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개털기 27화

그날

7. 마지막 일주일

by 누두교주

그해(1) 겨울은 유난히 춥지 않았고 눈도 많이 오지 않았다. 2월 16일은 일요일이었다.

이날은 그해 겨울 들어 눈이 가장 많이 왔다.


일요일은 일주일에 한 번씩 대청소하는 날이다. 아침 식사를 하는데 개털이는 오지 않았다. 좀 떨어진 발치에서 졸다가 하늘을 쳐다보다가 했다. 나는 아침 식사를 마치고 언제나처럼 진공청소기 밀기, 걸레질하기, 쓰레기 분리수거하기를 했다. 아내는 욕실 청소와 손걸레질 빨래 정리 등을 했다. 개털이는 주방에서 우리의 움직임을 지켜보기도 하고 숨을 가쁘게 쉬며 하늘을 쳐다보기도 했다.


대강 대청소를 마치고 개털과 병원을 가기 위해 내가 먼저 옷을 입고 나오려니 개털이 눈을 반짝이며 몇 걸음 내 쪽으로 걸어왔다. 어디가? 하는 눈빛으로... 나는 “우리 개털이 병원 가는 거 아나 보네...”하며 현관으로 갔다. 아내가 개털을 안고 나오려니 하고. 이게 내가 본 마지막 개털의 살아 있는 모습이었다.


아내는 개털을 분홍 담요에 꼼꼼히 싸서 데리고 나왔다. 운전석에서 보니 포대기에 아기 싸듯이 쌌는데 앞발 둘을 나란히 하고 머리는 아내를 향하고 있었다.


동물 병원에 거의 다 와서 개털을 들여다보며 가던 아내가 “개털이 눈이 흐려지는 것 같아” 했다. “개털이 눈 뿌옇게 된 게 하루 이틀인가” 무심히 대답했다. 잠시 후 동물 병원에 도착해 보니 고맙게도 일요일인데 열려 있었다. “개털이 좋은 약 먹겠네! 밥도 많이 먹을 수 있게 되면 좋겠다” 다소 유쾌한 어조로 중얼거리고 주차장으로 향했다. 주차장 입구에서 똥냄새 비슷한 냄새가 한 줄기 코를 스쳤다. 아내에게 “똥 냄새 안 나? “ 하니 안 난다고 했다. 차가 주차할 위치에 다다를 즈음 아내가 힘없는 목소리로 띄엄띄엄 이야기했다. ”개털이.... 똥 쌌나 봐 “...”아주 조금 “....”죽. 은. 것. 같. 아...... “ 무언가 가슴속에서 덜컥하는 느낌이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우선 차를 주차했다. 개털의 코에 손가락을 대보았다. 아무 느낌이 없었다. 아내 말이 맞는 것 같았다. ”집에 가자 “ 딱 한마디 하는데 참 힘들었다는 생각을 했다.


집에 돌아와 엘리베이터를 타고서야 개털이 얼굴을 처음으로 보았다. 입을 좀 벌리고 내민 혀가 짙은 보라색이었다, 큰 눈은 힘없이 뜨고 있었다. 마지막까지 엄마를 보고 있었으리라...


집에 돌아와 거실 책상 위에 평소 개털이 쓰던 분홍 담요를 깔고 붓글씨 쓰기 위해 사놓은 깨끗한 화선지를 여러 장 폈다. 그 위에 개털 이를 올려놓고 아이들을 위해 얼굴은 보이도록 하고 잘 감싸 주었다. 자고 있는 아들을 깨웠다. “개털이 잘못된 것 같아!” 나는 아들이 자다가 그렇게 금방 일어나는 것을 이전엔 보지 못했다.


잠시 후 딸아이가 크게 울면서 왔다. 얼마간 감정을 추스른 후 개털 이를 어떻게 할지를 의논해야 했다. 아내는 아파트 뒤나 대모산이나 절이거나 어디가 되었건 불법적인 장소에 슬며시 묻는 것으로 개털 이를 보내고 싶지 않다고 했다. 나는 반대하지 않았고 딸아이는 앞서 경험을 가진 지인들과 조용히 통화하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묵묵히 개털 이를 잘 여며 알맞은 크기의 종이 상자에 조심해 넣었다. 딸아이가 개털이가 들어 있는 상자를 안고 딸아이 방 앞을 지나는데 고양이가 나와 옹송거리고 앉아 있다가 외면을 하면서 낮게 “야옹, 야옹” 하고 두 번 울었다.

