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로가 (공자를) 따라가다가 뒤에 쳐졌는데, 지팡이를 짚고 대바구니를 멘 丈人(어르신)을 만나, 자로가 묻기를 ”노인은 우리 夫子(선생님)을 보았습니까? “ 하니, 丈人이 말하기를 ”四肢(팔과 다리)를 부지런히 하지 않고 五穀(다섯 가지 곡식)을 분별하지 못하니, 누구를 夫子(선생님)라 하는가? “하고, 지팡이를 꽂아놓고 김을 매었다.①
한문을 한문으로 번역해 놓아 내가 괄호 안에 그 뜻을 다시 표시했다. 본문 중에 '四体'을 이해 못 할 독자들을 위해 '四肢'라고 번역하는 센스는 매우 놀라운 발상이다. 책 읽기 싫은 마음 들게 하는데 크게 도움이 된다.
다섯 가지 곡식을 구분하지 못한다(五榖不分)는 것에 대해 주희는 "콩과 보리를 구분 못하는 것과 같다"(猶言不辨菽麦爾)②라고 설명했다. 우리가 천지분간 못하는 사람을 "숙맥 같다"라고 하는데 그 말의 어원이 여기서 비롯된 것 같다. (菽麦(숙맥)은 콩숙, 보리맥이다)
여기 나오는 어르신은 이른바 난세를 피해 숨어 사는 은자(隱者)이다. 자기가 밭 갈아먹고 우물 파마시며 길쌈해 옷을 해 입으며 어지러운 세상을 멀리하고 한가롭게 사는 자연인 들이다. 그들의 눈에는 좋은 차(수레) 타고 수십 명 제자들을 거느리고 세상을 구한다고 폼 잡고 다니는 공자가 웃길 수밖에 없다. 밥은 하루 세끼 꼬박꼬박 먹으면서 콩과 보리도 구분 못하는 공자가 뭔 세상을 구하는 선생님이 된다는 말인가?➂
국가공인 기술자격증 소지자(조리 기능사)의 시각으로 볼 때 『논어』에 나오는 공자의 모습은 매우 실망스럽다. 공자는 '재료의 분리 및 세척'이라는 음식 조리의 첫 단계조차도 모르는 '숙맥' 같은 사람이다. 현장 용어로 조수도 어려운 수준이다.
다행히 오늘날은 유통환경의 개선에 따라 모든 곡물은 포장지에 곡물의 이름이 표시돼있다. 쌀은 쌀, 보리는 보리 그리고 콩은 콩이라고 돼있다. 따라서 의지만 있다면 '다섯 가지 곡식을 구분하지 못하는(五榖不分) 문제'는 어렵게 않게 극복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사지를 부지런히 하지 않고(四体不勤) 멍 때린다거나 뺀질거린다면 '숙맥'의 경지를 벗어날 수 없다.
재료를 제대로 알아보고 분리가 끝났다면 본격적인 조리에 앞서 재료의 손질이 필요하다. 그 첫 번째는 '까는 것'이다. 예를 들면 오징어 냉채의 경우 오징어 껍질을 까야하며, 토마토 계란 볶음을 하려면 토마토 껍질을 까야한다.
오징어 껍질을 맨손으로 까다가는 오징어가 너덜너덜 해진다. 제대로 까기 위해서는 키친타월 또는 소금 한 꼬집을 을 사용해 살살 벗겨야 한다.
토마토의 비닐과 같은 얇을 겉껍질을 벗기기 위해서는 우선 십자 모양으로 칼집을 넣어 살짝 데치면 쉽게 벗겨진다. 이 도리를 모르면 토마토 껍질 까다 말고 떡이 된 토마토를 집어던지고 메뉴를 바꾸게 된다. 이러한 것을 일러 이른바 '까는 도(道)'라고 하고 지금 내가 하는 소리가 '까는 소리'이다.
"몸을 부지런히 하지 않고 오곡을 분간하지 못하는 사람을 어떻게 선생이라고 하는가(四体不勤 五榖不分 孰为夫子)?"라고 일갈한 어르신은 지팡이를 땅에 꽂아놓고 김을 매었다.(植其杖而芸). 그 어르신이 지팡이를 땅에 꽂아 놓은 이유는 나중에 집기 편하고, 집을 때 손잡이에 흙이 묻는 불편함을 피하기 위한 것이다.
①『顯吐完譯 論語集註』傳統文化硏究會. 서울. 1991. pp.364-365.
원문은 아래와 같다.
子路从而後 遇丈人以丈荷蓧 子路问曰 子见夫子乎 丈人曰 四体不勤 五榖不分 孰为夫子 植其杖而芸
② ibid., p. 365.
➂ 내 말이 아니라 『논어』에 나오는 어르신의 말이다. 이 말이 거슬린 유학자들은 "다섯 가지 곡식을 구분하지 못한다(五榖不分)"는 것은 공자가 아니라 어르신이라고 까지 곡해했다. 그런데 상식적으로 밭 갈고 있던 사람이 오곡을 구분 못할까? 자세한 내용은 杨伯峻,『论语译注』,中华书局,北京,2009. pp.194-195에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