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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Oct 22. 2020

마음이 허할 때

인간은 원래 외롭다고들 한다. 이건 오랜 시간 함께 한 친구나 살 맞대고 사는 가족도 해결 못해주는 모양이다. 배우자가 있고 연인이 있어도 자꾸만 외롭다고 한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 무리 지어 산다지만 군중 속에 있어도 근본적인 외로움은 해소되지 않는다.

오랜만에 만나는 지인과의 술자리는 퇴근길을 설레게 한다. 날씨 좋은 주말 연인과의 데이트는 일상의 활력소가 된다. 누군가와 함께하는 시간 동안 즐겁고 많이 웃었더라도, 그들과 헤어져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언제나 헛헛하다. 외로워서 함께하는데, 되려 만나기 전보다 더 허전하다. 가슴에 큰 구멍이 뚫려 바람이 숭숭 지나가는 듯하다.

왜일까? 정말 인간은 원래 외로운 존재이기 때문일까.
어느 주말, 약속도 없고 마땅히 세워놓은 계획도 없던 때가 있었다. 티비도 볼만큼 봤고 잠도 충분했다. 뭐 볼 게 있을까 하여 책을 뒤적거렸다. 몇 장 읽다 보니 재미가 붙어 어느새 한참을 읽고 있었다.
그 주말은 책 읽은 것 말고는 한 일이 없었다. 그러나 누군가를 만나서 맛집에 가고 좋은 풍경을 보러 갔을 때보다 훨씬 좋았다. 무엇인가 가슴에 꽉 채워지는 느낌이었다. 책에서 만난 좋은 문구들은 마치 갖고 싶던 물건이 택배로 막 온 것처럼 나를 기쁘게 했고, 마음에 드는 작가의 이름과 저서를 메모하며 다음 책을 고르는 과정은 멋진 여행 계획을 세우는 듯한 기분이 들게 했다. 참 오랜만에 느끼는 가슴 찌릿한 설렘이었다.

책을 통해 사람을 만나고 세상을 여행한다는 말을 조금 이해할 수 있었다. 독서라는 만남은 단순히 소비성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매력을 느꼈다. 그동안 현실에서의 만남은 나에게 기쁨을 주었지만 그것은 짧고 단편적인 것에 불과했음을 독서를 통해 알게 되었다.

가을은 천고마비의 계절. 햇살은 나들이하기 좋아지고 바람은 선선해서 집순이인 나도 자꾸만 밖을 나가고 싶게 한다.
한편, 그런 날씨의 기운이 사람의 마음을 헛헛하게 만들기도 하는 만큼 누구나 그 빈자리 채우고 싶을 것이다.
나만의 방식으로 그 빈 곳을 잘 채워나가자. 다가오는 겨울을 대비하고 내년을 또 잘 살아나가기 위한 진정한 양분을 잘 비축하자.
굳이 어려운 책, 전문적인 책이 아니어도 상관없더라. 시나 에세이처럼 틈틈이 읽어도 흐름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도 충분히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가을은 정말 독서하기 좋은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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