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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스크 Apr 10. 2021

운동을 그만두니

평형감각이 뛰어난 체조 선수와 피겨선수는 평소 이석증이 와도 흐트러짐 없이 똑바로 걸어서 병원에 들어온다고 한다. 반면 보통 사람들은 이석증이 오면 어지러움에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걸음걸이로 병원을 방문하거나 아니면 앰뷸런스를 타고 응급실에 실려간다. 주변에 의외로 119 구급차를 타본 사람들이 많다. 작년에 아내에게 이석증이 2개월의 간격을 두고 연달아 찾아온 적이 있다. 밤새 편히 잠을 잔 아내는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는데 갑자기 바닥이 쑥 꺼지고 하늘이 빙빙 도는 심한 어지럼증을 느꼈다. 한동안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고 구토와 구역질 증상이 나타났다. 그간의 경험으로 판단했을 때 이석증 증상하고 흡사하여 급하게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나는 아내와 함께 이석증 전문 이비인후과 병원을 갔다.



비디오 안진 검사를 통하여 아내는 이석증으로 진단받았다. 치료를 바로 받고 싶었지만 구토와 구역을 완화시켜주는 주사를 맞고 대략 30분 정도를 기다려야만 했다. 아내는 몸에 힘이 다 빠지고 얼굴이 창백했다. 기다리는 시간은 우리에게 너무 길게 느껴졌다. 어느새 시간이 다 되어서 의사의 주관하에 이석치환술이 시작되었다. 나는 아무쪼록 이석이 쉽게 제자리로 돌아가기를 바라면서 아내의 곁을 지켰다. 다행히 아내의 이석은 제자리로 돌아갔다. 이석증은 겪어 보지 않으면 그 고통을 짐작조차 할 수 없다. 이석치환술은 생각보다는 복잡하지 않은 치료법처럼 보이지만 이석이 어느 부위에 위치하는지에 따라 접근 방법이 달라진다. 따라서 자가치료를 하다 도리어 이석이 더 심하게 꼬이는 경우가 많다고 하니 꼭 전문가를 찾아가는 것을 권한다. 재발 가능성이 굉장히 높은 질병이기 때문에 이후 아내는 상당히 매사에 조심한다. 충분한 휴식과 더불어 면역력을 높이는데 주안점을 두고 고개를 갑자기 젖히거나 돌리는 행동은 경계하며 무엇보다 누운 자세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되도록 앉아 있으려 노력한다.


  

전정기관은 귀의 가장 안쪽 부분인 내이에 위치하고 둥근주머니(구형낭)와 타원주머니(난형낭), 세반고리관으로 이루어져 있다. 둥근주머니는 수직 방향을, 타원주머니는 수평 방향을, 세반고리관은 회전 움직임을 감지하고 이것을 뇌의 중추 평형기관에 전달해서 신체의 균형을 유지하게 한다. 그중에 타원주머니에 평형반이 있고 평형반 안에 젤라틴 덩어리가 있는데 이 끈끈한 덩어리에 붙어있는 탄산칼슘 과립을 우리는 이석(耳石. ear crystal)이라고 부른다. 보통 이석이 젤라틴 덩어리에 붙어 있는 것이 정상인데 나이가 들수록 결합력이 약해져 쉽게 떨어져 나온다. 떨어져 나온 이석은 타원주머니를 돌아다니고 그 수가 많아질수록 세반고리관 안으로 잘못 들어갈 확률이 높아진다. 뒤로 눕거나 고개를 드는 특정 자세를 취할 때 세반고리관 안으로 이석이 들어가는데 이때부터 이석증의 고통이 시작되는 것이다.



