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살게 하고 싶은 곳 - 里仁爲美

제4 이인편(第四 里仁篇)- 1

by 누두교주

사이다를 먼저 마실까? 고구마를 먼저 먹을까? 출출하니 우선 먼저 고구마를 먹도록 하자.


온 마을이 어질다는 것은 아름다운 것이다. 스스로 골라 어진 곳에 살지 않는다면 어찌 지혜롭다 하겠는가?①

얼핏 들으면 좋은 말 같다. 생선을 싼 종이에서는 비린내가 나고 향초를 싼 종이에서는 향기가 나듯 좋은 환경을 골라 사는 것이 똑똑하다는 게 뭐 잘못된 말은 아니지 않은가? 그래서 맹자의 엄마도 좋은 환경을 찾아 이사를 두 번②이나 다니며 역사에 이름을 남기지 않았는가?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슬슬 열불이 난다. ‘온 마을이 어질다는 것’이 구체적으로 무슨 뜻인가? 맹자는 “어짐 이란 사람들이 편히 살 곳”이라고 했다는데③ 반지하 방이나 쪽방은 편하지 않다. 지금 내가 사는 동네도 어진 이웃들만 사는 동네인지 잘 모르겠다. 그렇다면 나는 멍청한 놈인가? 분명히 똑똑한 것 같지는 않다.

차라리 옛날 해석을 보면 ‘온 마을이 어질다는 것’ 대신에 ‘어짐 속에 사는 것’④ 으로 풀어놔 물리적 공간이 아닌 정신적으로 착하게 사는 것으로 이해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물리적 공간의 해석이 늘어난다. 그 대표 선수가 주자이고 그의 고구마는 아래와 같다.

마을에 인후 한 풍속이 있는 것이 아름다우니, 그러한 마을을 선택하되 이에 처하지 않는다면 이는 그 시비의 본심을 잃은 것이어서 지혜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⑤


옛날엔 거주 이전이 현실적으로 극히 어려운 신분사회였음을 고려하면 참 비현실적이고 한가한, 속 터지는 소리일 수밖에 없다.




이쯤 되면 가슴은 답답해지고 머릿속은 복잡해지고 마음은 착잡해진다. 그래 봐야 나아질 일 없으니 그저 밀쳐두고 우선 하늘을 올려 본다. 그리고 숨을 한 번 크게 쉬고 지질이도 가난한 시인의 노래를 따라 부른다.

독수리가 살 수 있는 곳에 독수리가 살고 있었습

니다

나도 내가 살 수 있는 곳에 나를 살게 하고 싶었습

니다


자작나무가 자꾸만 자작나무다워지는 곳이 있었

습니다

나도 내가 자꾸만 나다워지는 곳에 살게 하고 싶

었습니다

내 마음이 자꾸 좋아지는 곳에 나를 살게 하고 싶

었습니다

내가 자꾸만 좋아지는 곳에 나를 살게 하고 싶었

습니다


당신이 자꾸만 당신다워지는 시간이 자라는 곳이

있었습니다

그런 당신을 나는 아무렇지도 아니하게 사랑하고

나도 자꾸만 나다워지는 시간이 자라는 곳에 나를

살게 하고 싶었습니다

그런 나를 당신이 아무렇지도 아니하게 사랑하는


내 마음이 자꾸 좋아지는 당신에게 나를 살게 하고

싶었습니다

당신도 자꾸만 마음이 좋아지는 나에게 살게 하고

싶었습니다




내가 살 수 있는 곳, 내가 나다워지는 곳, 내 마음이 자꾸 좋아지는 곳 그리고 시간이 자라는 곳 그런 곳에서 누군가를 아무렇지도 아니하게 사랑하며 산다. 속이 탁 트이며 참으로 상쾌하다!



① 김학주 역주 『논어 論語』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서울. 2009. pp. 54-55.

원문은, 里仁爲美, 擇不處仁, 焉得知이다.


② 우리는 보통 ‘맹모삼천(孟母三遷)’이라고 해서 세 번 이사 간 것으로 생각하는 데 실제 이사 횟수는 두 번이다. 세보면 안다.


③ 김학주 역주 『논어 論語』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서울. 2009. pp. 64.

원문은, “仁, 人之安宅”이다.


④ 후한(後漢)의 조기(趙岐)는 맹자주소(孟子註疏)에서 “리(里)는 사는 곳(居) (里居也)”라고 설명했다.


⑤ 『顯吐完譯 論語集註』傳統文化硏究會. 서울. 1991. p.70.

원문은 아래와 같다.

里有仁厚之俗이 爲美하니 擇里而不居於是焉이면 則失其是非之本心하여 而 不得爲知矣라.


⑥ 안상학 지음. 『남아 있는 날들은 모두가 내일』 서울 2020. 걷는 사람. pp.42-43.



keyword
이전 07화반칙하면 잣 된다 - 獲罪於天 無所禱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