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3층 비상구 - 경험의 무지, 생명의 패러독스

#용접 #화재 감시자 #산업안전보건법 #폭발 #김치찌개 #엄마 #일요일

by 별하

“엄마, 오늘 비계 붙은 돼지고기 쑹쑹 썰어 넣은 엄마표 김치찌개 먹고 싶다. 엉, 고마워, 금방 일 마치고 들어갈게”




한때는 경영난으로 폐업하는 주유소가 많았다. 부지가 넓고 지하에 매장된 유류 저장탱크가 크다 보니, 누가 혹 하고 나타나서 매수하는 사람이 안 나타났다. 거래가 잘 안되다 보니 흉물로 남아 있는 폐 주유소가 상당히 많았다.


“폭발화재로, 작업자가 화상을 심하게 입어서 119로 화상 전문 병원으로 후송되었습니다”

“네. 바로 현장으로 갈게요”


두 남자의 조급증, 월요일에 해도 되는데, 성질이 급한 선배와, 경력이 짧은 신입사원은 일요일 브로맨스 작업을 위한 전화통화를 한다.

“일요일이라고 안 하냐 새끼야, 빨리 와봐, 이걸 해야 월요일에 빨리 끝낼 것 아냐”

“그럼 사장님도 나오시는 겁니까, 주임님”

“일요일인데 사장이 나오겠냐, 우리끼리 나가서 기름통만 후딱 떼어내면 되지”

“....................”


폐공장이나 주유소 해체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에 취직한 지 얼마 안 된 ‘을’은 회사 선배인 ‘갑’ 주임으로부터 갑자기 일요일에 작업하기 위해 현장으로 오라는 통보를 받았다. 거절하기에는 현장에서 일을 많이 가르쳐주는, 마치 군대에서 말하면 챙기는 기수쯤 되는 선배이기에 거절하고 싶지만 찜찜한 마음을 안고, 작업장으로 나섰다.


“땅속에 있는 기름통은 다음 주에 하면 되고, 저기에 있는 주유기만 오늘 절단하고 집에 가면 돼, 알았지”

“네. 용접기랑 가지고 올게요”


하기 싫은 공부를 할 때 나도 모르게 졸리는 것처럼, 몸과 머리와 마음은 따로 놀고 있던 ‘을’. 용접기를 이용해서 주유기 해체작업에 돌입했다. 보통 주유소에 있는 주유기는 땅속에 매립되어 있는 유류 저장탱크와 연결되어 있는데, 물론 유류 저장탱크와 연결된 부분은 이미 절단된 상태다.

“엄마, 나 오늘 엄마가 해준 김치찌개 먹고 싶다. 일 조금만 하면 되니까 금방 들어갈게”

“그래, 너 좋아하는 돼지고기 비계 붙어있는 것으로 해놓을게”


일요일은 모두가 쉬고 싶다. 가족과 함께. 그러나 뜻하지 않게 일을 할 때는, 왜 유독 뭔가 먹고 싶은 건지, 신기하다. 모든 사람들이 같을까.


대학 졸업하고, 용접기술 학원에서 기술을 배워 자격증을 취득하고 취직을 한지 얼마 안 된 ‘을’에게는 지금 회사가 첫 회사고, 나름 기술도 배워야 하고, 정말 할 일도 많고 눈치 볼 것도 참으로 많다.


용접기로 절단 작업하는데, 기름이 다 빠져있는지, 잔류 가스가 남아있는 지도 아직 서툴러서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인생의 삶이나 회사에서의 삶이나 나름 쌓은 노하우가 없어, 그냥 시키는 데로 할 수밖에 없다.


주유기 작동 원리를 따져본다면, 주유건을 차량 기름통에 찔러 넣게 되면, 기름구멍으로는 기름이 나가고, 반대로 차량 기름통에서는 공기가 주유건으로 들어오는 형식으로 작동이 된다. 그러다가 적당량의 기름이 주유되면 차량 기름통에서 공기가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 공기가 더 이상 나오지 않음을 감지한 주유건이 자동적으로 ‘턱’하고 레버 작동 소리를 내며 주유가 자동으로 멈춘다. 이는 주유건부터 주유기 내부와 연결된 호스에 기름이나 가스가 조금이라도 남아 있음을 의미할 것이다. 그러나 선배가 하라고 하니까, 기름이나 가스가 남아있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일을 한다.