세반고리관은 후반고리관, 전반고리관, 수평반고리관이 있는데 대개 이석이 후반고리관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이석증이 발생하면 1분 미만의 짧은 시간 동안 회전성 어지럼증이 오고 머리를 움직일 때마다 어지럼증이 심해지며 구토와 구역질이 동반된다. 머리를 움직이지 않고 정자세로 있으면 증상이 누그러진다. 이석증은 남성보다 여성에게 많이 발병한다. 최근에는 젊은 환자가 늘고 있지만 여성 환자 3명 중 2명이 50대 이상이다. 특히 폐경기의 여성은 이석증에 더욱 취약하다. 이석증은 명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칼슘대사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보고된다. 특히 골밀도가 낮은 사람은 정상인보다 3배 이상 이석증이 많이 나타난다고 한다. 평소에 어지러움을 자주 느끼는 사람은 칼슘 흡수를 돕는 비타민D를 얻기 위해 햇빛에 노출되는 시간을 늘리고 되도록 합성칼슘이 아닌 천연칼슘을 복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얼마 전 아내가 훌라후프 하나를 구입했다. 이석증으로 고생한 이후 아내는 스트레칭과 운동에 무척 열심이다. 모든 운동은 혈액 순환을 촉진하는데 특히 혈액의 순환이 원활하면 이석증 재발 위험이 감소한다고 한다. 훌라후프 운동은 다른 유산소 운동처럼 체지방을 태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30분간 훌라후프를 하는 것이 1시간 동안 6㎞를 빠르게 걷는 것과 같은 효과라고 한다. 요즘같이 실내에서 운동하는 것이 제한을 받고 야외활동도 부족한 상황에 훌라후프는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고 층간소음 문제에서도 자유로와 실내 운동에 아주 적합하다. 골반과 복부 부위에 자극을 주는 운동으로써 소화기관 활동에 도움을 주어 변비를 개선하고 허리 근육을 강화한다. 운동 중 골반 또는 무릎 관절에 통증을 느낀다면 즉시 그만두는 게 낫다. 또한 허리가 약한 척추디스크 환자는 훌라후프 운동이 좋지 않다.



아내는 가급적 가볍게 스트레칭을 한 후에 훌라후프 운동을 시작한다. 발은 어깨 넓이로 벌리고 등은 똑바로 편 채 훌라후프를 돌린다. 한쪽으로만 돌리지 않고 10분마다 방향을 바꿔주고 몸통이 흔들리지 않도록 주의한다. 아내는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훌라후프 운동을 하면 시간이 금방 간다고 한다. 아들은 우리 집에서 훌라후프를 안 떨어트리고 제일 오래 돌리는 사람이다. 또한 신기하게도 한 번에 훌라후프를 세 개나 돌리고 걸어가면서도 하고 훌라후프 안에서 몸을 한 바퀴 돌릴 수도 있다. 평소 아내가 훌라후프 운동을 할 때 아들은 옆에서 함께 철봉 운동을 한다. 키 크는데 도움이 된다고 철봉을 설치해줬는데 철봉에 매달려 스트레칭을 하는 것은 좋은데 너무 자주 매달려서 키는 안 크고 원숭이처럼 팔만 늘어났다. 나는 보통 걷기 운동을 하지만 가끔 훌라후프도 돌리도 홈트레이닝도 한다. 대부분의 운동은 시작하기가 귀찮지만 막상 하다 보면 힘도 나고 개운해진다. 내가 홈트레이닝이나 훌라후프를 돌리면 대체로 빨리 운동이 끝나는 편인데 그럴 때마다 아내는 항상 10분만 더 운동을 하라고 요청한다. 아내는 운동을 하면 건강에도 좋지만 피부에 산소 공급이 늘어나면서 노폐물이 땀으로 배출되고 그러면 '동안' 피부가 된다고 나를 설득한다. 분명한 건 운동을 꾸준히 한 건강한 남자의 얼굴에서는 건강미가 발산된다.




