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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양이 CATOG Oct 30. 2022

태풍을 피하기보다,
태풍을 따라 춤추기

마음 챙김

https://www.youtube.com/watch?v=x5NzQMR9wHM

제시 지현, Mindful Resilience, video, 2020


코로나19와 지구의 외침  

2019년 엄청난 일이 일어났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한 것. 누구에게도 예외는 없었다. 유난히도 다른 재난 사건들과 사건 사고가 많았던 2019년을 기점으로 어쩌면 코로나19는

 

'인간들아~ 지구를 그만 괴롭혀라~!'

라고 외치는 과부하에 걸린 지구의 외침이었다고 생각한다. 어떤 재난 상황에서도 불굴의 도전 정신과 자연을 정복하려는 의지는 많은 성과들을 이루어냈지만, 자연을 돌보지 않고 앞만 보고 달려온 우리들에 대한 지구의 일침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활기가 넘치던 토론토 전체는 한순간 유령도시처럼 변해버렸다. 사람들이 모일법한 장소에는 접근금지 테이프가 여기저기 나붙었고,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간간이 마주치게 되는 아시안 혐오주의자들을 피해 겨우 식료품점을 왔다 갔다 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재난 상황임을 감지한 몇몇 사람들은 Panic Buying을 시작했고, 식료품점의 생필품들은 동이 나기 일쑤였다.  아, 전쟁이 나면 이런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화구들을 잔뜩 가져다 놓았던 레지던시 작업공간을 더 이상 쓸 수 없게 되고, 집에만 머물러야 하는 상황이 되자, 답답해서 견디기가 힘들어졌다. 마치 창살이라도 뚫고 나가겠다는 내 모습에 함께 살던 동생은 그래도 바이러스는 위험하다며 자기 아이패드를 빌려주었다. 이거라도 그리면서 답답함을 좀 풀라 고말이다. 디지털 드로잉의 세계는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태풍을 피하기보다, 태풍을 따라 춤추기


코로나19로 인한 커다란 삶의 변화는 내게 마치 갑작스럽게 닥친 태풍과 같았다. 

 코로나19는 때로 적정 거리를 확보하고 살고 있던 가족들과 너무 가깝게 만들기도, 밖에서 만나는 친구나 직장동료들과는 ‘너무 멀게’ 만들기도 한다. 어쩌면 코로나 블루는 이렇듯 사람과 사람 간의 거리 조절 실패로 시작되는 듯하다. 팬데믹으로 인해, 어쩌면 우리는 매일 회복해야 하는 시간에 살게 되었는지 모른다. 쉬이 바꿀 수 없는 ‘나’와 ‘다른 사람’의 관계보다 ‘나와 ‘나’의 관계를 건강하게 바꾸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오랜 건강문제로 인해 도움을 받았던 아로마 테라피를 본격적으로 공부하며 스스로의 마음을 더욱 깊이 들여다보는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


.

.엎친데 덮친 격으로, 전에 다쳤던 다리의 발목이 또 골절됐다. 수술을 또 해야 했고, 또 멈춘 시간이 시작되었다. 답답한 공간에서 스스로를 위한 아로마 테라피를 수행하며 ‘툭’하고 뱉어내듯이 매일 떠오르는 이야기들을 그림으로 담으며 록한 이야기는 '마음 챙김'에 관한 이야기다. 그리고 이 마음 챙김이라는 것은 갑작스럽게 닥친 삶 속의 태풍을 따라 춤추는 법을 배우는 과정 같았다,












마음과 마주하다


내가 바꿀 수 없는 시련 앞에서 몸에 힘을 잔뜩 주어 저항하기보다는,

처한 상황과 그 마음을 마주한다.




마음의 탄력(회복 탄력성) 


슬플 때는 충분히 슬퍼하고, 되려 살짝 힘을 빼고 탄력 있게 회복한다.

마음과 춤추다

 갑작스럽게 마주친 삶 속 태풍을 유연하게 춤을 추듯이 대응한다. 오늘도 이 마음을 연습해본다.



 내가 이해한 마음 챙김은 그래서 과거의 실수, 아픈 행적, 현재의 고통을 완전히 지워버리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스스로의 삶의 궤적을 부정하는 일이고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것을 방해한다. 실수는 실수대로, 고통은 고통대로, 상처가 아니라 '궤적' '흔적'정도로 있는 그대로 조금 멀리서 따뜻하고 느긋한 시선으로 바라보자. 그리고 과거의 실수나 고통의 원인을 제대로 마주하고 매 순간 알아차리는 것 만으로 이미 마음 챙김의 상당 부분을 성공한 것이니, 스스로 도닥여주자. 알아차린다는 것은... 때론 많이 쓰라리고 지칠때도 있지만 '오늘의 춤'을 시작 하기위한 준비 운동 같은거다.


반복하지 않기 위해 매 순간순간 알아차리고, 오늘을 충실하게 '존재'하는 것. 

그것이 '현존', 즉  '오늘 연습' 시작이다. 


삶 속에서 만난 거대한 태풍을 타고 춤추는 법을 배우고 익힌다는 것은 이것을 인간의 의지로 없애려는 노력이기보다, 탄력 있게 마음을 회복하여 지금, 여기, 오늘 '현재'의 땅에서 춤을 추기 위한 '오늘 연습'의 과정이다.


코로나 블루에 빠지기보다, 힐링 블루에 빠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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