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칙하면 잣 된다 - 獲罪於天 無所禱也

제3 팔일편(第三 八佾篇)-13

by 누두교주

계급과 격차는 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남녀노소 모두에게 적용되는 숙명적인 문제이다. 그런데 신(神)들의 세계에서도 높은 신이 있고 낮은 신이 있다고 한다. 즉 갑(甲) 신이 있고 을(乙) 신도 있으며 나아가 병(丙) 신도 있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신에게 뭔가 빌 때도 깜냥에 되는 신에게 빌어야 효험이 있지 번지수 잘못 찾으면 꽝이다. 그러면 어떤 신에게 빌어야 기도 빨이 제대로 들을까? 공자는 아래와 같이 대답했다.


왕손가(사람 이름)가 물었다.

“아랫목 신(神)에게 잘 보이기보다는 차라리 부엌 신에게 잘 보이라 하니, 무슨 말입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그렇지 않다. 하늘에 죄를 얻으면 빌 곳이 없다”②


아랫목 신은 부엌 신보다 높은 신이다. 그런데 부엌 신은 계급은 낮지만 효험이 있다고들 한다. 따라서 뭔가 원 하는 바 효과를 얻으려면 높은 아랫목 신보다는 계급은 낮지만 부엌 신에게 친한 척해야 효험이 있지 않겠느냐고 공자에게 묻는 것이다.


공자는 갑자기 신의 체급을 바꾸어 대답했다. 이는 휘발유 확 뿌리고 라이터 불 댕기는 것과 같이, 질문을 무력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 하늘에 죄를 지면 어디 빌어도 의미 없다”




일반적으로 이 구절은 당시 위(衛) 나라 정치 상황에 대한 비유로 이해되고 있다. 여기서 높은 아랫목 신은 위나라의 국왕을 비유하고, 낮은 부엌 신은 위나라 권신(權臣) 왕손가(질문하는 사람) 또는 위나라 국왕의 총애를 받던 남자와 미자하를 의미한다는 것이다.➂


결국 뭔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왕에게 직접 부탁하는 것이 효과적일지, 또는 왕보다는 담당 실무 책임자에게 청탁하는 것이 좋을지 아니면 왕의 비선 실세를 찾아 사정하는 것이 좋을지 등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여기에 대한 공자의 대답은 명료하다.


"반칙하면 잣(소나무과 식물의 식용 가능한 종자) 된다!"




참으로 신기한 사실은 이미 2,500년에 명료하게 간파된 반칙의 메커니즘이 지금도 곳곳에서 반복해 작동한 다는 점이다. 또 한 가지, 그때나 지금이나 공통점은 돈푼이나 있고 힘(권력)께나 쓰며 글줄이나 읽었다는 세 가지 종류의 무리들이 주요 등장인물이라는 점이다.

더욱 기가 막힌 사실은 우리 대다수 소인들은 2,500년 동안 반복해 속고 눈퉁이 맞으면서도 대를 이어 착각한다는 점이다. 2,500년 동안 못 고친 버릇을 지금에 와서 고친다는 것을, 믿는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지 않은가?

지금 이 시점에 우리 소인들이 마땅히 해야 할 바는 공자가 이야기한 하늘(天)이 되는 길이다. 구체적으로는 돈푼이나 있고 힘(권력)께나 쓰며 글줄이나 읽었다는 군자님들을 믿고 존경하기보다는 '단수가 무척 높은 도둑놈'으로 봐야 한다. 의심하고 검증하고 추적하는 것을 게을리한다면 매우 신속하게 다시 뒤통수 맞는 일에 노출될 것이 틀림없다. 전문용어로 '졸면 죽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절대 다수인 소인들이 눈에 불을 켜고 의심하고 검증하고 추적했는데도 불구하고 누군가가 한 결 같이 말한 바를 지키며 올곧게 맡은 바 소임을 다한다면 그때 가서 존경하고 사랑하고 곁을 주어도 늦지 않는다. 미리 정주고 새되는 일은 이제 그만할 때도 된 것 같다.




3월 9일, 일이 잘못되면 이민을 가려고 했다. 그런데 곰곰이 따져보니 이민 갈 형편이 아닌 것 같다. 그래서 머리카락을 위로 잡아당겨 지구를 떠나보려는 상상을 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지구를 떠나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닌 것 같다.


러시아의 군자 푸틴은 대머리가 되놔서 아직 지구에 있나?



① 원문은 "人不能拽着自己的头发离开地球"이며 루쉰(鲁迅)의 『论 “第三种人』이 출전이다.


② 팔일 편 13번째 장이다. 원문은 ;

王孙贾问曰 與其媚於奥 寧媚於䆴 何谓也。子曰 不然 获罪於天 無所祷也

(왕손가문왈 여기미어오 녕미어조 하위야. 자왈 불연 획죄어천 무소도야)


➂ 杨伯峻。『論語譯註』中华书局. 北京. 2019. pp.2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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