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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오라기 Dec 03. 2020

댕댕이와 루키즘

슈퍼맨은 노키즈존에서 돌아왔다

3만년  개는 인간을 택했다.

정확히 말하면, 어떤 늑대의  속에서 잠자고 있던 개의 DNA 인간을 택했다. 학자들에 따르면 사냥을 나간 인간이 귀여운 늑대 새끼를 데려와 기르기 시작한  먼저인지,  같은  몸집의 육식 동물과 경쟁하기 버거웠던 늑대   마리가 먹을 것을 저장해 두는 습성을 지닌 인간과 공생을 택한  먼저인지 확실하지는 않다. 어쨌든 그렇게 늑대는 인간과 만나 21세기에는 ‘댕댕이 진화했다.

댕댕이는 귀엽고  귀엽다. 귀엽다는 것은 단순하고 정확하게 이해할  있는데 귀여운 이유가 정확히 뭘까 생각해 보면 어렵다. 인류의  속에는 개와 같은 생김새에 호감을 느끼게 만드는 세포인지 뭔지가 들어 있는  아닐까. 3   우리의 조상도 아기 늑대와 마주친 순간 첫눈에 마음을 뺏겨 뻔뻔하게 데려온 것인지도 모른다.

인간은 뭐든지 발전시킨다. 개의 외모도 문명의 진화와 함께 발전해왔다. 최근에는  변화의 속도도 퍽이나 빠르다. 불독이라는 품종의 개가 만들어지기까지는 수백 세대에 걸친 교배가 필요했지만 최근에는 프렌치 불독이니 잉글리시 불독이니 하는 다양한 종류의 불독이   단위로 빠르게 만들어진다. 마치 일단 아이폰이   한국 시장에 진입하기 시작하자 너도나도 스마트폰을 생산해내기 시작한 현상과도 비슷하다.

그래서 그런지 개의 외모를 보는 사람들의 눈도 높아졌다. 사람마다 선호하는 개의 외모도 다르기 마련인데 요즘에는 그런 얘기를  대놓고 하기는 어려운 분위기다. 푸들이나 치와와를 보고 귀엽다고 말하는 것은 괜찮지만, 그런 품종의 개가 예쁘니까 펫샵에서  왔다고 하면 따가운 눈총을 받는다.

개의 귀여운 점을 공유하면 공감을 받지만, 아니 오히려 개가 무섭고 싫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견해가  받아들여지기 않는 분위기지만 반면 귀엽다는 것만으로 개를 좋아한다고 말하면   되는 것이다. 삼사  단위로 ‘인기 견종 정해지고 그런 강아지들이  팔렸다가, 한참 귀여운 시기를 지나 활발하게 성장해 말썽을 피울 때쯤 버려지는 일들을 우리가 너무 많이 경험했기 때문이다.

예능 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 ‘노키즈존 공존하는 우리 사회의 모순을 떠올리면 설명이 쉽다.

슈돌 원래 취지는 연예인 아빠들이 자신의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며 겪는 해프닝을 보여주며 진솔한 이야기를 전한다는  같다( 나는 이해한다). 그런데  예능을  장기적으로 보다 보면 출연하는 아이들의 나이대가 유사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직 사람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0~2  서서히 자의식이 형성돼 부모와 갈등을 빚기 시작하는 10 이후의 아이들은 나오지 않는다. 아장아장 걷거나 서툴게 뛰거나 엉뚱한 어휘력으로 어른들을 웃게 만드는  귀여울 나이대의 유아가 주를 이룬다. 그리고 한창 귀여울 시기를 지난 아이들은 교체되고 다른 아이들이 갈아치워질 후보로 등장한다. 물론 예능 프로그램의 특성상 노출이 너무 길어지면 화제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새로운 출연진을 집어넣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인형처럼 귀여운 아이들은 유독 더욱 화제가 되고 주목을 받는 것을 보면 제작진으로서도 아이들의 외모에 신경을 쓰지 않을  없게 된다.

이와 동시에 한쪽에서는 아이들의 출입을 금지하는 ‘노키즈존가게가 탄생한다. 어째서 ‘ 진상손님  아닌 노키즈존이 먼저 생겼는지를 의아해하는 분들도 있는데, 반대쪽의 입장을 들어 봤더니 사실 ‘노키즈존 ‘ 진상부모  가깝단다. 물론 아이들이 즐길 만한 것이 없는 매장이라든가 소란스러운 분위기를 피하고 싶은 가게도 있겠지만,   갈등은  같은 상황을 납득하지 못하는 부모들로부터 온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걷지 않는다. 뼈와 근육을 마구 성장시키기 위해 몸에서 넘쳐나는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하고 달리고 소리를 지르는 것은 그들의 본성이다. 몸이 뜻대로 통제가 되질 않으니 짜증도 잦고 울기도 한다. 지하철에서 1시간 내내  있으면 다리가 아프고, 사무실에 하루종일 앉아있으면 허리가 아프듯 당연한 현상이다. 그런데 이건 속사정을 부모님도, 가게 주인도, 놀이터와 공원이 줄어드는 도시와 아이들이 어울릴  있을 만한 시간과 공간을 만들어야 하는 사회도 알지 못한다. 정말 알지 못하는 것인지 책임을 지기 귀찮아서 서로에게 떠넘기는 것인지 몰라도 어쨌든  사이에서 아이들은 가해자의 탈을  희생양이 되어 가고 있다.


사람을 비롯한 동물의 새끼가  귀여운지를 설명하는 학술적 이론  하나가 ‘베이비 스키마. 새끼의 동글동글한 외모는 성체의 보호 본능을 자극시켜 생존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반려동물로 인기가 많은 개와 고양이, 토끼, 햄스터 등의 외형도 ‘베이비 스키마 적합하다. 하지만 현대 사회의 어린이들에게는  논리가 더이상 통하지 않는  같다. 그들의 귀여움은 귀여움대로 마음껏 소비하면서도, 생존에 대해서는 아무도 책임져 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중력의 법칙은 잔인한 구조에도 적용되기 때문에 낮은 곳을 먼저 보아야 한다. 스스로의 입장을 항변할  없는 개들의 귀여움을 자신의 자본으로 삼아 사고파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아이들의 아이들다움을 알고 싶어 하지는 않으면서 귀엽고 예쁜 모습에는 열광하는 사람들도 있다. 과정 속에 귀여움은 물건처럼 취급되고, 귀여움의 대상인 개와 아이들도 물건처럼 여겨진다. 돈을 주고 거래되는 귀여움은 카카오톡 이모티콘만으로도 족하다. 누군가의 어려움까지 사랑할 필요는 없지만, 함부로 평가해서는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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