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집에서 ‘두 치’이다. 두 치가 되려고 노력 하지는 않았지만 살아온 결과가 그러하니 어쩔 수 없다. 아이들이 태어나 자라는 과정에 많은 변화도 있었고 내가 아이들이 못마땅했던 적도 있었지만 아이들도 나에게 못마땅한 일이 많이 있었을 것이다. 아내와는 더 말할 것도 없이 하루에도 12번씩 미웠다 싫었다 한다 (‘삼 닭’이 나에게 대하는 태도 기준으로도 그렇다). 그런 우리 가족이 항상 변하지 않는 마음을 가지고 한평생을 하루같이 살아온 존재와 함께 했다는 것은 커다란 축복이다.
하찮은 강아지를 추억하느라 이렇게 품을 들이며 시간을 쓰는 것이 지나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잠깐 해보았다. 하지만 ‘하찮다’라고 평가하고 ‘지나치다’라고 나누고, 서로 비교하고, 저울질하고 이익을 셈하는 것이 더 하찮은 것이라는 마음의 소리를 듣는다.
개털이는 가족이 집에 모두 있을 때를 가장 행복해했다. 내가 출장 갔다 돌아올 때 항상 개털이는 마중을 나왔다. 내 기별을 받고 아내가 “아빠다” 하고 개털이에게 속삭이면 아무리 작은 소리라도 이내 귀를 쫑긋 하고 폴짝폴짝 뛴다. 평생 딱 하나 가지고 10년 넘게 쓴 3,000원짜리 개 끈을 묶는 동안도 무척 좋아서 헥헥거리며 안달을 한다.
지하철역 입구까지 마중 나와서는 미동도 않고 출구를 바라보고 기다리다. 가끔 비슷한 연령의 남자에게 꼬리를 치기도 해, 아내가 의심받기도 한다. 나를 만나면 격하게 반가워하고 오줌까지 찔끔거린다. 집으로 돌아갈 때는 당연히 양몰이를 하면서 앞뒤로 챙긴다. 내가 1년에 10번 이상 출장을 가니 개털은 평생 100번 이상 나를 마중 나온 셈이다. 아이들은 고3 내내 개털이의 배웅을 받고 학교에 갔었고 교환학생 가는 딸을, 군대에 가는 아들을 배웅했고 집으로 돌아오는 식구들을 가장 즐겁고 행복하게 마중한 것이 개털이었다.
나도 항상 누군가를 다정히 배웅하고 언제나 기쁘게 맞이하는 존재가 되고 싶다. 하지만 그렇지 못할 것을 잘 안다. 그렇지만 그렇게 평생을 살다 간 친구가 있다는 것은 잘 안다. 어쩌면 지금 그 친구가 먼저 어딘가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윗 사진 : 기다리는 개털이.
어느 결에 주워들은 말 중에 사람이 죽어서 저승엘 가면,키우다 먼저 죽은 개가 마중을 나온다고 한다. 내가 그 길을 가게 되면 개털이가 마중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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