주유기를 용접기로 절단 작업을 시작한다. 시작 전에 미리 남아 있는 기름이나, 유류 가스 등 부유 분진을 상당 시간 제거해야 하지만, 이미 오래된 폐업 주유소고, 연결부위를 절단해놓았으니 기름이나 가스는 이미 빠져나갔을 것이다. 그리고 오늘은 일요일이니만큼 빨리 일을 마치고 귀가를 해야 한다. 엄마가 맛있는 김치찌개를 끓여놓았을 테니, 마음이 조급해진다. 산소용접기로 주유기 절단을 위한 용단작업을 시작했다. 다량의 불티가 발생하기 시작하면서 불어오는 바람에 날린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았다.

쉭....... 퍽...... 쾅.....


큰 폭발은 아니었지만, 갑자기 어디선가 절단되고 있는 주유기 안에서 폭발 소리와 함께 주유기 밖으로 불기둥이 치솟으며 작업하는 ‘을’을 감싸버렸다. ‘일요일이라 쉰다고 할 것을, 아무 말도 못 하고 온 내가 바보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을 것이다.

산업안전보건 기준에 관한 규칙 제241조 (화재위험작업시의 준수사항)

① 사업주는 통풍이나 환기가 충분하지 않은 장소에서 화재위험 작업을 하는 경우에는 통풍 또는 환기를 위하여 산소를 사용해서는 아니 된다.
②사업주는 가연성 물질이 있는 장소에서 화재위험작업을 하는 경우에는 화재예방에 필요한 다음 각호의 사항을 준수하여야 한다.
1. 작업 준비 및 작업절차 수립
2. 작업장 내 위험물의 사용·보관 현황 파악
3. 화기작업에 따른 인근 가연성 물질에 대한 방호조치 및 소화기구 비치
4. 용접불티 비산방지덮개, 용접 방화포 등 불꽃, 불티 등 비산방지조치
5. 인화성 액체의 증기 및 인화성 가스가 남아있지 않도록 환기 등의 조치
6. 작업 근로자에 대한 화재예방 및 피난 교육 등 비상조치
③ 사업주는 작업시간 전에 제2항 각호의 사항을 확인하고 불꽃·불티 등의 비산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 등 안전조치를 이행한 후 근로자에게 화재 위험작업을 하도록 해야 한다.
④ 사업주는 화재위험작업이 시작되는 시점부터 종류 될 때까지 작업내용, 작업 일시, 안전점검 및 조치에 관한 사항 등을 해당 작업장소에 서면으로 게시해야 한다. 다만, 같은 장소에서 상시·반복적으로 화재위험작업을 하는 경우에는 생략할 수 있다.


조급한 마음에, 오로지 빨리 끝내 가자라는 마음에, 안전에 대한 마음은 생각지 않고, 무작정 작업이 시작된 결과가 불기둥으로 나타났다.

산업안전보건 기준에 관한 규칙 제241조의 2(화재 감시자)

① 사업주는 근로자에게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장소에서 용접·용단작업을 하도록 하는 경우에는 화재 감시자를 지정하여 용접·용단 작업장소에 배치해야 한다. 다만, 같은 장소에서 상시·반복적으로 용접·용단작업을 할 때 경보용 설비·기구, 소화설비 또는 소화기가 갖추어진 경우에는 화재 감시자를 지정·배치하지 않을 수 있다.
1. 작업 반경 11미터 이내에 건물구조 자체나 내부(개구부 등으로 개방된 부분을 포함한다)에 가연성 물질이 있는 장소
2. 작업 반경 11미터 이내의 바닥 하부에 가연성 물질이 11미터 이상 떨어져 있지만 불꽃에 의해 쉽게 발화될 우려가 있는 장소
3. 가연성 물질이 금속으로 된 칸막이·벽·천장 또는 지붕의 반대쪽 면에 인접해 있어 열전도나 열복사에 의해 발화될 우려가 있는 장소
② 제1항 본문에 따른 화재 감시자는 다음 각호의 업무를 수행한다.
1. 제1항 각호에 해당하는 장소에 가연성 물질이 있는지 여부의 확인
2. 제232조 제2항에 따른 가스 검지, 경보 성능을 갖춘 가스 검지 및 경보장치의 작동 여부의 확인
3. 화재 발생 시 사업장 내 근로자의 대표 유도
③ 사업주는 제1항 본문에 따라 배치된 화재 감시자에게 업무수행에 필요한 확성기, 휴대용 조명기구 및 방연마스크 등 대피용 방연 장비를 지급해야 한다.


