맷돌 돌리기를 멈추어라

쉰다는 것, Being 모드로 전환

"24시간 Doing 모드"

이어폰을 자주 잃어버리는 편이다.

이번엔 새로 산 이어폰이 기계음이 심하게 나서

AS 센터에 들렀다.

담당 엔지니어는 핸드폰을 한 달 이상 끄질 않았다며 이어폰을 바꿔주는 대신 자동 예약 on-off 기능을 알려주었다. 이 기능은 1주일에 한 번 핸드폰을 사용하지 않을 때 자동으로 껐다켜지는 부팅 시스템인 셈.


이어폰의 소음의 이유는 정작 24시간 켜놓은 핸드폰의 과부하 때문이라는 것이다. 핸드폰의 상태가 내 상태인 마냥 그 분이 하는 말을 녹음이라도 해 올 걸 싶었다.


"쉰다는 것은 어떤 건가요?"

라이팅을 하거나 업무를 할 때는 확실히 쉬는 것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다른 때는 어떨까 싶다.

또 이렇게 뭐가 끄적일 때도 의식의 흐름, 생각의 흐름은 계속 전개되고 있다.

스스로도 쉬어야 할 때를 짐작한 것일까?

얼마 전에는 상담을 신청했다.

상담 선생님은 내 이야기를 듣더니 "음. 결국 체력이 고갈 될 때 힘들군요? Doing 모드가 좀 많긴 하지만, 너무 잘 관리하고 있는데 상담은 왜 신청한 거예요? 하하하, 수다 떨려고 했구나" 이러셨다.


그렇다. 감사히도 그냥 쉬면 바로 회복이 된다. 회복탄력성이 좋은 편이다.

하지만 정작 나는 체력이 나가 떨어질 때가 되서야 쉬는 편이다.

그래서 상담이나 강제로 뭔가 제동을 걸어서라도

지금은 쉴 때라는 것을 정확히 알려주고 싶었다.

"맷돌 돌리기"

이동건 작가의 네이버 웹툰, 유미의 세포들을 좋아한다.

그러고 보니 맷돌 돌리는 세포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세포들은 유미가 회사일에 집중해야 하거나 소설 마감을 치러야 할 때,

혹은 뭔가 급히 아이디가 어가 필요할 때 다 덤벼들어 맷돌을 돌린다.

@ 이동건, 유미의 세포 전시에서


그래, 쉰다는 것은 맷돌 돌리기를 멈추는 것이다.

혹은 " 뭔가 해야 한다는 부담감 없이 그 자체를 즐기는 것이에요. 아무 부담이 없는 상태, 그것이 바로 쉰다는 게 아닐까요"라는 상담 선생님의 말도 공감이 됐다.

@ 전라도 부안의 한가로운 바닷가

하루 만에 논문의 파이널 버전을 수정하고 제출해 버리고, 급히 전라도 부안에 숙소를 예약했다.

주말 동안의 시간이 더 있었지만, 회사 업무를 하면서 주말에 논문을 쓰는 일을 상반기에는 더는 하고 싶지 않았다. 꼭 논문이 아니더라도 주말을 온전히 내 감정만을 위해서 보내는 때가 많지는 않았다.

어른이 된 나는 때때로, "해야 할 것도", "기꺼이" 하면서 내가 정말 원해서 한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런 일들이 반복되고, 진짜 내가 원하는 그것이 채워지지 않을 때,

마음속 저 안에 숨어 있는 내가 화를 내는데

처음 화를 내고 딱 2년 만이다.


이제는 안다. 쉬어갈 타임에는

맷돌 돌리기를 멈춰야 한다는 것을.

지금은 이 것 보다 중요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닥터 희봉의 업그레이드된 논문보다

그냥, 바닷게를 잡는 것이 더 중요한 때이다.


겹겹의 파도가 밀려오는 것을 멍 때리고 보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즐거운 일이다.

나는 그럴 때 진정한 쉼을 누린다.

@ 채석강, 밀물 때라 넘실넘실 물이 차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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