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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양이 CATOG Oct 30. 2022

태풍의 눈

고요와 친해지기

고요와 친해지기. 

고요는 문득 낯설다. 내가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던, 마음 속 찌끄러기 같은, 불필요한 것들을 

어느 날, '휙'하고 놓아버리자, 깊은 고요가 찾아온다. 


그것은, 진짜 혼자 있는 감정이다. 혼자 있지만 외롭지 않고, 불필요한 잡음에 출렁이지 않고 깊숙하게 평온하다.  요란하게 한참을 첨벙거린 진흙탕물에서 흙탕물이 가라앉고 맑은물만 남아있는 그런 감정이다. 


문득 낯설지만, 이런 깊은 안도감이, 꽤 마음에 든다.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진짜 나와 친해지는 건… 깊은 고요와 친해지는  과정인것 같다. 


제시지현 Jessie Jihyun Lee, 회복탄력성의 자연 시리즈 중, 사이프레스 1-42 

(The resilient nature series, The resilent cypress), digital print, 297mm x 297mm, 2021



제시지현 Jessie Jihyun Lee, 회복탄력성의 자연 시리즈 1-42 (The resilient nature series 1-42), digital print, 297mm x 297mm, 2021

'안녕? 내마음  잘 있었니?'

 


라고 내게 인사를 한마디 건네니, 문득 잔잔한 물결같은 울림이 전해진다.  


태풍은 언제든 휘몰아칠 수 있고, 움직인다.

그 중심인 태풍의 눈 역시 매번 움직인다. 


살면서 태풍을 피할 수 없을 수는 있지만,

태풍의 눈 속으로 들어가는 일은, 고요를 선택하는 일은, 스스로 할 수 있다.


저쪽에서 이쪽으로, 이쪽에서 저쪽으로, 언젠가 태풍이 또 치더라도, 

고요한 중심을 찾는 일을 놓아버리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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