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이퀄라이저에서 댄젤 워싱턴은 “잃을 것에 대한 두려움”을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아마도 현대인의 번뇌는 딱 두 가지인 것 같다. “얻지 못하는 것”과 “얻은 것을 잃는 것”. 내 머리로는 아무리 생각해도 다른 걱정은 별로 할 것이 없는 것 같다. 이 두 가지 때문에 우리가 평생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은 참 서글픈 현실이기도 하다.
이 두 가지에 대한 두려움, 걱정, 번뇌, 고민을 벗어나 보다 가치 있는 것을 고민하고 실천한 사람들을 우리는 ‘성인(聖人)’ 또는 그냥 ‘훌륭한 사람’이라고 하는 것은 아닐까? 개털이 입장에서 본다면 얻지 못한 것과 잃을까 두려웠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2월 17일, 개털이가 간 다음날 새벽 나는 아주 일찍 침대에서 나왔다. 안방 문이 열려 있는 것은 반가 웠는데 불을 켜도 개털인 오지 않았다. 지뢰도 없었다. 현관까지 가 보아도, 유모차가 보이지 않았다. 문득 가족들 사진 액자들 사이에서 개털이 사진액자가 눈에 들어와 그 사진을 가지고 거실 책 읽는 의자로 왔다. 괜히 속이 상하고 자꾸 먹먹한 생각이 들었다.
서가에 가서 사경(寫經)한 금강경과 향을 하나 가져와 개털 사진 앞에 향을 켜고 금강경을 조용히 읽기 시작했다. 구인사를 시작으로, 삼막사, 신흥사, 화엄사, 약수사, 법주사, 내소사, 직지사, 흥국사, 용운사, 삼천사, 용문사, 수덕사, 불국사, 중화사....... 개털이랑 절에도 많이 갔었는데...... 읽는 금강경은 건성이고 자꾸 개털 이만 생각나니 나는 금강경을 읽지 않고 개털경을 읽었던 것 같다.
어느 결에 주워들은 말 중에 사람이 죽어서 저승엘 가면 키우다 먼저 죽은 개가 마중을 나온다고 한다. 내가 그 길을 가게 되면 개털이가 마중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경을 끝까지 다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