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인, The mean man 그리고 세민(細民)

제19 자장편(第十九 子張篇) - 8

by 누두교주

“소인은 잘못을 저지르면 꼭 꾸며대려고 한다.”①

딱 들어봐도 소인은 나쁜 놈이다. ‘이런 소인배 같은 놈’ 하면 욕에 가까운 의미이다. 그래서 공자 제자 자하(子夏)가 한 이 말에 대해 1,000년도 지난 후에 주자(朱子)는 친절하게 자세한 해석을 덧붙였다.


소인은 잘못을 고치는 것을 꺼리고 스스로 속이는 것을 꺼리지 않는다. 그러므로 반드시 문식하여 잘못을 무겁게 만든다.②




주자로부터 다시 1,000여 년이 지난 오늘날은 소인에 대한 해석을 어떻게 하고 있을까? 이재명을 하늘이 내렸다고 언급한 바 있는 자칭 당대 석학 김용옥이 『논어』의 이 구절에 붙인 해설이다. 짧은 글인데 치사한 놈들, 정치인, 민중, 우중이 섞여 혼란스럽다.


잘못이 있을 때 그것을 그럴듯하게 문식하여 꾸미려는 자들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치사한 놈들이다. 그런데 대개 그런 놈들이 정치를 한다. 그런데 더더욱 한심한 것은 항상 그런 놈들한테 민중은 표를 찍는 것이다. (중략) 현재의 민주는 우중(愚衆 – 어리석은 무리)의 광란이다.③


여러 번 스스로 인정 한 바와 같이 나는 '소인'이다. 하지만 위에서 이야기하는 대로 그렇게까지 나쁜 놈 같지는 않은데? 그래도 가끔은 잘못을 반성하기도 하고, 뭣이 중헌지, 뭣이 옳은지 고민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 세월 '소인'은 구제 불능의 나쁜 놈으로 이미 결정된 존재 들이다.




오죽하면 영어로 번역해 놓은 것을 봐도 그렇다.


“The mean man is sure to gloss his faults.”④


The mean man을 검색해 보면 주자의 해석과 김용옥의 설명과 매우 근접한 표현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전 지구 인구의 대부분인 '소인'을 이렇게 배척하고 매도하고서도 인류의 평화를 이야기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 아닌가?




1666년에 나서 1728년에 죽은 일본 학자는 같은 구절을 보고 전혀 결이 다른 해석을 했다. 그는 소인과 군자의 구분을 open 해 놓았다. 동시에 도학적인 『논어』의 이해에 대해 ‘말엽적’이라 비판했다. 『논어』의 구절을 현실 정치 비판의 근거로 사용하는 송(宋) 나라 때 주자는 물론 현대의 김용옥과도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비록 윗자리에 있더라도 오히려 소인이 되는 것은, 굳이 그 허물을 둘러대서 그 마음이 세민(細民=소인)과 같기 때문이다.


비록 아랫자리에 있더라도 군자가 될 수 있는 것은 허물이 있으면 그것을 고쳐 선왕의 도를 배워 백성을 기르는 덕을 이루기 때문이다.


이것 역시 마음을 잡는 크고 작은 구분이 거기에 있는 것인데, 후세의 유학자들은 이 도리를 모르고 진실과 거짓을 가지고 논하는데, 또한 말엽적일 뿐이다.⑤


또 눈길이 가는 곳은 '세민(細民)'이라는 표현이다. 우리도 과거 가난한 계층을 '영세민'이라고 표현했던 적이 있는데 같은 의미이다. 즉 돈과 권력이 없는 계층을 '소인'이라고 이해한 것이다.




어차피 언어는 생각이나 사물을 표시하는 기호에 불과할 뿐이니 그 언어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아무리 노력해도 2,500년 전의 생각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그럴 필요도 없다. 나는 그저 좋아하는 노래를 듣고 좋은 그림을 감상하는 것처럼 『논어』를 읽고 공자와 그리고 그 제자들과 대화하는 것을 좋아할 뿐이다.


『논어』를 나름대로 해석해 보겠다고 2,500년 동안 쓴 책은 3,000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중국은 물론 우리나라, 일본 그리고 서양까지 망라한다. 위에서 본 주자나 김용옥 그리고 소라이도 그들 중의 하나일 뿐이다. 따라서 내가 『논어』를 어떻게 이해하고 내 삶에 반영할지는 전적으로 내 자유의지에 달린 문제이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 구절의 해석이나 소인에 대한 이해에 있어 주자나 김용옥은 틀렸다. 비록 친일과 적폐 청산의 대상이 된다고 해도, 나는 이 구절만큼은 오규 소라이의 이해에 동의한다.



** 대문 사진은 구글에서 을 검색하면 나오는 몇 가지 이미지 중의 하나이다. 소인의 대표적인 이미지를 구두쇠로 본건이다. (출처; https://url.kr/jlxhgq 검색일. 2022.10.03.)


① 리링(李零) 지음, 김갑수 옮김『집 잃은 개, 丧家狗2』(주)글 항아리. 경기, 파주. 2019. p. 1065. 원문은 아래와 같다. 小人之過也 必文


② 『顯吐完譯 論語集註』傳統文化硏究會. 서울. 1991. p.375. 원문은 다음과 같다. 小人 憚於改過而不憚於自欺 故 必文以重其過


③ 도올 김용옥『논어한글역주 3』 통나무. 서울. 2019. p.558-559


④ 김문정 옮김 『논어·論語』 ㈜미르북컴퍼니. 서울. 2018. p.456.


⑤ 오규 소라이(荻生徂徠). 이기동, 임옥균, 임태홍, 함현찬 옮김 『논어징(論語徵)』 소명출판. 서울. 2010. 이 일본 사람이 쓴 한문 원문은 아래와 같다.

雖在上位, 其猶爲小人也, 必文其過, 以其心如細民也.

雖在下位, 其能僞君子也, 過則改之, 以其學先王之道,

以成長民之德也.

是亦操心大小之分存焉.

後儒不知是義, 以誠僞論, 抑亦末也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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