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히를 몰라

스스로 못살게 구는 사람

일본에 친구가 있다. 멀어도 한동안 40번은 일본에 갔을까?

나를 제법 잘 안다고 할 수 있는 그는 내게

"으이고, 이건 무슨 적당히를 몰라!"라고 했다.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책으로 꾸민 벽면 장식

맞다. 나는 적당히를 모르는 것 같다.

평소에 나는 의견을 말할 때 "객관적으로, 대체로"의 기준과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말이지"의 기준으로 나눠 말할 때가 많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이 기준이 되기 마련이니까.


그의 말마따나 '개인적인 나는' 제법 한쪽 가까이 치우쳐있다.

그래서. 뭔가가 좋으면, 질릴 때까지 해야 직성이 풀리고

한시도 몸을 가만히 못 둔다.


그래서 내게 쉬는 것은 침대에 있는 것이다.

그게 아니면 책상이나 어디에서나 뭘 쓰던지

뭘 읽던지 그리고 뭐라도 다시 쓰던지 해야 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아침에 언덕에 핀 들꽃

출근 시간에 자기들끼리 장난치는 고양이를

유심히 쳐다보기를 좋아하기도 한다.

아무도 쓰지 않는 소재로 인간의 권리에 대한 논문을 일빠로 쓰는 것도 좋고 사소한 만남과 자연을 즐기기도 좋아한다.

인생이 유희라 좀 피곤한 것일까?

얼마 전 종종 방문하는 그녀의 유튜브를 보고 실소를 금치 못했다. 대체 뭘 그리 뛰어다니고 새벽부터 일어나서 뭔가 하지 않으면 안 되는가!

사실 그녀로부터 깊은 공감을 느끼기 때문에 웃음이 나오는 것이다. 당신 너무 귀여워. 하고.

가슴에 창을 좀 내어야겠다.

아무것도 안 하고 창문만 열어두기.


최근에는 쉬어야겠다는 명목으로

신경정신과, 내과, 유방외과, 치과, 산부인과를 한 바퀴 돌면서 온 몸을 스캐닝했다.

그리고 결국 어제는 엄마가 가시는 한의원에 가서 침도 맞고 난생처음 부황도 떠보았다.

"뭘 좀 해드리면 좋을까요?" 선생님들의 이야기다.(생각해보니 얼마 전 상담 선생님도 같은 말씀을 하셨다)

약간 좀 꾀병 같기는 하지만, 내 나름 심각하다. 지난 수요일에도 만보를 걷고 또 5km를 달렸다. 그날 밤 난 나의 부교감 신경이 활성화됐다 느끼며 만족했지만, 다음 날 컨디션은 엉망이었다.

그래도 이렇게 뭔가 생각하는 것은 너무 즐겁다.

자연을 보고도, 으아~~ 하면서 한 줄 감상평을 마음속에 새겨 넣고 싶은 것이다.


비자발적으로 쉬기 위해서 일주일 전에 오늘을 휴가로 설정했다.

그리고 해방됐다 생각한 연구 사업에 발을 다시 담게 됐다. 이번만큼은 나서지 않고, 초안 작성을 다른 박사님과 교수님에게 맡기고 내일이 아닌 척하고 있다.

"그래도 내가 좀 해놔야지!" 하거나 미안한 마음이 올라올 때마다 미뤄둔다.

가끔은 그래야만 한다. 총대 메지 않기!


그런 중에도 노트북 켜고 졸린 척하고 뭔가 또 이렇게 쓰고 있는 자신을 보면, 대체 나란 인간은!!

그래도 이렇게 쉼을 갖는 시간이 너무 멋지지 않은가. 감사하지 않은가.

@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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