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과 번아웃이라는 괴물에게 잡아먹힌 나는 더 이상 일상생활을 제대로 영위할 수 없었다. 결국 회사에도 휴직계를 내고 집 안에만 콕 들어박혀있기를 몇 개월, 그렇게 나는 점점 더 작아져갔다.
가뜩이나 원래 내성적이고 여리고 자존감이 낮았는데 병들어 일까지 쉬니 그 충격은 어마어마했다. 매일 아침 어딘가로 바삐 길을 나서는 사람들과 많은 차들을 볼 때면, 점점 줄어드는 통장의 잔고를 볼 때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음에도 불안감에 휩싸여 자꾸만 약을 찾을 때면 나를 굉장히 한심하게 여겼고 하찮은 존재, 아니 세상에 필요 없는 존재라고까지 생각했다.
그렇게 영원히 사라지고만 싶고 더 이상 방법이 없다는 생각에 휩싸여 있을 때쯤 지금의 상담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고 그분 덕에 나는 한 걸음씩 세상으로 나올 수 있었다. 가장 큰 도움은 바로 '칭찬'이었다.
내 평생 살면서 이렇게까지 많은 칭찬을 받아본 적이 있나 싶었다. 학창 시절 나름 열심히 공부하며 모범생이었던 나지만,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이 정도의 칭찬을 받아본 적은 없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는 더했다. 어쩌다 가끔 칭찬을 받긴 했어도 내가 백의 노력을 하면 겨우 일이십 정도의 칭찬과 격려가 돌아왔다. 욕을 안 먹는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여기며 살아왔다.
그런데 선생님은 뭐든 칭찬해주셨다. 아침 일찍 일어났네요, 참 잘했어요. 힘들었을 텐데도 밖에 나갔다 오다니, 참 잘했어요. 식사를 제때 챙겨 먹었네요, 정말 잘했어요. 매일 일기를 쓰고 있네요, 정말 기특합니다. 오늘 상담을 걸어서 왔네요, 대단해요. 등등
내가 지난날의 일상들을 공유하면 선생님은 진심을 담아 칭찬해주셨다. 밥을 먹고 책을 읽는 것과 같은,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일들을 선생님은 나에게 '해냈다'는 용어를 쓰며 격려해주셨다.
이불 밖으로 나오는 것조차 버겁고 매 끼니 밥을 먹는 것도 힘에 부치는 나에게는 그런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게 받아주는 사람이 있어 진심으로 위로가 되었고 용기를 얻었다.
그렇게 나는 칭찬의 힘을 믿게 되었고 매일 스스로에게 미션을 주기로 했다. 바로 '셀프 칭찬하기'.
적어도 하루에 두 가지 이상의 칭찬거리를 찾아 마음 깊이 감사하는 것이다. 중요한 건 스킨십과 말이다. 생각만 하는 것이 아니다. 거울을 바라보고 하면 더 좋다. 내가 내 어깨를 두드리면서 입 밖으로 칭찬을 내뱉는다. 오늘 아침에 요가도 하고 밖에 걸어서 장 보러 다녀왔네, 정말 잘했어. 오늘은 말끔히 청소도 하고 브런치 글도 썼네, 정말 기특해. 얼마나 사소하고 대단한 일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무언가 '했다'는게 중요하고 칭찬에 나의 마음을 담는 게 포인트다.
별거 아닌 몇 마디지만 효과는 대단하다.
나는 매일 저녁 이렇게 스스로를 칭찬하고 일기장에 꾸준히 기록한다. 그러면 아무것도 아닌 하루가 뿌듯하고 알찬 하루가 된다. 그렇게 아무것도 아닌 내가 기특해지고 나도 꽤 괜찮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린아이들을 보면 밥 잘 먹고 잠 잘 자고 화장실 잘 가는 것만으로도 굉장한 칭찬을 받는다. 이처럼 스스로를 어린아이 다루듯 소중히 다루면 정말로 소중해진다.
자존감은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이라는 뜻이다. 셀프칭찬만큼 나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쉽고 정확한 방법이 있을까. 앞으로도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더 찾고 실천할 것이다. 물론 셀프칭찬도 계속해나가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