 오래고, 어깨 회전근개와 무릎인대의 과도한 사용으로 염증이 생긴 적이 있다. 좋아하는 운동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재활이 필수였다. 나는 물리치료 대신, 큰 마음먹고 재활 PT 센터에 등록했다.


나는 선생님에게 의외의 대답을 들었다. "지영 씨는 사용해야 하는 근육은 약해지고, 불필요한 근육이 과도하게 발달했네요." 운동에 자신 있던 나는 여자치고 근육량이 꽤 나갔다. 그래서 나름 자부심을 느끼고 있던 터였다. 그런데 근육이 오히려 문제를 일으킨다고?


근육마다 제 역할이 있다고 한다. 한 근육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주변의 다른 근육이 그 일을 대신하려고 과도하게 발달된다고 한다. 그러다 보면 특정 근육만 반복적으로 사용되고, 몸의 균형이 깨지는 것이다. 이렇게 한 번 깨진 몸의 균형은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킨다.


나는 재활 운동을 하며, 과하게 발달된 그 근육을 최대한 쓰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 모습을 본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다. "발달한 근육을 쓰지 않으려 애쓰지 마요. 쓰지 않던 근육을 쓰는데 더 집중하고, 힘을 키워보세요. 약해진 근육이 제대로 형성되면 자연이 균형이 맞춰질 거예요."


선생님의 말을 듣고 문득 우리의 인간관계가 떠올랐다. 과하게 발달된 근육이 몸의 균형을 해치는 것처럼, 한 관계에만 지나치게 의존하면, 전반적인 관계의 균형이 무너진다.


직장 동료와의 관계에만 집중하다 가족과 친구들로부터 멀어진 가장. 연인 관계에 모든 에너지를 쏟는 바람에 직장과 친구들 사이에서 평판이 나빠진 친구. 자녀 양육에만 몰두하다 정작 남편과 사이가 멀어져 버린 아내.

관계에 균형이 깨지면 우리의 전반적인 삶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 한 관계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다른 관계들로부터 위로와 지지를 받기 어려워진다.


그렇다고 중요한 관계를 억지로 줄일 필요는 없다. 대신, 소홀했던 관계들에 조금씩 관심과 시간을 투자해 보는 건 어떨까? 약해진 근육에 집중하여 운동을 하면 몸의 균형이 다시 맞춰지듯이. 다양한 관계들이 건강하게 유지될 때, 우리의 삶도 더욱 풍성하고 균형 잡힌 모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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