내가 어릴 때만 해도 나이 드신 분은 어린 내가 봐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외모를 보고 나이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은 세상이다. 특히 자기 관리를 잘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다들 어려 보인다. 30대 이후의 얼굴은 자기 관리의 결과라는데 나는 그 흔한 로션도 잘 바르지 않아서 관리 기준에 미달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자신의 나이보다 어려 보인다고 말하는데 버럭 화를 내는 사람은 없다. 나이와 외모는 사람을 판단하는데 가장 기본적인 요소이다. 일반적으로 동물의 나이를 계산하는 법은 털의 색깔, 뿔의 길이, 치아의 선과 마모도, 어깨 높이 등 다양하다고 한다. 사슴의 나이는 뿔에 난 가지의 길이로 알 수 있고 말과 소의 나이는 치아의 마모상태로 판단한다. 물고기의 크기가 얼마 정도면 대략 몇 년 된 것이다 라고 하는 방법은 정확하지 않다. 물고기의 나이를 측정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동물의 내이에 있는 골편(骨片), 즉 이석을 이용하는 방법과 다른 하나는 나무의 나이테처럼 물고기의 비늘에 있는 무늬를 보고서 측정한다.



물고기의 이석은 사람의 이석과 비슷하게 몸의 평형을 유지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육안으로 이석을 확인을 할 수는 없지만 물고기의 머리를 갈라 빼낸 이석을 현미경으로 보면 성장할 때마다 생긴 아주 작은 선을 볼 수 있다. 그것의 숫자를 세면 정확하게 나이를 파악할 수 있다. 물고기의 나이를 정확히 알아야 되는 이유는 자연 생태계가 물고기가 사는 데 적합한지 아닌지를 파악하는 기초자료가 되기 때문이다. 인간은 주민등록증 같은 신분증을 제외하고 외적인 모습으로 서로의 나이를 판단할 수밖에 없다. 처음 보는 사이인데 동물들처럼 입을 벌려 서로의 치아 마모상태를 체크하거나 이마의 주름이나 목주름을 대놓고 셀 수도 없지 않겠는가? 그래서 사람은 더욱 젊어 보이기 위해 안티에이징, 재생, 수분함량이라는 단어에 민감하다. 그러나 굳이 자신의 리즈시절과만 비교하지 않으면 우리는 생각보다 어려 보이고 신체적 나이도 우리의 부모세대보다 훨씬 젊다. 하지만 나이를 먹고 젊은 가치관으로 살아도 사회적 나이와 신체적 나이를 속일 수 없는 시점이 온다. 사회는 야속하게도 서류상의 나이만 인정하고 나이 든 운동선수는 체력에 한계를 느끼고 은퇴를 결심한다.



오늘 하루도 나는 운동을 한다. 나이보다 어려 보이기 위해서도 아니고 10분만 더 운동을 하라는 아내의 말 한마디가 잔소리처럼 들려서도 아니다.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서도 아니고 오래 살기 위해서도 아니다. 단지 어차피 아플 때 조금 덜 아프기 위해 나는 오늘도 걷는다. 세월 앞에 장사가 없듯이 아프고 나서 관리하지 말고 아프기 전에라도 조금씩 건강관리에 신경을 써야 된다. 나이가 들면 아파서 운동을 그만두는 것이 아니다. 운동을 그만두니 아픈 것이다. 



하루의 가치가 재발견되면 기존에 자신을 억누르던 많은 잡념이 붕괴되고 더 나은 기대가 그 자리를 대체한다. 경박스럽게 촐랑대던 모습은 사라지고 소소한 것에도 작은 열정이 담긴다. 되살아난 자신의 모습에 화들짝 놀라면서도 무척이나 반갑다. 열렬한 마음의 밑불이 시원치 않아 다시 꺼져버려도 이제는 의기소침하지 않는다. 허망함은 더 이상 친구가 아니고 그림자는 옛 연인이다. 맹렬히 다시 타오르지 않아도 좋다. 다시 살아난 하루가 자신을 칭찬해주고 다름의 가치를 부여했다면 그걸로 족하다. 사실 삶에 대한 열정이 완전히 없어졌던 것은 아니다. 단지 지금도 여전히 자라고 있는 중인데 항상 느렸고 가끔만 빨랐을 뿐이다. 오늘 하루를 어제보다 조금이라도 더 잘 보내려 마음을 쓰다 보면 헝클어진 인생이 트리트먼트 한 것처럼 찰랑거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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