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 출석과 나은이 꽃 - 吾不與祭如不祭.

제3 팔일편(第三 八佾篇) -12

by 누두교주

내가 지금 부유하고 고귀한 삶을 살지 못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이른바 대리 출석 때문이다. 대리 출석은 그 시도가 성공적으로 반복되면 ‘학사경고’로 결실을 맺게 된다.


대리 출석은 우리 사회 일반적인 현상으로 동원예비군 대리 출석 알바로부터 대학 및 학회의 대리 출석 주장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한 형태를 가지고 있다.


대리 출석에 대해 징벌적 사고를 격발 시킨 장본인은 공자다. 결과적으로 나는 공자 때문에 학사경고를 받았던 것이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제사에 참여하지 못하는 것은 제사를 지내지 않는 것과 같다”①


이 말에 대해 양백준은 보다 구체적으로 대리 출석하지 않겠다는 공자의 뜻으로 해석했다.


내가 직접 제사에 참석할 수 없다면,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나를 대신해달라고 요청하지 않을 것이다.②




요즘 시대에도 제사를 지내는 사람들이 있다. 그것도 며칠 동안이나 제수를 사들이고 다듬어 음식들 만들어 진설하고 향과 초를 준비한다. 그리고 여러 번 엎어져 절을 한다. 다양한 연령층의 친족이 오랜만에 만나 공통된 화제가 부족하므로 서로 말을 아끼고 조심해야 하는 스트레스도 적지 않다. 우리 집이 이런 짓을 일 년에도 몇 번씩 하는 이상한 집구석이다. 그리고 나는 장남이다.


요즘 젊은 애들이 어떤 애들인데 이런 꼴을 편하게 여기고 공손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참여하겠는가? 성질 안 좋은 애들은 당연히 쌩까고 토 깐다. 그래도 공손한 녀석들은 적당한 핑곗거리를 만들어 슬그머니 빠지며 부모들에게 대리 출석을 명한다.


하지만 어쩌다 한 번 있는 일이고 부모가 적잖은 품과 시간을 쓰는 것을 이해하고 함께 하는 녀석들도 있다. 그 녀석들은 여간해서 대리 출석을 하지 않고 직접 참석한다.


특히 조카딸 나은이의 경우는 부모를 닮지 않았는지 마음씀이 무척 다정하다. 녀석은 대학 시절부터 제사에 올 때 폐백을 잊지 않고 챙겨 오는 딱 한 명이다. 품에 술 두 병을 안고 온 날도 있고 작은 꽃 화분을 데리고 온 날도 있다. 이번 증조할머니 제사엔 어엿한 의료인이 돼서 왔다. 이번엔 아버님께서 당신의 어머님께 드렸을 것 같은 꽃을 챙겨 왔다. 생명을 다루는 일을 하는 녀석의 마음이 기특하고 그 다정함이 고마웠다.

공손하고 성대히 제사를 모시지 않는다고 자손들에게 해를 끼치는 조상은 있을 수 없다. 만약 있다면 조상이 아니라 잡귀가 분명하니 퇴마사를 불러 쫓아내야 한다는데 반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와, 내가 소중하게 여기는 우리를 존재하게 해 주신 그분들을 추억하며, 그분들이 그분들의 조상을 위해 하신 그대로 한 끼를 준비하고 그것을 나누는 모임이, 가치 없다고 매도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만 지나친 품과 시간을 들여야 하고 그것이 한 사람의 노동만을 강요하는 모순은 분명히 극복돼야 할 악습이 분명하다.



제사를 마치고 모두 돌아간 조용한 시간에 나은이 꽃을 식탁으로 옮겨 놓았다. 그 꽃을 배경으로 할머니의 조용하고 편안하게 웃는 모습과 그분을 그렇게나 좋아하셨다던 아버님이 느껴졌다. 그 많던 음식들보다 단출한 병에 꽂힌 몇 송이 꽃이 그분들은 더 좋으셨던 것 같다.



①『논어 論語』김학주 역주. 서울대학교 출판문화원. 서울. 2009. pp. 42-43. 원문은 아래와 같다.

子曰 : 吾不與祭,如不祭。


②『論語譯注』楊伯峻 譯注. 中華書局. 北京. 2019. p. 27.

원문은 아래와 같다.

我若是不能亲自参加祭祀, 是不请别人代理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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