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in Nov 20. 2020

랜선 여행, 이만한 게 없다

요즘 코로나 19로 여행을 떠나기가 쉽지 않다. 지난여름, 한창 국내로 해외로 휴가를 떠나야 할 때 나 역시 어디론가 섣불리 향하지 못하고 그냥 집에 있었더랬다. 그러나 나만의 방식으로 알차고 의미 있게 휴가를 보냈으니, 어쩌면 직접 다녀온 것보다 더 마음의 평화를 얻은 느낌이었다.

이제 날씨가 점점 추워져 보고 있노라면 더 추운 느낌을 받을 수도 있지만 엔딩이 올라갈 때쯤이면 마음이 온기로 가득참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니 복잡한 일상에 쉼표를 찍고 싶다면 이 영화를 추천한다.


안경(めがね, Glasses, 2007)


바로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영화 <안경>. 일본 영화라서 좀 꺼려지는 부분이 없잖아 있기는 한데, 그 부분만 떨쳐내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영화다. 혹자는 도대체 주제가 뭐냐고 할 수도 있고 또 기승전결이 너무 물흐르듯해서 재미가 없다고 할 수도 있을 듯하다. 그러나 그게 바로 이 영화의 매력이다.


등장인물들의 행동이나 말에서 우리네와는 다른, 약간의 이질감을 느끼게 되는데 거기서 오는 깨달음이 아주 크다. 그리고 이 영화는 한 번만 봐서는 안되고, 잊을 만하면 또 한 번 그리고 또 한 번 이런 식으로 봐야 한다. 볼 때마다 그때그때 다가오는 감정과 느낌이 다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2시간이 채 안 되는 러닝타임이 끝나고 나면 왠지 모르게 텅 비어있던 가슴이 꽉 차오르고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는 것이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영화의 배경이 되는 바닷가 마을을 꼭 한 번 방문해보리라 다짐해본다... 혹시 이 영화를 보고 나와 같은 감상이라면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또 다른 슬로우 무비들인 <카모메 식당>, <요시노 이발관>,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도 추천한다.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을 때, 마음이 허전한데 사람으로도 음식으로도 쇼핑으로도 채워지지 않을 때, 그냥 바다가 보고 싶을 때 등 만병통치약 같은 이 영화를 모두에게 추천한다.

이전 09화 마음이 허할 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