딸아이가 알려주는 주소를 내비게이션에 입력했다. 개털이는 아내의 무릎이 아니고 낯선 상자에 담겨 뒷자리 딸아이 옆자리에 있었다. 눈이 무척 사납게 왔다. 동물 화장장에 도착하니 오늘 화장 순서 3번째에 개털이 이름이 있었다. 아내와 딸아이는 절차를 상담하러 갔고 개털이는 염을 받기로 했다. “너무 깨끗해서 특별히 할 것도 없겠습니다” 아주 잠깐 만에 염이 끝나고 개털은 나무판(사람이라면 ‘칠성판’ 이리라)에 올려져 ‘추모실’로 옮겨졌다.


숨이 끊어진 생명체는 빠르게 상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개털이는 유독 빠르게 굳고 빛을 잃어 갔다. 그렇게 힘이 들었는지, 그래도 힘겹게 쥐고 있던 생을 놓은 개털의 몸은 딱딱하고 차가웠다.


아내와 딸아이가 추모실에서 마지막 인사를 했다. 아내의 “그동안 참 고마웠다. 좋은데 가!”하는 말귀가 어렴풋이 들렸다. 아내와 딸아이는 개털이 앞에 국화를 올려놓았다. 나는 괜찮다고 했다. 화장로에 눕혀진 개털이는 집에 누워 있을 때와 다르지 않았지만 화장로의 수직 문이 닫힐 때까지 움직이지 않았다.

개털의 유골은 아주 조금이었다. 가루약 한 봉지만큼 인 것 같았다.


그런데 유해(遺骸 -주검을 태우고 남은 뼈가루)를 사유지 이외에 뿌리는 것도 실정법 위반이라고 한다(2). 그래서 나는 딸아이가 고른 작은 유골함에 개털 이를 넣어 종이 상자에 담아 집으로 데려가기로 했다. 나중에 어떻게 처리하던 일단 집으로 데리고 가자고 했다. 아내와 딸아이는 말이 없었고, 딸아이는 유골함을 넘겨받았다. 개털 이를 싸가지고 갔던 분홍 담요와 아내가 손 뜨게도 뜬 개털이 옷도 태울 수 없는 것이니 가지고 가라고 했다. 담요는 트렁크에 넣고 개털이 옷은 유골함과 같이 놓았다.


집으로 차가 출발하자 거짓말처럼 하늘이 개었다. 금년 겨울 처음 보는 설경은 그대로인데 파란 하늘이 드러나니 참으로 장관이었다. 아내는 “개털이 덕분에 좋은 구경 하네!” 하고 중얼거렸다.


집에 와서 ‘개털이 상자’는 내 책상 한쪽에 두고 그 위에 옷을 입혀놓았다. 그리고 개털이 밥그릇과 물그릇, 유모차를 챙겨 창고 한쪽에 잘 두었다. 아내에게는 개털이 밥, 간식, 치약 등 남은 것을 챙겨 달라고 했다. 개털이 담요와 함께 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리고 왔다. 모두 아무 말하지 않고 자기 껍질을 쓴 소라게처럼 각자 자기의 공간에 박혀 버렸다. 나는 휴대폰 달력에 ‘개털이 간 날’, ‘선물처럼 왔다가 꿈꾸는 것처럼 갔다’라고 입력하고 매년 반복하도록 저장했다.


(1) 2020년이다.


(2) 이유를 물었더니 ‘미세먼지’ 때문이라고 했다. 즉 우리나라에서 개 유해를 뿌리기 위해서는 땅을 사야 가능 하다는 이야기이다. 나는 우리나라 미세먼지 관리 대책의 일부를 듣고 그냥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중국에서는 개 유해를 참 많이도 뿌리나 보다 하고 생각했다.


떠나버린 개털이

입을 좀 벌리고 내민 혀가 짙은 보라색이었다, 큰 눈은 힘없이 뜨고 있었다. 마지막까지 엄마를 보고 있었으리라... 집에 돌아와 거실 책상 위에 평소 개털이 쓰던 분홍 담요를 깔고 깨끗한 화선지를 여러 장 폈다. 그 위에 개털 이를 올려놓고 아이들을 위해 얼굴은 보이도록 하고 잘 감싸 주었다.

2020년 2월 16일 눈 오는 일요일 오전 11시 20분. 개털이는 자기보다 좋아하던 사람의 품에 안겨 거짓말처럼 떠났다.



개털아 고마워!

그렇게 힘이 들었는지, 그래도 힘겹게 쥐고 있던 생을 놓은 개털의 몸은 딱딱하고 차가웠다. 아내와 딸아이가 추모실에서 마지막 인사를 했다. 아내의 “그동안 참 고마웠다. 좋은데 가!”하는 말귀가 어렴풋이 들렸다.

아내와 딸아이는 개털이 앞에 국화를 올려놓았다.

나는 ‘두 치’이므로 개털이 마지막 가는 길에도 한발 뒤에 있었다.

사실은 개털이 얼굴을 보면 아내나 딸아이 앞에서 주책없는 모습을 보일 것 같아 그냥 밖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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