두 남자는 용접 작업의 위험성을 항상 안고 작업을 해왔고, 앞으로도 해야 하는 매일 반복된 작업, 그리고 일요일에 빨리 끝내야 한다는 조급한 마음으로,‘갑’과 ‘을’은 안전에 대한 상식은 충분히 있었지만. 사고 당일은 과연 안전을 의식하고 작업했을까.

작업 시작 전 가연물에 대한 물질특성을 파악하였을까?, 작업장 주변에 있는 가연성 물질을 제거하거나 안전조치를 취했을까?, 용접 불꽃이 바람에 날림을 예측했을까?, 누가 화재 감시자 역할을 했을까?


폭발 전 용접기로 용단작업을 했던 ‘을’, 그리고 작업을 하게 했던 ‘갑’에 대해 형법 제268조(업무상 과실·중과실 치사상)가 기다리고 있다고 해도, 이미 두 사람은 큰 안전불감증에 대한 대가를 받았다. ‘을’은 불기둥의 품 안에 잠시 머물렀기에 전신에 화상 3∼4도를 입었다. 처벌이 문제가 아닌 고통스러운 전신 화상 치료는 언제 끝날지 모를 것이다.


아쉽게도 산업안전보건법 제38조 위반에 대해서는, 사업주에 대한 문제로, 당시 사업주의 작업지시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의 임의로 벌어진 문제였다. 이는 사업주의 구체적인 작업지시가 없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법률에는 기본 대원칙이 있다. 바로 'keine Strafe Ohne Schuld!' (책임 없으면 형벌 없다)라는 대원칙, 현장에 없었고, 작업지시도 없었기에 책임을 물을 근거가 없다는 게 대원칙이다. 그래서 중대재해처벌법이라는게 만들어진 것이기도 하다. 바로 경영자들에게 근로자들이 안전하게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라고, 안전작업환경, 그러지 않으면 처벌을 불사하겠다는, 바로 이런 의지를 담아 만들어진 게 중대재해처벌법일것이다.


산업안전보건법의 특징은 안전조치 위반행위가 사업주에 의하여 이루어진 경우에 성립한다. 결론적으로 사업주는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작업했던 당사자들만 책임을 질 것이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정말 중요한 것은 돈이다. 특히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이 웬수다. 화상치료는 많은 시간도 필요하고 금전적인 문제도 부각된다. 또한 산업재해로 인한 산재보상 보험처리가 될 것인가는 제일 중요한 안건으로 기다릴 것이다. 당시 사업주의 작업지시가 없었고, 임의적으로 휴일인 일요일에 작업을 했다는 중요한 사실로 인해, 산업재해를 인정받기 위한 싸움은 상당한 어려움으로 부딪칠 것이고 당사자들은 이러한 어려움을 헤쳐나가야 할 숙제를 짊어진 것이다.


위험한 업무를 수행할 때에는, 빨리 끝내야 한다는 조급한 마음보다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안전작업을 위한 절차대로 수행했을 때 진정한 작업의 마무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김치찌개 끓여 놓으라고 하더니 이게 어떻게 된 거니”


화상 전문병원 중환자실 앞 복도에는, 이마에 주름살이 하나 더 늘어난 어머니의 통곡이 메아리칠뿐이다. 지금 중환자실에 누워 있는 젊은 두 남자는 이미 꽃으로 살고 있었지만, 다만 불꽃처럼 살았던 멋진 두 남자, 안전을 조금만 더 지켰더라면 계속 불꽃으로 살 수 있었다는 사실이, 그래도 아픔을 딛고 불굴의 정신으로 불꽃처럼 일어나기를 바랄 뿐이다.




*사진은 인터넷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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